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대학 들어갈 땐 왜냐고 묻지 않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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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대학 들어갈 땐 왜냐고 묻지 않더니…”
[라디오뉴스메이커]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4.15 11:4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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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월 15일자 25면.

지난 3월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을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고려대를 자퇴한 김예슬씨는 “대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왜라고 물어본 사람은 없었는데, 도대체 왜 대학을 그만두냐는 질문이 많아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예슬씨는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십 수 년 씩 삶을 바치지만 절반 이상이 취업도 안 되고, 또 저희는 꿈을 찾는 게 꿈이 돼버린 그런 세대”라며 자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 한겨레 4월 15일자 25면.

그는 또 “젊은 세대의 키워드가 스펙, 자격증이 돼 버린 게 정말 억울했다”며 “학창시절에는 일단 좋은 대학만 들어가라, 또 대학에 와보니까 일단 좋은 직장에 취직만 해라, 끊임없이 삶을 유보하도록 강요하는 게 이 사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예슬씨는 “자퇴를 후회한 적은 없냐”는 앵커의 질문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 혼란은 이미 주어졌던 수많은 정답이 아니라 좀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지금은 오히려 영혼이나 마음이 좀 더 편안해 진 것 같다”고 답했다.

김예슬씨 인터뷰 전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이른바 ‘김예슬 선언’이라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이고 실제로 고려대학교를 자퇴한 김예슬 씨, 한 달여 만에 드디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저희도 백방으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이분이 꼭꼭 숨어있어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었는데요. 대자보에 담지 못했던 얘기를 담은 책을 하나 썼다고 하네요. 직접 만나보죠.

[IMG0]◇ 김현정 앵커> 어제 신문사에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가 돼서 이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겠어요?

◆ 김예슬> (웃음) 아, 아직 그렇진 않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런데 왜 그렇게 꽁꽁 숨어 계셨어요?

◆ 김예슬> 처음에는 저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많긴 했는데요. 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좀 더 집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개인보다는 그 대자보 내용 자체에 관심을 좀 가져달라는 거였군요. 그런데 그 대자보 제목하고 똑같은 제목의 책을 하나 들고 오셨어요. 이건 언제부터 준비를 하신 겁니까?

◆ 김예슬>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요. 제가 대학 거부를 한 뒤에 참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고 격렬한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 김예슬> 네, 그중에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도대체 왜 대학을 그만두냐, 진짜 이유가 뭐냐” 이런 질문이 많았는데요... 사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대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왜?”라고 물어본 사람은 없었는데, 대학을 왜 가는가는 언제부턴가 사라진 물음이 됐고, “왜 그만두는가?” 이건 좀 이상한 물음처럼 들려왔습니다. 사실 어떤 젊은이의 한 치기어린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저도 제 생을 걸고 큰 물음을 던졌던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고민했던 생각들을, 또 대자보에 미처 담지 못했던 것들을 나름대로 또 다른 책임으로 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앵커> 지금 김예슬 씨가 그 얘기하는데, 저는 뒷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원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 김예슬> 사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많은 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초중고 12년 동안 세계 최장의 학습노동을 하면서 살았죠. 인생을 결판 짓는 대학이라는 하나의 주어진 정답이 있잖아요. 그래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리면서 기뻐해야 하기도 했고, 또 끝없이 앞에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불안해하기도 하면서. 참, 물음을 품기조차 어렵게 살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어떤 대학을 꿈꾸면서 입학을 한 거예요?

◆ 김예슬> 그래도 젊은 시절을 바쳐서 대학에 들어갈 때는 캠퍼스의 낭만도 꿈꾸고, 진리탐구도 꿈꾸고, 또 사회 불의에 저항하는 뜨거운 젊음도 꿈꾸고 했는데, 꿈이 깨지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뭐가 그렇게 김예슬 씨의 대학생활을 견딜 수 없게 만들고, 자퇴 선언까지 하게 만든 겁니까?

◆ 김예슬> 제가 대자보에도 썼지만, 제가 들어가서 마주한 대학이 사실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돼버린 대학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좀 했어요. 학생들끼리 무한경쟁을 시키고 거기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적당한 값에 기업에 넘기는 게 대학이 아닌가... 사실 우리 젊은 세대가 참 슬프게도 키워드가 스펙, 자격증이 돼버렸잖아요. 그런데 정말 억울했어요. 스펙에 매달리자니 젊음이 서럽고, 다른 걸 하자니 다시 뒤쳐질까 불안한 날들이... 늘 학창시절에는 일단 좋은 대학만 들어가라, 또 대학에 와보니까 일단 좋은 직장에 취직만 해라, 끊임없이 삶을 유보하도록 강요하는 게 이 사회가 아닌가...

◇ 김현정 앵커> 그게 우리 대학의 현실이고 문제라는 것은 다들 느낍니다. 학과 불문하고 죄다 토익책 꺼내놓고, 죄다 공무원 공부하고, 고시 공부하고. 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시스템을 박차고 나올 생각은 감히 못하거든요. 자퇴까지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게 있습니까?

◆ 김예슬>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도대체 이대로 언제까지 가야 되는지 끝이 안 보이더라고요. 큰 물음이 사라진 대학이 대학 4년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이 아닌가, 좀 두렵기도 했고. 이건 대학생 김예슬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 김예슬의 문제이기도 했고, 지금을 놓치고 말면 또 다시 평생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이런 것을 찾지 못하고 살지 않을까... 그래서 저부터라도 체제를 유지해온 한 사람으로서 먼저 빠져나오자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아시겠지만 용감하다, 아주 지지하고 격려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반대편에선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으세요. 어쨌든 어렵게 들어간 대학인데 저렇게 쉽게 대학을 포기하느냐, 철없다, 이런 얘기 들으셨죠?

◆ 김예슬> 네.

◇ 김현정 앵커>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 김예슬>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사실 그동안 당연한 듯이 따라온 학교제도와 대학현실, 이렇게 계속 살아가는 게 극단적인 게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많은 젊은이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서 십 수 년 씩 삶을 바친 결과가 사실 절반 이상이 취업도 안 되고, 또 저희가 꿈을 찾는 게 꿈이 돼버린 그런 세대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학교에 남아서 부조리와 싸울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없었을까요?

◆ 김예슬> 물론 지금도 대학 안에서 대학을 바꿔보자고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요. 당장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고공투쟁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이런 움직임도 중요하고 필요한데. 저는 지금 우리 시대의 존재 자체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거부를 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앵커> 작은 몸부림이라도 누군가 나서야지만 이게 깨지기 시작할 거다, 다시 한 번 사회가 생각해볼 거다, 이런 생각이 드신 거예요?

◆ 김예슬> 네.

◇ 김현정 앵커> 자퇴하고 나서 후회하신 적은 없으세요, 솔직히? (웃음)

◆ 김예슬> 막상 용감하게 나서긴 했지만 막막한 생각이 들기도 한데, 아파야 낫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혼란스러울 때 있지만 이 혼란은 이미 주어졌던 수많은 정답이 아니라 좀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후회보다는 지금은 오히려 제 영혼이나 마음은 조금 더 편안해 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모님들은 좀 말리지 않으셨어요?

◆ 김예슬> 물론 부모님들과 아픈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지금 대학과 교육문제로 고통 받는 게 비단 학생들만이 아니잖아요. 모든 부모님들이 자녀교육으로 노후까지 다 저당 잡힌 삶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 부모님들한테 참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제가 부모님과 아픈 시간을 겪었던 것은 우리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다, 잘못 되라고 그러겠느냐, 너보다 인생을 얼마나 많이 살았는데” 이런 말씀 많이 하시는데. 저는 사랑의 이름으로, 실상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고 부딪치더라도 자기생각대로 살고 책임지겠다는, 이런 자율성의 날개를 너무 쉽게 꺾어버리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앵커> 예슬 씨를 응원하는 문자들도 많이 오고 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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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10-10-16 01:23:27
그래 누가 더 쎈가 해봐라. 어린 아이의 미숙한 치기를 부추기는 언론에 구역질이 난다.

대학생 2010-05-04 02:40:40
참 동감가고 이해도 가는데, 근데
좀 걱정되네요, 오즉 무서운 세상이어야지.... 화이팅입니다....

그냥 생각 2010-04-21 22:26:23
선언과 함께. 그러나 나는 대학에서 자신만의 꿈을 건전한 방식으로 키워가는 학생들은
김예슬처럼 '선언' 하나 남기고 대학을 그만두기 보다는,
그 속에서 자신이 꿈꿔온 유토피아의 이상을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서라도
더욱 대학을 다니리라고 생각한다.

김춘배 2010-04-20 10:29:32
돈 벌려구.. 책 팔아서...!!! 타이밍이 아주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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