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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공정방송 쟁취’ 목표 … PD·기자 조합원 대거 동참

‘김인규 호’ KBS에 대한 사실상 첫 정면 도전이 시작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1일 오전 출정식을 열고 ‘임금단체협상·공정방송 쟁취, 조직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의 시작을 알렸다.

KBS본부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파업을 ‘불법’ 규정한 사측이 건물 출입을 봉쇄하면서 본관 앞 계단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 출정식은 청원경찰을 동원한 사측의 방해 속에 본관 앞 계단에서 진행됐다. "KBS를 살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수건을 든 KBS본부 조합원들 앞을 청원경찰들이 막고 있다. ⓒPD저널

청원경찰과의 충돌로 예정 시간보다 30여분 늦게 시작된 파업 출정식에는 400여명의 본사 조합원들이 모여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붕괴되고, 저널리즘 정신이 무너지는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상식이 거부당하고 영혼이 짓밟히는 일터를 다시 살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엄경철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합법적인 파업”이라며 사측의 불법 규정을 정면 반박했다. KBS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내 “단체협약 체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불법 파업”이라며 엄중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사측의 불법파업 규정을 정면 반박하며 "이번 파업은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합법 파업"임을 강조했다. ⓒPD저널

엄 위원장은 “경영진이 밝힌 입장을 보면 하루 빨리 파업을 접고 단체교섭으로 돌아오라고 한다”면서 “사측도 이번 파업이 단체협약 체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불법 파업으로 덧칠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엄경철 위원장은 “지난 2년간 KBS가 망가지는 데 저항한 사원들은 파면, 해임 등의 불이익을 당했지만 보호받을 길이 없었다”며 “단체협약 체결은 공정방송 쟁취 뿐 아니라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틀”이라고 강조했다.

▲ '눈사람 리포팅'으로 화제가 됐던 박대기 기자(왼쪽 두번째)와 <추적60분> 보도본부 이관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던 김범수 PD(왼쪽 네번째) 등이 북을 치며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PD저널
조합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1일 정년퇴임한 전영일 전 KBS 노조위원장은 노동운동에 기여한 점 등을 인정받아 ‘KBS본부 이달의 조합원상’을 수상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34년간 KBS에 근무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지난 2003년부터 5년간 KBS가 신뢰도·영향력 1위를 차지했던 때”라며 “지난 2년은 KBS 직원이라는 게 수치스러웠고, 그래서 KBS를 살리겠다는 새노조에 동참했다. 퇴직 후에도 여러분의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일 오후 2시부터 지역 조합원이 결합한 가운데 전국 조합원 총회를 열고, 2일부터는 서울 곳곳에서 대국민 선전전을 통해 KBS본부가 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알릴 예정이다.

▲ 사측이 KBS본부 조합원들의 본관 진입을 막아나서면서 청원경찰과 조합원간 충돌이 빚어졌다. 일부에선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KBS는 또 타사 기자들의 촬영까지 제지해 기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PD저널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30일 영상제작국 조합원 38명이 추가 가입해 총 인원이 9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KBS본부 조합원은 본사 기자·PD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기자 조합원 230여명은 취재기자의 절반을 넘고, PD조합원 520여명은 제작PD의 80%를 차지한다.

윤성도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PD)는 “<1박2일> 등 예능 PD들도 제작에서 손을 뗐고, 처음으로 드라마 메인 PD들도 파업에 동참했다”며 “파업이 다음 주까지 계속되면 눈에 띄는 방송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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