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는 권력에 의해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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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우정 신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박우정 이사장은 인터뷰를 고사했다. “언론계를 오랫동안 떠나있었기 때문에, 아직 상황을 더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박 이사장은 2004년 <한겨레> 편집위원장과 논설주간을 끝으로 언론계를 떠나, 줄곧 출판사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어렵게 승낙한 인터뷰에서 그는 “조심스럽다”면서도 현 언론의 문제점과 민언련의 역할을 정확히 지적했다. 때론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80년 해직기자’ 출신인 박우정 이사장은 언론 자유가 위축된 현 상황을 “언론계의 한겨울”이라고 표현하며 “엄중한 시기에 민언련 이사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 박우정 신임 이사장 ⓒ민주언론시민연합

- 언론계를 잠시 떠나 있었는데, 민언련 이사장을 맡게 된 계기는.
“1984년 민언련의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가 생길 때 실행위원을 맡았고, 민언협이 발행하는 <말>지의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87년 한겨레신문 창간 후에는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민언련(민언협)에는 자문위원으로 이름만 올려놨다. 그동안 민언련의 주체가 해직 기자에서 시민들로 전환되면서, 관심을 덜 가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 자유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해직기자 출신이 민언련 이사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제의가 있었고, 결국 수락하게 됐다.”

- 민언련의 발자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초기 민언협이 군사정권으로부터 언론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해직 기자들의) 운동단체였다면, 87년 이후에는 시민이 주체가 돼 언론자유를 실천하는 NGO로 발전했다. 제일 큰 역할은 역시 기존 언론에 대한 비판·감시활동이다. 최근에는 언론 자체가 권력화 돼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사실·진실보도에 전력하기보다 집권세력과 일치돼 기득권 질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모니터링을 통해 편파보도를 지적하고, 진실보도를 촉구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을 언론자유 실천의 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 민언련은 그동안 ‘안티조선’ 운동에 주력해왔다.
“조선일보는 보수진영의 총본산으로, 그들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담론을 생산한다. 때문에 조선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물론 조선일보도 엄연히 언론이기 때문에 나름의 가치관을 지닌 언론활동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보도는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것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가치에 어긋날 경우 마땅히 비판의 대상이 돼야한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 현재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 자유가 위축되고, 권력에 의해 언론이 장악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파행적으로 통과되고, 임기가 보장된 KBS, MBC 사장은 정권에 의해 강압적으로 친정부인사로 교체됐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이 인사상 불이익이나 사법처리를 당하는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87년 이후 언론계에서 쟁취했던 자유가 불과 2년 만에 허물어졌다. 특히 권력과의 관계가 나빠졌다. 계절로 치면 겨울, 아니 한겨울이라고 할 수 있다.”

- 특히 현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가 논란이다.
“KBS는 사장이 바뀌고 권력에 예속되면서, 시청자들의 불신이 고조됐다. 공정성과 독립성을 상실하다보니 KBS가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수신료를 올려 늘어난 재원을 공익과 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사용한다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KBS가 공영성을 상실하고, 권력을 위해 방송의 본분을 망각한다면 국민들은 수신료 인상을 납득할 수 없다. 현재 KBS의 보도행태를 보면 국민들이 수신료 인상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현직 언론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력의 통제와 장악도 문제지만 언론인들이 이에 대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언론 자유는 권력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론인 스스로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다. 권력이 법률적·제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보도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투쟁하고 언론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 언론사 내부의 통제 매커니즘에 맞서 싸우는 것도 권력과의 투쟁 못지않게 중요하다.”

- 언론자유가 위축된 지금, 민언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 언론의 자유, 민주언론의 실천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언론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려는 행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자본권력의 언론장악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문제제기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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