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체제’ 견제 세력 입지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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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체제’ 견제 세력 입지 다졌다
KBS 새노조 파업 성과와 과제는? … 제작현장 '공정성 회복' 관건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7.30 16: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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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단체협약 체결, 공정방송 쟁취'를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29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파업 첫날 출정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모습. ⓒPD저널
파업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됐지만 조합원들의 파업 동력은 줄지 않았다. KBS본부는 이번 파업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조합원들의 결속력 강화를 꼽고 있다. ⓒPD저널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도 이번 파업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KBS본부 조합원들은 국민들에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의 파업이 29일 만에 끝났다. 단체협약 체결이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KBS본부가 출범부터 주장한 것은 현 정부 들어 ‘관제방송’이란 비판을 받는 KBS의 공정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었다.

KBS본부는 ‘공정방송’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 초부터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 설치를 포함한 단협 체결을 요구해왔다. 파업을 끝내며 사측과 작성한 합의문에도 이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사측과 합의한 내용만 놓고 볼 때, KBS본부가 파업으로 무엇을 얻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합의문에는 단협 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만 했을 뿐,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없기 때문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단체협약 체결, 공정방송 쟁취'를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29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파업 첫날 출정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모습. ⓒPD저널

“김인규 사장 공방위 설치 약속 … 단협체결 확신”

KBS본부도 이 점을 인정한다. 파업 중단을 결정한 대의원대회와 조합원 총회에서도 같은 비판이 제기됐다. 대신 합의문과 별도로 KBS본부는 단협 체결에 대한 구두 약속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엄경철 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합의서 문구 자체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지만, 김인규 사장 면담 등을 통해 공방위 설치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이후 사측의 협상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내달 2일부터 재개되는 단체교섭에서 사측은 협상 대표를 김영해 부사장으로 승격시켰고, 교섭 기간 동안 KBS본부 집행부 8명의 전임 활동도 보장키로 했다. 조만간 노조 사무실도 제공할 예정이다.

KBS본부는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단체협약 체결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엄경철 위원장은 “사측이 단체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면 다시 파업을 재개할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 파업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됐지만 조합원들의 파업 동력은 줄지 않았다. KBS본부는 이번 파업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조합원들의 결속력 강화를 꼽고 있다. ⓒPD저널

‘김인규 체제’ 견제 세력 자리매김 … 공방위 역할 기대

파업을 통해 KBS본부는 ‘실체’를 인정받았다. 김인규 사장도 임원회의에서 몇 차례 “KBS본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단협이 체결되면 KBS본부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김인규 체제’의 견제세력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된다.

사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기존 노조(KBS노동조합)만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던 회사는 이제 KBS본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파업 기간 중 조합원 1000명을 돌파한 KBS본부는 단협이 체결되면 추가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KBS본부는 대표적인 견제 장치로 공방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엄경철 위원장은 “공방위에서의 문제제기는 경영진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정부 편향적인) 무리한 시도나 헛발질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위원장은 또 “지금은 노골적인 편파방송보다 정부에 불리한 사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양적·질적 분석을 통해 이 부분을 문제제기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성 회복 노력’ 제작현장으로 이어져야

동시에 KBS본부는 파업 기간 동안 외쳤던 ‘공정성 회복’이 제작 현장에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파업 중단 결의문’을 통해 제작현장의 편향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특히 정권홍보 프로그램이나 특정 출연자 배제 등 KBS의 공영성을 침해하는 부당지시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엄경철 위원장은 “그동안 장기취재 아이템을 낼 때 자기검열이 있었다. 4대강 사업 등 민감한 문제가 빠진 것이 사실”이라며 “(파업 경험을 토대로) 비판적인 아이템을 적극 제기하고 (만약 누락될 경우) 노조가 나서 따질 것이다.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도 이번 파업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KBS본부 조합원들은 국민들에게 "관제방송으로 추락한 KBS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PD저널

“KBS에도 저항세력 있다” 각인 … ‘수신료 인상’ 합의는 논란

KBS본부는 또 이번 파업을 통해 ‘관제방송’으로 추락한 KBS에도 저항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KBS본부는 기존 노조와 구분해 ‘새 노조’로 불리며 파업 기간 동안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에 동참한다고 사측과 합의한 것은 외부 세력의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0일 낸 논평에서 “이명박 대통령 대선특보를 지낸 김인규 사장 체제에서 KBS는 사회적 합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KBS본부의 ‘섣부른 타협’을 우려했다.

엄경철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 반대) 분위기에서 비판을 예상했다”며 “수신료 부분이 노사 합의에 들어간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그것으로 협상의 돌파구가 뚫린 측면이 있었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엄 위원장은 “다만 수신료 인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공정성 회복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지금 이대로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새 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싸우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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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아이들 2010-07-30 17:51:55
참 희안한 연놈덜..한달파업하고..단협 다시 시작하자란 종이 쪽지 하나 받았냐?그리고 경처라는 사장 구두 립서비스 받았서 파업 풀었다고...똘아이들 아니니..그럼 앞으로 김인규는 한 달 파업해도 아무것도 안주어도 된다는 결론을 얻은 거 아니니..한국 노동사에 큰 업적을 세웠다..그냥 한 달 버터도 아무것도 없이 복귀시킬 수 있다는 에라이 쌍 똘아이들아 그런니까 니덜이 귀족노조,양아치노조,강남노조라는 소릴 듣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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