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라면’ 남발한 KBS 천안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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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 공방위 "보수언론 ‘북한 소행’ 프레임에 공조"

KBS 뉴스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분석하면서 ‘~라면’ 식의 가정법 보도를 남발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28일 특보에 실린 공정방송위원회 보고서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북한관련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KBS 뉴스에 ‘~라면’ 식의 보도가 등장했다”며 “이것이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인지 보도책임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밝혔다.

KBS <뉴스9> 박영환 앵커는 지난 20일 ‘자위권 행사 논란’ 리포트에서 “만약 정말로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게 맞다면 우리는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고, 21일 ‘대남공작 주도 北 정찰총국은?’ 리포트에서도 “천안함 침몰도 북한의 소행이라면 정찰총국에서 주도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 4월 21일 KBS <뉴스9>
KBS본부는 이러한 ‘가정법 보도’가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있는 보수언론의 보도행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공방위는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KBS 뉴스는 (천안함 사고에) 북한 연관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프레임을 짜기 시작하면 KBS가 ‘공조’하는 현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KBS본부는 “사건 초기 KBS는 어뢰, 기뢰, 암초, 내부 폭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거하며 ‘어뢰나 기뢰의 경우 북한 공격의 가능성도 있다’는 정도의 비교적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KBS 뉴스는 그 후로 침몰 원인에 대해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지만, 그것은 이틀도 채 가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감상주의 과잉도 문제 … ‘눈물의 연설’ MB 띄우기까지

KBS본부는 또 자사의 천안함 보도에 대해 ‘감상주의의 과잉’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KBS본부는 “침몰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KBS 보도는 희생자들을 무작정 영웅, 전사자 등으로 수식하기 바빴다”며 “공영방송 뉴스라면 성급한 감상주의보다 침착하고 냉정한 자세로 사건을 보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이러한 감상주의는 MB(이명박 대통령) 띄우기로까지 이어졌다”며 “지난 19일 <뉴스9>에서 1분여간 이 대통령의 눈물 쏟는 연설 모습은 자막마저 눈부시게 빛나는 효과를 줘 대통령을 향한 특보사장의 애틋한 마음을 잘 표현했다. ‘전두환 헌정 비디오’에 버금가는 영상물”이라고 꼬집었다.

▲ 4월 19일 KBS <뉴스9>

추모 방송 ‘올인’ … 시사 프로그램 ‘침묵’

한편 KBS본부는 KBS가 3주 연속 천안함 추모 모금 방송을 내보낸 반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사고원인 규명에 소홀했던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KBS본부는 “사건발생 한 달이 넘었지만 <추적 60분>이나 <시사기획 10>에서는 아직 이 주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며 “지난 4일 <KBS스페셜> ‘천안함 침몰 9일의 기록’은 사건 원인이나 군·정부의 대응방식 논란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애초부터 단순한 기록과 추모에 국한되도록 기획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또 “지난 11일 모금방송 하루 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여당 귀빈들이 성금을 내기위해 KBS를 방문했고, 다음날 간부들은 이들이 나온 화면을 꼭 (방송에) 집어넣으라고 종용했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방송에 정부·여당 인사들의 얼굴을 넣어하야한다는 지시에 제작진은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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