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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세이] 막내린 ‘커피하우스’에 대한 단상

조용한 끝맺음이다. 〈풀 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의 표민수 PD가 연출을 맡고 〈순풍산부인과〉〈거침없이 하이킥〉의 송재정 작가가 결합한 〈커피하우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강지환과 박시연 그리고 티아라 함은정이 주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밖의 조촐한 드라마 종영이었다.  지난 27일 SBS 〈커피하우스〉는 그렇게 끝이 났다.

‘커피하우스’는 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

▲ SBS ‘커피하우스’ⓒSBS
‘명품 드라마’에 ‘시트콤적인 요소’가 결합되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커피하우스〉에 그런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 〈커피하우스〉와 관련한 많은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들 기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했던 게 있다. ‘시트콤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어정쩡한 무엇’이 됐다는 것!

‘어정쩡한 무엇’이라는 평가는 조금 인색한 것 같고, 애초 표방했던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건 분명한 듯 싶다. 자기세계가 독특한 프로와 아마추어의 이야기를, 일상적 소재를 활용해 로맨틱 코미디로 구현하겠다는 ‘포부’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받았던 MBC 〈커피프린스 1호점〉과의 비교를 통해 〈커피하우스〉의 부족한 부분을 찾고 있다.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니까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에 〈커피하우스〉는 ‘커프’가 아니라 〈베토벤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게 더 적절한 것 같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강지환과 그가 연기한 이진수 작가는 ‘커프’의 주인공들보다는 강마에 캐릭터와 훨씬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커피하우스’의 부족한 2%는 강지환이었다

▲ SBS ‘커피하우스’ⓒSBS
강지환의 연기가 문제였다는 게 아니다. 〈커피하우스〉에 출연한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커피하우스〉를 비판한 기사들도 이 부분만큼은 인정할 정도였으니까. 문제는 그의 연기가 아니라 이진수라는 캐릭터가 강지환과 잘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젊은’ 베스트셀러 작가와 강지환은 그런대로 조화를 이루지만 ‘까탈스러우면서 독특한 세계관의 작가’와 강지환은 잘 매치가 되지 않았다. 〈커피하우스〉의 기획의도가 자연스럽게 발휘되려면 변덕스럽고 ‘지랄 맞은’ 이진수라는 캐릭터가 부각이 돼야 하는데 ‘강지환의 이진수’는 그렇지 못했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라기보다는 ‘좀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스마트하고 모던적인 젊은 작가’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는 얘기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네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부각됐을 때 〈커피하우스〉의 중심이 흔들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작가 이진수(강지환 역)는 프로라고 하기엔 너무 ‘젊었고’ 서은영(박시연 역) 역시 녹록치 않은 출판사 사장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프로라기보다는 ‘잘 나가는’ 젊은 작가와 ‘잘 나가는’ 출판사 사장에 더 적합했다는 말인데, 이런 구도에선 프로와 아마추어의 세계는 ‘묻히기’ 십상이다. 〈커피하우스〉 후반부가 남녀 간 애정라인에 비중을 두게 된 것도 어쩌면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 SBS ‘커피하우스’ⓒSBS
‘배우’ 함은정의 발견

비록 〈커피하우스〉는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배우’ 함은정의 발견은 가장 큰 성과였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하우스〉의 함은정을 걸그룹 티아라의 은정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녀는 〈토지〉〈야수와 미녀〉〈고사〉 등에 출연한 아역배우 출신이다.

〈커피하우스〉 제작사가 티아라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라는 점 그리고 ‘그녀’가 걸그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에선 연기 이외의 ‘프리미엄’을 누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승연이라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 냄으로써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녀’의 다음 연기행보를 기대하는 이유다.

〈커피하우스〉를 통한 ‘표민수와 송재정의 결합’ - 성공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실패로 규정하기보단 아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지 않을까. 비록 〈커피하우스〉가 리얼리티와 재미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연출자 표민수와 작가 송재정의 가능성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사족 하나

SBS 〈커피하우스〉는 올해 국내에서 도입된 간접광고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드라마이다.  커피전문점 ‘카페베네’가 〈커피하우스〉 간접광고를 했는데, 이 때문에 드라마 곳곳에 ‘카페베네’의 매장과 로고, 상품이 등장한다. 국내 드라마에 간접광고가 결합한 첫 케이스가 된 셈인데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사견임을 전제로 주변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너무 대놓고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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