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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발표 후 긴급토론 편성 … 보수패널 일색 "안보태세 강화"

KBS가 ‘북풍몰이’ 논란 속에 지난 주말(22~23일) 천안함 특집 방송 두 편을 내보냈지만, 우려대로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 발표에 힘을 싣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토론에는 두 명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위원과 국책기관인 한국국방연구소 연구원, 대통령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등 친정부 성향의 보수적인 패널들만 참석했다.

▲ 지난 22일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KBS
천안함 조사 발표 이후에도 여러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보수 성향의 토론자들은 일체의 의심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결론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로 북한의 소행이 자명하다는 것을 밝혀냈으니, 이젠 국론을 모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해외 전문가까지 인터뷰에서 “이보다 더 타당할 수 없다”고 가세한 결정적 근거는 역시 합동조사단 발표대로 북한 어뢰와 ‘1번’이라고 쓰인 글씨였다. 합조단 발표에 전폭적인 신뢰를 나타낸 전문가들에겐 어떤 ‘합리적 의심’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토론자들은 또 천안함 사고 원인을 참여정부 때 만든 ‘국방개혁 2020’의 문제점에서 찾으려고 했다. 일각에서 현 정부의 ‘안보 무능’을 지적하는 것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주장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 등 과거의 전제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북 강경대응에 대한 주문과 함께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을 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천안함 사건은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으로 왜곡된 국가 안보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안보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22일 방송된 <특별기획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KBS
홍기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기획·교양제작국)은 “일방적으로 보수 인사만 채워 넣은 이번 토론은 기본적인 기계적 균형조차 맞추지 못했다”며 “(제작진이) 아예 그런 식의 안배를 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해교전’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었던 <KBS스페셜>도 영상과 제작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23일 토론 형식으로 방송됐다. ‘긴장의 서해 NLL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보수, 중도 인사가 각각 2명씩 출연했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안보태세 강화’로 귀결됐다. 홍기호 중앙위원은 “보수 성향의 토론자는 방송경험이 많은 사람을 섭외하고, 중도적 성향의 패널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분들을 모셔 방송이 일방적으로 보수적 논조로 강하게 흘러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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