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독점중계’ 역풍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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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독점중계’ 역풍에서 벗어나려면
[키워드로 본 미디어동향] 6월14일∼6월19일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10.06.20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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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전에서 추가골을 기록한 이청용 선수의 모습. ⓒSBS
한겨레 6월17일자 11면.
경향신문 6월17일자 3면.
한겨레 6월18일자 9면.
김재철 MBC사장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한겨레 6월15일자 1면.

한국과 아르헨티나

이번 주 미디어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역시 월드컵이었습니다. 지난주부터 거의 모든 미디어들이 ‘월드컵 체제’로 전환하면서 월드컵은 미디어의 중심이 됐습니다. 아니 모든 것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이해하지만 미디어가 지금처럼 월드컵 ‘올인’ 분위기로 가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월드컵 중계를 하지 못한 KBS MBC가 ‘평상체제’인 상황에서도 월드컵 올인 현상은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리스를 완파하고 난 이후 방송사들의 ‘월드컵 집착’은 조금 우려가 되더군요. 

▲ 아르헨티나 전에서 추가골을 기록한 이청용 선수의 모습. ⓒSBS
아무튼 이번 한 주 내내 미디어들은 월드컵을 주요 이슈로 다뤘습니다. 그리스를 2대0으로 이기고 난 후의 기대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이변’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기사들이 지면과 화면 가득하더군요. B조 2차전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는 이번 주 모든 미디어들이 주목한 핫이슈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르헨티나는 강했습니다. 한국은 이청용 선수가 전반 45분 골을 터뜨렸지만 곤살로 이과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면서 1대4로 패했습니다. 한국대표팀이 비록 아르헨티나에 패하긴 했지만 아직 실망할 단계는 아닙니다. 같은 B조에서 그리스가 나이지리아에 2대1로 역전승을 하면서 16강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그리스가 조 2위를 놓고 다투는 상황이 됐지만, 그리스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치르는 반면 한국은 2패를 당한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앞두고 있어 유리한 상황입니다.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SBS 독점중계 ‘역풍’

남아공 월드컵이 진행될수록 SBS 독점중계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져가는 양상입니다. SBS에 대한 비판에 조심스런 언론들도 월드컵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판적인 입장은 미숙한 중계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이나 단독중계로 인한 시청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등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비판적인 입장은 SBS 채널 이미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걸 말하는 겁니다.

부정적인 여론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걸까요. 한마디로 ‘SBS 월드컵 중계=장사’의 이미지입니다. 월드컵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게 비난받을 일이냐 -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정도의 문제라는 게 있습니다. OBS에 경기당 2분 동영상을 제공하는 대가로 10억 원을 요구했다 반발이 일자 철회하는가 하면 광장이나 호텔, 극장 등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월드컵 경기 화면을 내보낼 경우 최대 1억 원까지 요구한다는 보도가 SBS에 호의적인 이미지를 제공해 주진 않습니다.

▲ 한겨레 6월17일자 11면.
서울시내 대형 전광판 운영업체에도 경기당 1000만 원 정도를 ‘중계권료’를 요구하고 15초 광고에 9200만원이라는 뉴스도 쏟아져 나옵니다. 여기에 북한의 월드컵 중계방송을 SBS는 ‘해적방송’이라고 보도했다가, FIFA가 ‘합법방송’이라고 확인해주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KBS 취재팀과 블로거의 거리응원을 제한하려다 빚어진 논란 그리고 홈페이지 게시판을 ‘차단’하면서 누리꾼들의 비난을 자초한 사건도 있습니다. KBS 〈남자의 자격〉제작진이 사용한 월드컵 영상 관련한 논란도 있습니다.

SBS는 이런 논란이 불거지 때마다 FIFA와의 계약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그런 측면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SBS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돈독 오른 방송사=SBS’라는 이미지 말입니다. 누리꾼들의 댓글만 봐도 SBS에 비판적인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지, SBS를 이해하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글쎄요, SBS는 이번 월드컵 중계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걸 강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굵직한 대회의 ‘단독중계’ 계약을 따낸 상황에서 이번 남아공 대회에서 이런 식의 부정적 이미지를 ‘과도하게’ 양산하는 게 SBS에게 득이 되는 건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차라리 금전적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SBS 채널이미지를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그래서 KBS나 MBC에 비해 ‘통 큰 방송사’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면 그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것이 단기적으론 금전적 손해가 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SBS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에 대한 견제심리’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걸 고려하면 SBS의 지금과 같은 행보는 상당히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전략을 바꿔보기를 충고합니다.

‘인민 루니’ 정대세의 눈물

▲ 경향신문 6월17일자 3면.
지난 16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참여연대에 대한 색깔론으로 지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이날 인터넷의 ‘대세’는 북한 월드컵 대표팀의 정대세 선수였습니다. 브라질과의 G조 예선 1차전에서 예상외로 선전을 거둔 북한 선수들에 대한 격려가 인터넷에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기 시작 전, 정대세가 흘린 눈물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대세 선수가 눈물만으로 관심을 모은 건 아니었습니다. 북한 선수답지(?) 않게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그의 발언들과 인간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그에게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들, 이를 테면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기장에서 대화하기 위해 포르투갈어를 열심히 연습했다” “아직 나는 박지성과 비교대상이 아니다. 박지성과 유니폼을 바꾸고 싶었지만 북한 대표팀은 유니폼 한 벌을 몇 경기 동안 입는다. 나중에 유니폼이 모자랄까봐 바꾸지 못했다”는 발언들도 인터넷에서 상당히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한국 국적인 그가 북한 대표팀으로 출전하게 된 사연도 관심을 모았죠. 정대세 선수에게 쏟아지는 이런 관심은 북한 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앞으로 계속될 것 같습니다. 
 
참여연대와 고엽제 전우회

월드컵을 제외하고 이번 한 주 미디어계를 달군 이슈는 참여연대였습니다. 참여연대가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내자, 보수언론과 보수단체 그리고 정부로 이어지는 ‘3자 협력체제’가 가동이 됐습니다. 이적행위·국가보안법 등과 같은 단어들이 참여연대와 함께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보수언론의 집요한 ‘참여연대 죽이기’ 때문에 마치 ‘천안함 사건=참여연대’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는 게 정확할 듯 싶네요. 처음에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였던 외교통상부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문제제기 이후 ‘참여연대 책임론’을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의혹을 가중시킵니다.

▲ 한겨레 6월18일자 9면.
천안함 외교가 생각했던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그 책임을 참여연대에게 지우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죠. 실제 시민사회진영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6·2 지방선거 이후 수세 국면에 있던 여권이 참여연대 사건을 계기로 국면전환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보수언론이 눈을 감아준 덕분(?)에 여론의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고엽제 전우회의 행태도 이번 주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이 각종 퍼포먼스(?)를 이번 주 선보였지만 보수언론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더군요. 가스통을 차량에 매달고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 나타나 위협을 가하는 건 기본이고, 건물 밖으로 나가던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의장을 뺨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 직원들에겐 폭언과 위협, 협박도 가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집회가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집회였음에도 경찰이 단 한 명도 연행하지 않았는데 고엽제 전우회에 대한 경찰의 사랑(?)이 생각보다 깊은 것 같네요.  

불법집회에 대한 엄정대응 방침이 보수단체에겐 적용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아닐까요. ‘진보적인’ 시민단체가 사전 허가 없는 집회에서 가스통 차량에 매달고, 직원들에게 협박을 가했어도 보수언론이 이렇게 침묵하고 경찰이 이렇게 가만히 있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듯 싶습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 가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93.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KBS본부는 지난 14일부터 3일 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재적 조합원 845명 가운데 788명이 참여, 93.3%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총파업 투표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가결되면서 KBS가 ‘외우내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현재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본격적인 여론화에 나서고 있는데 여론의 움직임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KBS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아마 여론은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KBS본부는 오는 30일까지 추가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아마 다음 주가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김재철 MBC 사장의 거취

이근행 MBC노조위원장의 해고를 비롯해 100여명의 무더기 징계를 단행한 김재철 사장이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가 김재철 사장의 책임을 물어 해임안을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 김재철 MBC사장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물론 해임안이 안건으로 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MBC사장 해임안은 방문진 이사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안건으로 채택이 되고, 과반수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가 됩니다. 현재 방문진 이사회는 여당 측 이사들이 6명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안건으로 채택되거나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논의가 된다는 자체만으로 김재철 사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방문진은 오는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이 출석한 가운데 조직개편과 징계 사태 등과 관련해 경위보고를 들을 예정인데, 김 사장이 무더기 징계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상당히 주목됩니다.

방송개혁시민연대 김강원 대표 구속

이명박 정부 들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보수단체죠. 방송개혁시민연대 김강원 대표가 지난 16일 구속 됐습니다. 그런데 구속 사유가 좀 어이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죄질이 참 나쁜 경우에 속합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월 음식업 종사자 2명에게 자신을 드라마 제작회사 대표로 밝힌 뒤 “드라마 세트장에 마련할 매점과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운영명목으로 1억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씨가 피해자들에게 말한 드라마는 기획 단계에만 있었을 뿐 촬영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쉽게 말해 사기 쳐서 경찰에 구속됐다는 얘기입니다.

김 씨는 보수성향의 방송개혁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이명박 정부의 방송 정책에 ‘협력’해왔으며 수배중이었던 지난 14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MBC 〈PD수첩〉에 대한 맹렬한 공격과 엄기영 전 MBC사장 재임시 ‘MBC 흔들기’에 앞장섰던 보수단체의 대표가 다른 이유도 아니고 ‘사기혐의’로 구속이 됐는데, 보수진영도 조용하고 보수언론도 조용합니다. 특히 김씨를 이용(?)해서 ‘진보진영’을 공격했던 보수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게 영 보기가 좋지 않네요. 가정이긴 합니다만 전국언론노조나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가 이런 ‘짓’을 했어도 이들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보수언론 종편 지면전쟁 시작

조중동 등 종합편성채널을 둘러싼 보수언론의 지면전쟁이 본격화 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종편 관련 토론회가 계기가 된 듯 싶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현실성을 고려했을 때 종편을 일단 1개까지 허용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주장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종편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종편 진출을 선언한 보수언론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일 수밖에 없지요.

지난 18일 조선·중앙 등이 이 토론회를 언급하며 종편 진출에 있어 자신들이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면에서 강조를 했는데, 아무래도 최근 종편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조선일보가 종편과 관련해 지면을 통한 여론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앞으로 조중동의 지면전쟁이 노골화 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방통위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네요. 

한겨레의 사과와 노무현 전 대통령

한겨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제목에 그대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11일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기사와 제목에 그대로 사용해 항의를 받았는데 결국 사과하면서 논란을 매듭지었습니다.

▲ 한겨레 6월15일자 1면.
한겨레의 사과는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지난 12일 양정철 노무현 재단 사무처장의 반론이 실렸고, 이 반론 마지막에 ‘사과’를 했는데 한겨레는 다시 편집국장 명의의 사과문을 지난 15일자 1면에 실었습니다. 책임성 차원에서 한겨레의 이런 태도를 높이 평가는 하지만 조금 과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한겨레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겨레가 절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이런 제목을 달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핍박받던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는 편집자의 판단과 선의를 믿습니다. 물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하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반론을 통해 신중하지 못한 점을 비판받았고, 그 반론 말미에 ‘사과’를 했다면 한겨레의 ‘진의’도 인정해 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굳이 편집국장 명의로 다시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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