“월드컵 중계협상, 김인규 사장 전략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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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 성명 … “말로만 떠벌릴 게 아니라 전력투구해야”

SBS가 ‘2010 남아공 월드컵’의 단독중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엄경철)는 “국가기간방송 KBS의 꼴이 우습게 됐다”며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의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KBS본부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동계올림픽이야 김 사장 취임 직후에 닥친 일이라지만, 준비기간이 충분했던 월드컵 또한 중계권 협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SBS와 방송통신위원회에 휘둘리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병순, 김인규 사장은 사내 비판세력 숙청에 매달리고, 친정부방송을 만드는 데만 골몰할 뿐 정작 KBS가 해야할 일에는 수수방관했다”며 “결국 방통위의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상업방송에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김인규 사장 ⓒKBS
이어 KBS본부는 “동계올림픽 중계를 못한다고 뉴스를 통해 SBS를 비판한 결과 서로 감정의 골만 패였고, 선수단의 선전에 뒤늦게 호들갑을 떨며 3사 공동으로 환영행사를 중계해 국민적 불신만 부추겼다”며 경영진의 전략부재를 거듭 지적했다.

KBS본부는 “무엇보다 큰 잘못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스포츠이벤트 중계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지 못한 것”이라며 “KBS는 보편적시청접근권을 보장할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마땅히 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김인규 사장은 각종 행사에서 말로만 떠벌릴 것이 아니라, KBS 경영진의 대표로서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며 “SBS는 시청자서비스 차원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리고, 방통위도 주무기관으로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인규 사장은 지난 23일 여의도클럽 초청강연에서 “당초 원칙대로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3사 공동중계가 마땅하다”며 “SBS는 방통위 요구한 보편적 시청권 90%를 넘긴다고 하는데, 이것은 자사 케이블 채널 등 유료매체를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음은 KBS본부의 성명 전문이다.

‘월드컵 중계 협상’, 김인규 사장은 또 무능만 입증할 것인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던 KBS가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의 꼴이 우습게 됐다. KBS 경영진의 전략부재와 무능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월드컵마저 SBS가 독점중계한다면, 온 나라가 ‘대한민국’ 함성으로 뜨거워질 때 또 다시 KBS 구성원들은 마치 ‘남의 잔칫상’ 보듯 멋쩍어 질 것이다. 방송을 통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KBS 구성원들의 처지가 참으로 궁색해졌다. ‘특보사장’이라 힘이나마 있을 줄 알았더니 빈수레가 요란한 격이 따로 없다.

우리 KBS본부는 동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에서도 끝내 KBS가 중계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KBS의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위기가 초래된다면, 그 모든 책임을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백보양보해 동계올림픽이야 김인규 사장이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 닥친 일이라고 이해한다 치더라도, 준비기간과 여력이 충분했던 월드컵 중계권 협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 SBS와 방통위에 휘둘린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잘못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KBS가 무조건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중계권을 가져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난 몇 차례의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치루면서 방송사의 중계권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왔다. 방통위라는 정책당국이 있긴 하지만 방통위에만 모든 해결을 내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기간 공영방송이라면 이런 사회적 논의도 주도했어야 했다. 그 속에서 방송법에 명시된 ‘보편적시청접근권’을 보장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앞장 서 조율하는 역할을 KBS가 했어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이병순, 김인규 두 사장은 사내 비판세력 숙청에 매달리고, KBS를 친정부방송으로 만드는 데만 골몰할 뿐 정작 KBS가 해야 될 일에는 수수방관이었다. 그러다 결국 팔짱만 끼고 있는 방통위 바짓가랑이만 붙잡는 신세, 상업방송에 사실상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인규 사장은 창립기념사에서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국가기간방송이요 대한민국의 대표 방송이라는 KBS는 SBS가 건네주는 몇 분의 영상물로 보도와 방송을 메워야 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느냐?”고 사원들에게 물었다. 정작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다. 특히 김 사장은 “SBS가 신나게 동계올림픽을 독점중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울분을 삼키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KBS 사원이 아닐 것”이라며 오히려 사원들을 탓했다. 그러나 이 말은 사장 자신에게 되묻고 싶은 말이다.

월드컵 중계권 문제는 울분이나 감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동계올림픽 중계를 못한다고 보도에서 신나게 SBS를 ‘조진’ 결과 오히려 서로의 감정의 골만 패이게 만들고, 우리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자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선수단 환영행사를 3사가 공동중계해 국민적 불신만 부추겼다. 회사 경영진의 전략부재를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대로라면 김인규 사장이 호언장담하는 수신료 인상도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신료 인상을 위한 회사의 전략 또한 신뢰할 수 없을뿐더러, 시청자들이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도 못하는 공영방송을 위해 수신료를 올려주겠는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측은 남은 시간이라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인규 사장 또한 각종 행사에 다니면서 말로 떠벌릴 것이 아니라, KBS 경영진의 대표자로서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SBS는 시청자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대승적 결단을 내려 줄 것과 방통위가 주무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0년 3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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