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선·후배간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소통은 단절됐다. 그만큼 KBS 기자협회장은 누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자리가 됐다. 평기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다 보면 협회장은 간부들과 부딪히기도 해야 하고, 때론 징계도 감수해야 한다.
유원중 신임 KBS 기자협회장은 두 번의 도전 끝에 이 ‘어려운’ 자리를 맡게 됐다. “KBS 보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협회장을 맡게 돼 마음이 무겁다”는 유 회장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회원들을 아우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보도위원회를 정례화해 업무와 직결된 소통부터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현 정부 들어 KBS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KBS 기자들의 취재·제작 능력은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정부를 직접 비판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를 보도하는 것이 확실히 줄었다. 정권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금 KBS에 대한 비판은 보도의 편향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박재완 청와대 수석 기사 누락 등 몇몇 상징적 사건들이 비판여론을 키웠다.”
- 이전과 달라진 부분은 무엇일까.
“보수와 진보를 떠나 KBS가 정권에 완전한 중립을 지켰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그동안 중립에 서려고 노력했고,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현 정부 들어 그것들이 많이 후퇴했다. 공영방송은 늘 양쪽의 비판을 받거나, 양쪽 모두에서 칭찬을 받아야 정상적인 보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쪽에서만 잘하고 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공정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
- KBS가 정권 비판에 무뎌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게이트키핑이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보도의 정밀성,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활동 자체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게이트키핑 강화는 제작자율성 확대와 균형을 이뤄야하는 데, 균형이 깨지다보니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정부 비판적인 아이템이 잘 수용되지 않다 보니, 일선 기자들이 위축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 스스로 제작 자율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좋은 기사를 쓰려고 하는 게 필요하다. 제작 자율성을 저절로 보장해주는 정권이나 회사는 없다.”
- 보도본부 내 소통 강화를 위한 대책은?
“인간적인 것보다 업무와 관련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도위원회 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보도위원회를 정례화 해 격의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겠다. 사실 소통은 부장·팀장이 얼마나 위아래 관계를 잘 조율하는지에 달려있다. 기자협회가 소통의 중심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중간간부들은 인사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사측에 기울어져 있다. 그분들이 나서 제작 자율성 확보 등 후배들의 입장을 많이 얘기해주면, 소통은 물론 보도의 공정성·객관성도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 <추적60분>의 보도본부 이관 등에 대해 반발이 심하다. 기자·PD 협업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협업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지금처럼 두 직종이 평균점에서 만나면 안 된다. 기자·PD 나름의 장점이 수렴돼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부 의견수렴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견인해가다보니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PD저널리즘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도’라난 반발이 나오는 것은 집행부와 직원 간의 신뢰가 깨져있다는 뜻이다. 이왕 할 거면 세련되게 잘 조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자·PD협업의 발전적인 방안 도출을 위해 PD협회에 연구모임을 제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