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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신문 리뷰] 조중동 개혁 없이 여권 개혁 없다

여권의 6.2 지방선거 참패는 청와대와 여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권 못지 않게 조중동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여권 승리 분위기를 고조시킨 게 조중동이고 이로 인해 여권의 나태를 촉진시킨 것도 바로 조중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의 적용대상은 여권이 아니라 조중동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특히 천안함과 전교조로 상징되는 북풍과 색깔론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공안정국’ 비슷하게 몰아간 책임은 조중동에게 더 있습니다.

조중동 개혁 없이 청와대·한나라당 개혁 없다

▲ 조선일보 6월8일자 4면.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여권 내부에서 이런 저런 쇄신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저는 그걸 보면서 참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대교체 논의가 나오고 인적쇄신 요구가 쏟아졌지만 정작 ‘자신들’을 망친 주범이나 마찬가지인 조중동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신들(조중동)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여권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현재와 같은 조중동의 보도태도와 오만함을 그대로 두고선 한나라당 개혁은 절대 이뤄질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물론 여권 내부의 쇄신을 위해 조중동 개혁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한나라당도 한나라당이지만 언론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나라당은 쇄신논의와 반성이라도 하고 있죠. 하지만 언론은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 등은 외면한 채 또 다른 이슈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월드컵과 초등학교 성폭행 사건 등 노리는(?) 이슈들이 신문 지면에 대폭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사안들이 가치가 낮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지방선거 보도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은 하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언론의 자기반성, 성찰 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듯 보입니다.

국민일보 ‘백화종 칼럼’을 주목한 이유

지난 7일 국민일보 백화종 칼럼을 주목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언론의 자기성찰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개적인 반성문을 쓴 ‘그’의 용기가 참 놀라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칼럼을 주요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민일보 6월7일자 백화종 칼럼.
“평생을 신문쟁이로 사는 처지에서 이런 말을 하면 누워서 침 뱉는 격이겠으나 이번 한나라당의 패배에는 제도권의 주요 언론들, 특히 보수 성향의 언론들도 한몫 거들었다고 생각한다. … 물론 정권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의 언론들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그러나 진보 언론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보수 언론들의 목소리는 크게 울릴 수밖에 없었고, 그 큰 목소리가 국민 절대 다수의 여론으로 인식됐다.”

선거가 끝난 후 대다수 언론이 정부 여당에 대한 쇄신책을 주문하고 있는데, 정작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한 곳은 언론이 아닐까요. 6.2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월드컵 정국’이 되면서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빠르게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이제 6.2 지방선거는 끝났다 - 이 말인 것 같은데, 그런 언론과 언론종사자들에게 6월7일자 국민일보 ‘백화종 칼럼’을 다시 한 번 찾아 읽어보길 권합니다.

러시아 조사단 입장 ‘침묵’하는 조중동 

조중동의 문제점은 천안함 관련 보도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MB정권을 샌드위치로 몰아넣고 있다는 말입니다. 중국 정부의 신중론에 이어 러시아 조사단의 입장 등을 고려했을 때 ‘국제공조’가 쉽지 않음에도 조중동은 천안함과 관련한 ‘어떠한 이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지난 9일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렇게 가다간 한국 정부가 천안함과 관련해 샌드위치 신세가 될 지도 모르는데, 조중동에게 ‘중간지대’는 없습니다.

▲ 경향신문 6월9일자 4면.
조중동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러시아 조사단 행보에도 침묵했던 게 대표적입니다. 천안함침몰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방한했던 러시아 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단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중동은 이를 거의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를 했고, 세계일보가 지난 7일자 1면에서 언급을 했지만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이 사실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현재 중국이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죠. 그런데 러시아마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안은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경향신문이 지난 9일 지적한 것처럼 “천안함 외교 몰치다 한국 정부가 고립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조중동은 무조건 ‘고’만 외칩니다. 고스톱에서 상황 살피지 않고 ‘고’를 외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판단은 독자에게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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