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선정위, 특정 진행자 배제 악용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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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진 논란 … 일선 PD들 “제작자율성 침해 우려”

KBS가 프로그램 진행자를 선정하는 별도 기구인 ‘MC선정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PD들은 제작 자율성 침해와 특정 출연자의 배제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TV편성위원회에서 길환영 TV제작본부장은 “임원회의에서 (MC선정위원회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MC 선정과 관련된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중요 프로그램에 한해 실시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이처럼 MC 선정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선 PD들은 “MC선정위원회가 꾸려지는 것 자체가 연출권 제한”이라며 사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홍기호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기획·교양제작국)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본부장, 국장급 PD들과 아나운서 간부들로 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한다”며 “생색내기로 몇몇 실무 PD들이 위원회에 들어가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KBS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다큐멘터리 3일>에 내레이터로 출연한 방송인 김미화씨(사진)를 '논란의 대상'이라며 문제삼아, 언론노조 KBS본부로부터 "진정 출연자 블랙리스트가 있냐"는 의혹을 받았다. ⓒKBS
일각에서는 MC선정위원회가 특정 성향의 진행자를 배제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KBS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션을 맡은 김미화씨를 ‘논란이 있는 출연자’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에 진정 출연자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냐”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 PD는 “사측은 객관성을 얘기하며 MC선정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리는 것은 정치색을 가진 MC들을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앞서 윤도현, 정관용, 김제동씨 등을 교체했듯 사측은 앞으로 MC선정위원회라는 구조적인 틀을 갖고 진행자를 골라낼 것”이라고 말했다.

KBS PD들은 또 MC선정위원회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포함되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한 PD는 “만약 MC선정위원회가 구성돼 아나운서가 위원으로 들어온다면, 그것은 이해당사자가 들어오는 격”이라며 “예능 프로에서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매니저 불러놓고 (결정)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성세정 KBS 아나운서협회장은 “아직 회사 쪽에서도 얘기를 들은 바가 없고, 협회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입장을 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협회가 조사한 바로는 MC, 앵커를 선발하는 ‘NHK 캐스터위원회’는 제작본부와 아나운서실이 모두 참여한다. 같이 방송을 만드는 아나운서도 (MC선정위에) 참여하는 게 옳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내부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MC선정위원회에 대해 알려진 것은 지난 3월부터 추진됐고, 5월 봄 개편을 맞아 도입될 것이라는 정도다. 길환영 TV제작본부장은 KBS 홍보팀을 통해 “MC선정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이에 홍기호 KBS본부 중앙위원은 “사측은 이미 로드맵을 다 잡아놨겠지만,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밀실에서 공유 없이 진행된 봄 개편처럼 MC선정위원회도 그렇게 추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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