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지역시청자 얻는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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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지역시청자 얻는게 뭔가”
야당 이사 4인, 22일 부산에서 국민공청회 개최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7.23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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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KBS가 왜 지금 수신료를 올려야 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KBS 야당 쪽 이사들이 22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개최한 국민공청회 ‘수신료 현실화, 국민에게 묻는다’에 참석한 이 지역 언론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KBS가 수신료를 올리면 지역 시청자들에게 돌아오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 KBS 야당 이사 4인이 주최한 국민공청회 '수신료 현실화, 국민에게 묻는다'가 22일 오후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PD저널

참가자들은 특히 수신료를 올리려면 지역 방송의 질적 향상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진구 부산 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역 총국은 인력이 부족해 지역 의제를 다룬 프로그램의 시의성이나 질이 떨어진다”며 “이런 문제를 시정하는 것을 전제로 수신료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사무처장은 “부산에도 지역 의제로 취재할 내용이 많지만 방송되는 내용은 상당히 부족하다”며 “서울의 경우 PD가 2~3달 동안 취재해 한 프로그램을 내보내지만, 부산은 2주간 준비해서 바로 방송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바뀐 상황이 반영되지 않거나 시의성이 떨어진다. 시청자들이 잘 보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역국 인력 부족, 서울 중심 뉴스 … 수신료 인상, 지역방송 활성화 전제돼야”

문종대 동의대 교수도 “KBS 부산총국은 다른 지역방송에 비해 자체 제작율도 낮고, 뉴스도 서울 중심의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보도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부산 시청자들은 서울 교통상황까지 봐야하지만, KBS 지역뉴스는 사건·사고나 봄소식 등이 주류를 대부분”이라며 “제1세계가 제3세계를 보도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문종대 교수는 “KBS가 경영 필요에 의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오만한 결정”이라며 “지역 공영방송을 위한 수신료를 책정해야 한다. 서울의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보도만 나오는 게 무슨 공영방송이냐. 이런 상황에선 수신료 인상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말을 보탰다. 양 위원은 “KBS는 적어도 부산 사람들이 수신료를 내면 그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명확한 설명과 설득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교통상황을 더 좋은 화면으로 보려고 부산 사람들이 수신료를 내겠냐”며 “(수신료를 올려) 지역방송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민공청회를 주최한 KBS 야당 이사들 가운데 이창현 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PD저널

이날 공청회에서는 KBS 여당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안병규 부산 민언련 공동대표(인제대 교수)는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방식은 대화·토론이 없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과 닮아있다”며 “합의 없는 이사회 결정은 법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의 행태는)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이라고 말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이창현 KBS 이사는 “여당 쪽 이사들이 (장소 협조를 제한하는 등) 국민공청회를 현실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며 “지금 여의도에서는 여당 이사들끼리 소집 요청을 해 이사회를 열고 있다. 수신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듣지 않겠다는 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종편 몰아주기’ 오해 받으면서 굳이 지금…

수신료 인상을 꼭 지금 추진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강창덕 경남 민언련 공동대표는 “수신료 인상이 보수신문들의 종합편성채널 살리기를 위한 방편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KBS가 굳이 이런 오해까지 받을 필요는 없지 않냐”며 “KBS가 정치논리에 편승해 수신료를 올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도 “KBS의 수신료 인상이 종편 몰아주기처럼 보인다면, 차라리 종편 선정 이후에 추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또 “수신료 인상폭은 지불의사가 있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지, KBS 구성원 등에게 인상폭을 묻겠다는 건 웃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김영호, 진홍순, 고영신, 이창현 KBS 이사를 비롯해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김덕재 한국PD연합회장(KBS PD협회장), 유원중 KBS 기자협회장, 박성호 EBS 정책기획부 차장과 부산경남지역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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