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 무는 ‘KBS 블랙리스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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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강경대응’에도 증언 잇따라… “특정 출연진 배제 움직임 분명 있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의문을 제기한 이른바 ‘KBS 블랙리스트’에 추가 증언이 잇따르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KBS는 이에 ‘사실 무근’이라며 고소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트위터를 통해 “KBS <TV 책을 말하다> 높으신 분이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했다”고 주장했고, 유창선씨는 블로그에 “KBS 1라디오에서 갑자기 하차통보를 받았고, 위로부터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KBS는 ‘허위 날조’ 등의 표현을 써가며 두 사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KBS는 “<TV 책을 말하다>는 프로그램 노후화에 따라 폐지됐으며, KBS 1라디오는 제작진이 참여하는 편집회의를 통해 유창선씨를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이와 더불어 진중권·유창선씨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김미화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KBS가 잇단 법적 대응방침을 시사하자 ‘지나친 강경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김미화씨 등 당사자들도 KBS에 ‘정면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은 커졌다. 김씨는 지난 10일 MBC 기자와 만나 “트위터에 올린 글은 떳떳했다”며 “끝까지 법적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중권씨는 “KBS가 자신을 고소한다면 ‘맞고소’하겠다”고 했고, 유창선씨도 “KBS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고소를 해온다면 그 사람들이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KBS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파문’ 관련 증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배우 문성근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 <아침마당> 출연이 돌연 취소된 건 사실”이라고 밝혔고,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TV책을 말하다>의 급작스런 폐지가 블랙리스트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추가 증언에 대해 KBS는 더 이상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화씨 고소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13일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일일이 법적으로 다투는 게 KBS로서 득이 될게 없다는 판단”이라며 추가 법적 대응은 없음을 내비쳤다.

한편 “블랙리스트 문건이 없다”는 KBS의 해명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홍기호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PD)은 “블랙리스트를 물리적 실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고,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며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에 대해 출연을 제어하는 분위기나 움직임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윤성도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PD)도 “현실적으로 김미화, 김제동씨 등이 KBS에 출연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비유적 표현으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했다면 그건 맞는 얘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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