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가 ‘총체적 위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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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프로가 ‘총체적 위기’인 이유
[민임동기의 수다떨기] 전략 자체를 바꿔야 한다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10.07.12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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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른 평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SBS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 위기다. 그것도 프로그램 한 두 개가 문제가 아닌,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다.

논란의 불을 지핀 건 SBS 〈하하몽쇼〉였다. 〈하하몽쇼〉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하하와 함께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는 MC몽이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이면서 출발 전부터 ‘하차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첫 회에서 표절파문으로 가수활동을 잠정 중단한 이효리를 등장시키면서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물론 이효리의 경우 표절파문 이전에 녹화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문제는 SBS의 태도다. 출연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SBS는 계속 ‘고’만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비슷한 콘셉트와 비슷한 출연진 … 물량공세가 과연 성공할까

지난 11일 첫 선을 보인 SBS〈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도 출발이 좋지는 않다. 하하는 11일 〈하하몽쇼〉에서 MC로 모습을 보이더니 같은 날 같은 방송사인 SBS 〈런닝맨〉에 또 출연했다. 1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방송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다. SBS에서 하하의 콘셉트가 차별화됐으면 좋았겠지만 ‘거기서 거기다.’

▲ SBS '런닝맨' ⓒSBS
〈런닝맨〉의 초대 게스트는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이효리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표절 파문 당사자였던 그녀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온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방송에 등장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표절 파문 이전에 녹화됐다는, 나름 이해할 만한 이유라도 있었지만 SBS 〈런닝맨〉 녹화시점은 정확히 표절 파문 이후였다. 장담하건대 이런 태도는 SBS가 됐든, 이효리가 됐든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오만한 태도로 비춰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유재석이라는 ‘대형 카드’가 있지만, SBS가 처한 난국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런닝맨’의 포맷이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첫 회 방영분을 두고 총평을 할 순 없지만 ‘런닝맨’은 ‘패떳2’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당분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농촌 버라이어티와 차별화 되는 도시 버라이어티를 구현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 취지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건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

도시인의 욕망의 집결체인 백화점을, 새벽 시간에 미션 수행을 위해 달리는 콘셉트는 나름 참신했지만, ‘왜 이들이 달려야 하는지’ ‘미션 수행이 대체 어떤 의미와 즐거움을 주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대체 우리가 새벽에 왜 이러고 있냐”는 유재석의 농담이 농담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집단 출연진이 마치 유행처럼 강세로 굳어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증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SBS 예능 프로그램을 위기로 몰아넣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SBS의 〈하하몽쇼〉와 〈런닝맨〉의 집단 출연진 전략을 탓할 수는 없다.

핵심은 SBS 이미지 추락 … 출연진 의존도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성공한 출연진들을 대대적으로 섭외해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식의 ‘물량공세’ 전략은 그다지 신선한 이미지를 주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SBS 예능은 위태로울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거칠게 말해 ‘이래도 채널 돌릴 거냐’는 식인데, 문제는 이런 방식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 SBS '런닝맨' ⓒSBS
한번 보자. 하하의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MBC 〈무한도전〉에서 형성된 캐릭터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하하가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MC와 출연진으로 맹활약 하고 있지만 〈무한도전〉 이미지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런닝맨〉은 유재석과 함께 출연한 데다 첫 회에서 보여준 하하의 캐릭터는 〈무한도전〉 복사판에 가까웠다. 김종국은 말할 것도 없다. 〈런닝맨〉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유재석과 이효리 등과 짝을 이룬 〈패떳〉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프로그램 콘셉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출연진마저 겹칠 경우 시청자들은 등을 돌린다.

물론 유재석이라는 ‘카드’가 있다. 그런데 ‘유재석 카드’가 〈런닝맨〉을 통해 빛을 발하는 게 아니라 SBS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유재석을 에워싸는 형국이라는 게 문제다. SBS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온갖 논란이, 새로 출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부정적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패떴2〉의 갑작스런 종방이 그렇고, 〈강심장〉의 선정성 논란이 그렇다. 〈스타킹〉 출연진 논란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 지금 SBS는 월드컵 단독중계에 따른 비난에다 이른바 ‘장사’가 되지 않으면 최소한 ‘설명’ 같은 절차도 없이 프로그램을 그냥 없애버리는 이미지까지 계속 덧씌워지고 있다. 여기에 출연진과 관련한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 ‘고고고’를 외치는 듯한 SBS의 태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SBS의 지금과 같은 전략이 과연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물론 〈런닝맨〉의 시청률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악화된 SBS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는 아무리(?) 유재석이라도 무리인 듯 싶다. 

그래서 SBS는 지금 총체적 위기다. SBS의 강점인 예능이 위기라는 건, SBS가 위기라는 말과 같다. SBS가 한 두 개 프로그램이 아닌 채널 이미지 자체를 수정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런 ‘인해전술’과 ‘물량공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건 한 방송사의 실패가 아니라 예능과 예능인의 실패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SBS가 시청률보다는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애정을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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