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설도 군 발표 허점 때문에 나온 것”
상태바
“좌초설도 군 발표 허점 때문에 나온 것”
[인터뷰] 천안함 다룬 KBS ‘추적60분’ 윤태호 CP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5.11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윤태호 책임PD ⓒKBS
지난 5일 방송된 <추적60분> ‘천안함 무엇을 남겼나’ 편은 여러모로 화제였다. KBS가 사고 발생 40여일 만에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천안함 사고를 다룬 점도 시선을 끌었고, 지상파TV 가운데 처음으로 좌초 가능성을 비중 있게 제기한 것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도 그간 ‘KBS의 침묵’을 질타하는 세간의 비판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한 경과 정리나 감성적인 접근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윤태호 CP(책임PD)는 “새로운 사실을 찾는 데 집중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함미가 인양되면 그것까지 보고 하자는 식으로 미루다 결과적으로 타이밍을 여러 번 놓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어뢰폭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영결식 추모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추적60분>이 파고들 틈은 더욱 보이지 않았다.” 취재는 계속됐지만 ‘진실’에의 접근은 쉽지 않았다. 윤 CP는 “PD는 부지런히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하는 것이 장점인데, 천안함 사고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작진은 군 당국의 투명하지 못한 조사과정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태호 CP는 “막상 취재를 해보니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돼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군은 여러 차례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며 “방송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군의 지나친 기밀주의 때문”이라고 밝혔다.

좌초 가능성을 비중 있게 다룬 것도 “군의 설명에 너무 많은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좌초설’ 역시 군 당국이 사고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기된 가능성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해군이 최초 설명 때 좌초라고 얘기했다는 유가족 대표의 증언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구체적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발표에 배치되는 의견을 내는 것은 제작진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윤태호 CP는 “큰 흐름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려면 결정적인 팩트를 찾아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방송은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비접촉 외부폭발 가능성과 좌초설을 같은 비중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추적60분>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은 뜨거웠다. 공영방송으로서 의미 있는 지적이라는 격려에서부터 색깔론을 들먹이는 원색적 비난까지 다양한 의견이 돌아왔다. 윤태호 CP는 “양쪽 다 반응을 보였으니 방송이 공정했다는 거 아닌가”라며 웃었다.

천안함 후속 보도계획을 묻는 질문에 윤 CP는 “새로운 사실을 입수하면 당연히 방송할 계획”이라며 “정리하는 수준으로 다시 하는 건 안 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보가 들어오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