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현실된 ‘방송장악’ 대안 찾겠다”
상태바
“이미 현실된 ‘방송장악’ 대안 찾겠다”
[인터뷰] 박동영 방송독립포럼 초대 상임대표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5.11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영 대표(뉴스통신진흥회 이사)는 “방송장악은 더 이상 음모가 아닌 현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현 상황을 인정하겠다는 건 결코 아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전쟁에 비유하며 “MBC가 고지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전선은 이미 후방까지 밀린 상태”라며 “이제 투쟁만으론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부가 방송매체를 권력행사에 이용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각 사안별로 대응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일종의 ‘전략’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정권이 YTN, KBS, MBC 장악을 시도할 때마다 단편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미 점령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맞서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각계각층이 참여해 방송의 독립성 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키워야한다.”

▲ 박동영 방송독립포럼 상임대표 ⓒPD저널
박동영 대표는 지난해 8월까지 KBS 이사로 재임하면서, 정권의 방송장악이 ‘음모’에서 ‘현실’로 드러나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했다. 이때 느낀 자괴감은 임기가 끝나고도 계속됐고, 다른 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방송의 독립성을 회복하자’는 의무감에 다시 머리를 맞댔고, 올초 방송독립포럼 준비모임을 꾸렸다.

“이사회의 목적은 KBS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데,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컸다. 정연주 전 사장 강제해임 후 KBS의 독립성이 훼손돼가는 과정을 보면서, KBS를 떠났지만 방송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은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임대표 제의를 받았을 때 박동영 대표는 “거절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독립성이 가장 크게 훼손된 KBS는 그가 3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면서 평생을 바친 직장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KBS는 3차례 해직과 복직을 반복한 숙명적 직장”이라며 “(대표 제의를) 회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방송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 포럼은 앞으로 연 4회 이상 토론회를 개최해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설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http://cafe.daum.net/biforum)에는 방송장악 관련 자료들을 모두 게시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박동영 대표는 또 방송독립포럼이 출범부터 각계 인사들의 참여를 강조한 만큼 인적 네트워크를 늘리는데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포럼은 각계 대표를 따로 위촉하고, 비방송계 인사를 고문으로 추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취임사에서 각계 인사가 참여한 103명의 발기인에게 “각자 일터로 돌아가 자신을 중심으로 소광장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방송사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도 주문했다. “제작 현장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권과 사장이 교체돼도 KBS 구성원은 그대로지만, 프로그램은 급격하게 바뀌었다”면서 “이건 제작자들이 자율적인 제작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인데, 독립성 회복을 위해서는 이를 극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동영 대표는 “사실 방송독립은 경영진을 비롯해 방송사 구성원들이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며 “각사 고위층은 노조의 ‘독립성 회복’ 주장 등을 자신들을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