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에 따르면 지난 4일 <뉴스9> 최종 큐시트에 포함돼있던 ‘교수 출신 고위 공직자 35% 논문 이중 게재 의혹’ 기사는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의 일방적인 지시로 보도되지 않았다.
해당 기사는 같은날 <시사기획 10>에서 방영된 ‘학자와 논문 2부: 공직의 무게’를 요약한 것으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과 박재완 청와대 수석 등 고위공직자의 논문을 분석해 이중게재 등 연구윤리 위반 사례를 추적했다.
이 국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사를 작성한 탐사보도팀 김정환 기자를 불러 “박재완 수석과 이인실 통계청장 논문이 너무 오래됐다”며 관련 부분을 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 기자는 이를 거부했고, 해당 리포트는 아예 방송되지 않았다.
이화섭 국장은 <시사기획10>의 김인영 데스크와 탐사보도팀 박중석 기자에게도 “국장 직권으로 데스크권을 발동하겠다”면서 “박 수석 부분을 삭제하지 않으면 방송할 수 없다”고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노조 “하수구에 처박힌 KBS의 정치독립 수준 여실히 보여준 것”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청와대 수석 하나 보도하기가 불가능해졌다”며 “하수구에 처박힌 KBS의 정치독립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조는 6일자 특보에서 “KBS 보도본부의 자존심이 시험을 받고 있다”며 이화섭 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KBS 본부는 또 이화섭 국장과 박재완 수석의 개인적 친분을 지적하며 “9시 뉴스에서 박 수석 부분을 뺀 것은 친구를 위한 의리였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를 취재한 탐사보도팀 박중석 기자는 이화섭 국장이 취재 과정의 세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또 방송 전 채일 탐사보도팀장과 박 기자를 불러 박재완 수석 부분을 삭제하라고 지시해 제작진이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압력’을 의심한 박중석 기자는 경고 차원에서 박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고, “도대체 이화섭 국장과 무슨 관계”냐는 질문에 박 수석은 “친구”라고 답했다. 이 국장과 박 수석은 마산고 동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KBS본부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너무 많다”며 “정확한 답을 위해 해당 기자를 불러 사실 확인을 할 것이다. 정리가 되면 홍보팀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