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영웅호걸’이 넘어야 할 몇 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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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여성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되려면

18일 방송된 SBS 〈영웅호걸〉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는 점에서 ‘기대 반’이고, 몇 가지 우려할 만한 대목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 반’입니다.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영웅호걸〉은 ‘우려 프로그램’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영웅호걸〉이 새로운 포맷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내용도 참신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영웅호걸〉을 주목하게 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 이유는 앞으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흐름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영웅호걸’의 첫 번째 과제, 관습의 탈피

▲ 7월18일 방송된 SBS 〈영웅호걸〉ⓒSBS
〈영웅호걸〉의 주축은 여성 연예인 12명입니다. 노사연, 서인영, 박가희, 정가은, 신봉선, 유인나, 홍수아, 나르샤, 이진, 카라 니콜, 아이유, 티아라 지연이 멤버입니다. 멤버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성 아이돌부터 구세대와 원조 아이돌 멤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멤버구성은 아이돌 그룹을 주축으로 농촌에서 자급자족을 바탕으로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KBS 〈청춘불패〉와도 차별화가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차별화’에 〈영웅호걸〉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차별화’를 시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12명의 멤버구성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죠. 이들 멤버들이 빠른 기간 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세대별 격차’도 벌어져 있습니다. 이는 자칫 프로그램이 중심을 잃을 경우 산만해 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제작진도 아마 이런 우려를 감안해 이휘재, 노홍철 두 남자 MC를 투입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저는 〈영웅호걸〉이 첫 번째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만함보다는 관습의 탈피에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습이란 ‘젊은 여성 출연진’에 대한 남자 MC의 일방적 두둔 같은 거를 말합니다. 이런 설정은 이들과 ‘구세대 및 30대 여성 출연진들’ 간 대립구도를 설정하게 되는데, 이런 구도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어렵습니다. ‘주목받는 아이돌’ vs ‘망가지는 구세대’ 콘셉트는 〈영웅호걸〉 외에도 많기 때문이죠. 

‘영웅호걸’의 두 번째 과제, 위계구도의 ‘예능적’ 극복

‘위계질서’를 어떻게 ‘예능적으로’ 극복해 나갈 것인 지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최고령자(?) 노사연과 막내급인 니콜, 아이유, 지연이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조화롭게 꾸려 나가기란 쉽지 않죠. 이들 사이를 연결하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사이의 여성 연예인들의 캐릭터와 위치도 애매합니다.

이런 어정쩡한 구도는 자칫 노사연의 ‘권위’를 일방적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20∼30대 여성 연예인들의 ‘중간 그룹’과 막내 출연진들이라는 ‘위계질서’를 형성하기가 쉽습니다. 실제 18일 첫 방송에서 출연진들이 창고로 모일 때 이런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었죠. 출연진 스스로 ‘잘나가는 팀’과 ‘못나가는 팀’으로 나눴는데 이 때 기준은 ‘나이 순’이었습니다. 어린 막내들은 기 센 ‘고참 선배들’에 굽신(?)거렸고, 노사연은 직접 자신이 ‘잘나가는 멤버’와 ‘못나가는 멤버’를 지정하기도 했죠.

물론 이 ‘위계질서’는 제작진이 미리 준비해 놓은 ‘설문조사’로 무용지물이 됐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모습은 기존 위계구도에 상당히 종속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영웅호걸〉 멤버들에 대한 제작진의 설문조사가 앞으로 이런 위계구도를 깨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12명 멤버들의 ‘예능감’이 얼마나 발휘되는지 여부가 성공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구세대의 포용력과 아이돌의 당돌함이 ‘화학적 조화’를 이룬다면?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 ⓒSBS
‘영웅호걸’의 세 번째 과제는 ‘주제의식’ 

〈영웅호걸〉의 마지막 과제는 주제의식입니다. 버라이어티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MBC 〈무한도전〉과 KBS 〈1박2일〉,〈남자의 자격〉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분명한 목표와 주제가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겠지요. 남성을 주축으로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차별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S 〈청춘불패〉 역시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는 여성 아이돌 생활체험기’라는 분명한 색깔이 있습니다. 

첫 회가 방영된 〈영웅호걸〉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게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아직 멤버들간의 신경전 외에 특별한 소재와 주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조금 우려를 하게 만듭니다. 기존 버라이어티와 차별화를 꾀한 ‘여성 버라이어티’가 지금까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인 멤버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중요하다는 건 〈패떳2〉가 이미 증명을 하고 있습니다. 〈청춘불패〉에 이어 〈영웅호걸〉이 ‘남성 위주’의 버라이어티에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런 몇 가지 과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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