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가 부활한 KBS 단막극 <드라마스페셜> 첫 회를 집필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그는 2년전 KBS가 단막극을 폐지할 때 동료작가들을 설득해 철회 성명을 냈다. 그만큼 단막극에 대한 노 작가의 애정은 남다르다.
15일 오후 용산CGV에서 열린 <드라마스페셜> ‘빨강 사탕’ 시사회에서 만난 노 작가는 “단막극에 대한 투자 없이는 드라마의 장래도 없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품 상영 후 진행된 노 작가의 인터뷰를 싣는다.
- 단막극, 왜 필요한가?
“씨앗을 뿌리지 않고 거둬 먹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배우와 PD는 씨앗이다. 단막극을 제작하는 것은 이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배양토를 만드는 것이다. 부모가 돈이 없어도 자식을 낳아야 하는 것처럼, 단막극에 투자하지 않으면 드라마의 장래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호소는 일종의) 출산장려 정책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양심을 갖고 이것을 지켜가야 한다.”
- 작가 입장에서 장편과 단막극은 어떤 점이 다를까.
“일단 수입이 다르다. 돈 생각하면 단막극은 못 쓴다. 또 장편은 마라톤이니 호흡 고르기도 하고 준비운동도 할 수 있지만, 단막은 한 신 한 신을 다 생각해서 써야 된다. 그래서 기성작가들은 단막극 제의가 들어오면 거의 안 하려고 한다. 단거리 뛰는 것 자체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도 그 점이 힘들었다.”
- (40대 유부남이 바람 피우는) ‘빨강 사탕’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사랑은 그냥 사랑인데 이후의 평가들이 이를 단정 짓고 단죄하는 것 같다. 40대 남자가 이런 사랑 한번 한 게 무슨 잘못인가. 피곤에 지친 사람에게 바람은 단비 같은 거 아닐까. 하지만 이를 평가절하 하는 세태가 있어 드라마를 시작했다.”
- 중년의 바람 얘기, 성별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것 같다.
“여자분들은 싫어하려나.(웃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위기를) 이해하면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여기에 공감한다면 재미 있을 것이다. 찬반 논란이 있어야 시청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런 공방이 있으면 시청률도 높게 나오지 않을까.(웃음) 마지막까지 남자가 빨강사탕을 쳐다보는 것은 미련이 있다는 뜻이니, 중년 여성들이 싫어할 지도 모르겠다.”
- 후반부 빨강 사탕에 개미가 꼬이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제가 의도한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좋았다. 주변에서 남의 사랑을 어떻게 난도질하나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다. 보기엔 섹시하고 유혹하고 싶은 빨강사탕을 개미가 뜯어먹듯, 주변에서 함부로 내뱉는 말이 순수한 여자에게 얼마나 극악한 난도질인지 보여줬다. PD가 해석을 잘 한 장면이다.”
- 시청자 반응이 좋으면 미니시리즈로 확대할 의향도 있나.
“지금 없다고 해도 10년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이건 단막극용인 것 같다. 작가로서 짧은 얘기를 녹여내는 것은 일종의 시험대다. 우선은 단막극의 부활이 중요하다. 단막극은 작가를 양성해내고, 작가가 끊임없이 시험 받는 일이다. (단막극에) 기성작가가 많이 참여하고, 신인들이 연출·연기하면서 신·구가 어우러지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 중견 작가들이 포문을 열었는데, 그런 부분이 부각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