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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공동체 꿈꾸는 카우걸 몸짓 인상적중성적 음색 사운드 트랙도 매력 만점

|contsmark0|한 시인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contsmark1|남자로 태어났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슴 안 아픈 연애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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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별 질문 없이 받아들이던 통념들을 하나 하나 뒤집어 보는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자극에 노출돼야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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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나한테 영화 보기란 이런 자극을 만나고 즐기는 것이다. 대부분 고속도로 주변이겠지만 산천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되면 들꽃을 보러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도 아마 이런 맥락에서 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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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이런 충동과 함께 생각나는 영화가 바로 카우걸 블루스<원제 even cowgirls get the blu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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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동성연애자이지만, 한 번도 여자가 돼 본 적이 없는 감독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탐 로빈스의 소설(76년作)을 바탕으로 만든 여성 專用 영화다. 마녀들의 서부 영화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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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영화가 주는 즐거움들을 떠올려 본다. 우선 등장하는 화면마다 세로 분할이 가능한 늘씬한 미녀 배우 우마 써먼이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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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9|거기다 그녀는 그 어느 영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길쭉한 엄지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독특한 엄지손가락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히치하이커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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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꼿꼿하게 하늘을 겨냥하는 그녀의 엄지손가락 앞에선 제 아무리 종횡무진 대형 화물차라도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것이다. 신은 엄지손가락을 통해 영화 속 히치하이커의 정의대로 24시간 이동할 수 있는 커다란 자유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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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두 번째 즐거움은 무엇일까? 제목 그대로 카우걸들이다. 나는 이 카우걸들을 즐거운 마녀라 부르고 싶다. 우선 마녀 주변에는 남자가 없다. 당연히 남성의 시각도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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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서부 영화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해 권총 한 자루로 질서 교육 시간을 만드는 카우보이들 대신에 여성들만의 공동체를 꿈꾸는 카우걸들의 몸짓이 인상적이다.
|contsmark29|목장에 어울리지 않는 두루미만큼이나 자연과 어울리는 인간의 모습은 생경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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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2|그들이 줄을 지어 시위를 할 때면 60, 70년대 미국의 급진적인 성과학자들의 실험에 동참했다는 그 많은 여성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은 사운드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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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중성적인 음색의 k.d.lang의 목소리를 사랑한다면, 또 그녀만의 독특한 이미지-음반 기획사의 연출에 따른 것일지라도-를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즐겁다. 물론 완성도가 그리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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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8|또 이 영화의 바로 전 작품인 ‘아이다호’의 아름다운 영상을 떠올리면 실망할 수도 있다. 아이다호의 영원한 청년 ‘리버 피닉스’처럼 그의 여동생 역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비참한 최후를 맞지만 오빠만큼 가슴 절절한 느낌도 주지 않는다. 모방과 복사 기술이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는 요즘처럼 너무 잘 만들어진 영화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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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1|전통적으로 남녀 차별이 심했던 인도에서는 신성한 소를 돌보는 여자를 ‘고피’라고 부른단다. 인도에도 카우걸들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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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4|그런데 최근 인도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여자아이에 대한 낙태가 성행해서 한국이나 중국을 넘어서는 심각한 성비 불균형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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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7|아마도 카우걸을 향한 소녀들 또 아줌마들의 꿈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초음파 검사법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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