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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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엔 땀흘려 산을 오르자
  • 승인 1997.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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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랍시고 어줍잖게 고답적인 얘기만 골라서 하다 보니 몇 달만에 꺼리가 떨어졌는지 오늘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마땅히 쓸 얘기가 없다. 언제나 모두의 관심거리인 듯한 정치판 상황도 보름 전이나 지금이나 진흙밭에서 뒹구는 개꼴들이어서 더 이상 점잖은 욕도 중언부언이 될 것 같고, 그 선거열풍에 밀려 칼럼의 모티브가 돼야 할 대중적인 화젯거리도 그저 시들하기만 하다. 그래서, 오늘은 필자가 머리를 굴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절기를 살펴보니 대서(大暑)가 며칠 전이었고 초복(初伏)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옛날 말로 ‘오뉴월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시절이니, 개라면 애완용 밖에 모르는 듯한 사람들이 뭐라 하든, 여전히 조선민족의 전통음식의 하나인 보신탕 때문에 전국의 황구들이 비명을 지를 즈음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방학 동안에 피서를 떠나지 않을 수도 없는 터, 이 여름철을 어떻게들 보낼 작정이신지?일핑계로 여름마다 피서니 휴가니 잊고 산 지가 오래여서 가족들로부터 점수를 팍팍 깎이고 있는 가장들은 이번 여름엔 오랜만에 가족들과 땀을 좀 양껏 흘려보는 것이 좋겠다. 에어콘 바람에 익숙해져 어쩌다 여름 뙤악볕 속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겁부터 덜컥 나는 사람들은 더구나 피부의 체온조절 능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 생각해 보면 땀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불쾌한 것은 아니다. 흐르는 땀이 증발되지 않고 먼지와 범벅이 돼버리는 도심지의 끈적거리는 땀이 불쾌한 것이지, 공기 좋은 야외에서 보람있는 육체노동을 하거나 등산 같은 육체활동으로 흘러내리는 땀은 불쾌하기는 커녕 시원하기까지 하다.필자가 생각하는 기분좋게 땀 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높지막한 산을 오르는 일이다. 등산을 하면서 흘리는 땀은 몸 안에서 생성된 체열을 발산하기 위한 땀이므로 외부에서 열을 가해 억지로 짜내는 사우나 따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심폐기능을 확실히 향상시킨다는 점도 사우나는 물론이고 다른 스포츠와 차별되는 등산의 강점이다. 요즘 여러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골프도 온몸운동이 되어서 좋다는 말을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골프는 그저 허릿살이 빠지게 해주는 정도의 스포츠이지 심폐기능을 높여주는 운동량은 보장하지 못한다. 얘기 들은 바로는, 주말마다 골프를 치는 덕분에 40대 중반에도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던 어떤 분이 직장에서 야유회를 겸해 북한산을 올랐는데, 그만 산 중턱의 약수터에도 못올라 주저앉고 말았더라고 한다. 휴가기간에 산엘 오르려면 적어도 1천 미터 이상 되는 산을 오르기를 권한다. 그 이하로는 올라도 별 운동이 안될 뿐만 아니라, 산이 그 정도는 돼야 품이 넉넉해 숲도 우거지고 물도 풍부하고 주변에 구경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가는 것이 한적해서 좋고 주민들 인심도 때묻지 않아 좋다. 일간신문에 나오는 정도면 이미 대중화된 곳이니 가면 사람구경만 하게 된다. 전문잡지를 잘 활용하면 좋다.몇가지를 덧붙이자면, 손수 밥을 하는 것이 재미있고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것이 싫은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야영을 하기보다는 민박이 좋고 음식도 가끔은 민박집에서 해주는 것을 사먹는 게 좋다. 지방의 토속적인 음식을 맛보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또한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으며, 얘기가 잘 통하면 일가친척 처럼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등산이 좋은 점의 또 하나는 높은 곳으로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3층 옥상에만 올라가 내려다 보아도 기분이 좋을진대, 자기 발로 힘겹게 걸어올라가 발아래를 내려다 본다는 것은 분명 굉장한 희열이다. 게다가, 때로는 이런 경험이 속세의 어려움을 견디는 힘으로 작용함에랴! “너희들은 모르지 내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저 높은 산보다 더 높이, 구름보다 더 높이... ...보다 더 높이... 도요새, 도요새, 이 몸은 비록 작지만, 도요새, 도요새, 가장 높이 날으는 새”. (정광태의 노래 ‘도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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