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협 상대에 임시 공간조차 내주지 않아 설치 … 명백한 노조 탄압”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14일 “사측이 신관 로비에 설치한 임시 천막사무실을 사측이 하루 만에 기습 철거했다”며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자체 공간을 배정을 받지 못한 KBS본부는 현재 진행 중인 단체협상 준비를 위해 지난 13일 KBS 신관 로비에 천막사무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KBS본부에 따르면 사측은 “천막을 설치하면서 사전 고지가 없었다”며 이날 밤 사이 천막사무실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3일 단체협상 준비를 위해 신관 로비에 임시 천막사무실을 설치했으나, 사측은 하루 만에 이를 강제 철거했다. ⓒKBS본부

이에 KBS본부는 “단협 대상에게 전용공간조차 제공하지 않은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임시사무실을 설치한 것”이라며 “지난 8일 1차 교섭에서 임시 전용공간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신관로비에 텐트라도 칠 수밖에 없다’고 분명이 밝혔다”고 반박했다.

또 KBS본부는 “법원으로부터 단협의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KBS본부의 천막을 강제 철거한 것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본부는 “김인규 사장은 즉시 KBS본부의 임시천막사무실을 원상 복구시키고, 단협에 진정으로 신의성실의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KBS본부는 지난 8일 첫 단체교섭 이후 발행한 특보에서 “사측은 사실상 교섭 지연전술로 일관하고 있다”며 성실한 태도를 요구했다.

KBS본부는 교섭단 대표로 엄경철 위원장을 내세웠지만, 사측은 김인규 사장의 위임장을 받은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에 KBS본부는 “관행과 달리 사측은 국장급 대표와 전직 구노조 간부 출신 중간간부를 교섭위원으로 내세움으로써 애써 교섭을 격하시키려는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판단, 노측 대표를 이내규 부위원장으로 교체한 뒤 1차 회의를 진행했다.

다음은 KBS본부가 14일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사측은 임시천막사무실을 즉각 원상복구하라
-김인규 사장의 새노조 탄압,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
김인규 특보사장이 KBS본부에 대한 치졸하고도 무도한 노조탄압을 또 다시 자행하고 있다. 어제(4월 13일) KBS본부가 신관 로비에 설치한 ‘임시천막사무실’을 지난 밤 사이 KBS본부에 아무런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강제 철거한 것이다. 이는 KBS본부의 정당한 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폭력적인 만행으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다. 나아가 KBS본부의 시설물을 몰래 훔쳐간 절도죄에도 해당한다. 도둑질까지 해서라도 KBS본부를 탄압하려는 김인규 사장의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KBS본부가 신관로비에 임시천막사무실을 설치한 것은 전적으로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다. 단협을 진행 중인 상대에게 회의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전용공간조차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KBS본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8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한 노조가 전임자 한 명 없고, 사무실조차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충실히, 그리고 성실히 단협에 임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KBS본부의 열악한 상황을 사측에 충분히 설명하고 단협의 제1원칙인 신의성실에 입각하여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같은 KBS본부의 요청이 ‘돌출적’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KBS본부로서는 800여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생존권을 위한 이번 단협을 최대한 성실하게 진행하고자 피치못할 사정으로 임시천막사무실이라도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 사측은 강제철거라는 폭압적 만행으로 화답했다.

사측은 강제철거 뒤 이에 항의하는 KBS본부에게 ‘천막을 설치하면서 사전 고지가 없었다’며 그래서 ‘사측 역시 아무런 고지없이 철거해도 문제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KBS본부는 1차 단협회의에서 임시 전용공간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신관로비에 텐트라도 칠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이후 간사접촉에서도 임시전용공간 제공을 거절했으며 KBS본부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KBS본부를 정당한 단협의 상대로 인정하는 눈꼽만큼의 신의와 성실이라도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기존노조는 물론 사내 직능단체 등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던 KBS 건물 내 천막 설치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왜 유독 KBS본부의 천막만 강제철거의 대상이 되는지 우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기존노조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미디어법 반대’(7월)와 ‘총파업 단식’(11월)을 내걸고 두 차례나 천막을 설치했다. 하지만 강제철거 따위는 없었다. PD협회에서도 2008년과 2009년, 신관과 본관에 천막을 친 적이 있고 기자협회에서도 지난해 1월 신관로비에 천막을 친 적이 있지만 역시 강제 철거된 적은 없다.

천막 설치는 노동조합뿐 아니라 사내 구성원들의 자발적 활동으로 KBS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법원으로부터 단협의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KBS본부의 천막은 강제철거하다니, 이는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김인규 사장은 지금 즉시 KBS본부의 임시천막사무실을 원상복구시켜라. 그리고 단협에 마지못해 시늉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신의성실의 태도를 보여라. 우리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

<끝>

2010년 4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