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 ‘식물사장’으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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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입사 부장급 사원, 사장 비판성명…아래부터 위까지 위기의식 ‘고조’

MBC 파업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부장급 사원들을 중심으로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 간부사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파업 국면에서 사태해결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984년 MBC에 입사한 부장급 간부사원들은 13일 ‘현 사태를 우려하는 84사번 사원들’이라는 글을 통해 황희만 부사장의 임명을 철회하고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고소할 것을 촉구했다. MBC 84사번 50여명 가운데 약 90%가 참여했으며, 보직 국장을 거친 인물도 포함돼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들은 “보도본부장 보직을 사퇴하고 특임이사로 임명되었던 분을 더 책임 있는 자리인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고소하고 진상을 밝히는 것은 김 사장 본인의 명예와 지도력을 회복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재철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사원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의 총파업을 “명분 없는 불법파업”이라면서 “즉시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9일 '천안함' 사태를 취재하고 있는 백령도를 방문했다. ⓒMBC노동조합
김 사장은 “노조가 황희만 부사장에 대한 보직 박탈과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소송 제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소송 제기는 노사 약속의 문제가 아니며 부사장에게 아무런 보직도 주지 말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이런 주장에 MBC 내부 구성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김 사장이 점점 고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김재철 사장이 ‘식물사장’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 김 사장은 총파업이 시작된 이후 MBC 관계회사(자회사 및 지방사)들을 순회하거나, ‘천안함’ 사태를 취재하는 백령도를 방문하는 것 외에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와 8일 저녁 김 사장은 MBC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사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으며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나갔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3일 낮 보도국 부장단과 여의도 모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사태를 공유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노조가 항의할 것으로 알려지자 취소했다. MBC 안팎에선 김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간부들조차 제대로 만날 수 없는 김 사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강공책 뿐이다. 노조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고소·고발하거나 공권력 투입 등을 요청하는 것. 하지만 노조는 “사내 부정적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이고, 김우룡 전 이사장도 고소하지 못하면서 노조에 대해 사법방침을 밝히긴 어려울 것”이라며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4월 국회에서 MBC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고, 프로그램 결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파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1만인 촛불시위(14일)와 더불어 중간간부 이상 사원들에서 김 사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조직적으로 계속 나온다면 결국 ‘퇴진’ 밖에 길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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