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 청와대 기자단 책임은 없나
상태바
‘8·8 개각’ 청와대 기자단 책임은 없나
[민임동기의 수다떨기] 개각보도, ‘김태호’만 있고 ‘평가’는 없다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10.08.09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향신문 8월9일자 3면
미디어오늘 7월28일자 2면
조선일보 8월9일자 3면
중앙일보 8월9일자 1면

‘8·8 개각’을 평가하기 전에 하나 살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결정’입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지만,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은 이번 개각이 발표될 때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개각 관련 보도를 이런 식으로 합의한 전례가 있는 지 의문이지만 어찌됐든 ‘그들’은 ‘그렇게’ 합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합의한 ‘보도유예’의 결과물이 바로 ‘8·8 개각’인 셈입니다. 이 부분을 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번 개각에 대한 언론보도의 ‘정치학’이 보이기 때문이죠. 언론의 개각보도에 왜 김태호의 ‘가능성’만 보이고 ‘한계’는 보이지 않는 지, 그 이유도 이 부분을 주목해야 제대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개각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김태호 가능성’에만 방점 찍은 청와대와 언론들

청와대가 이번 개각을 설명하면서 ‘김태호’에 방점을 찍을 수는 있습니다. MB의 김태호 선택에 대한 의미를 청와대는 세대교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각과 관련해 언론의 평가가 청와대의 설명과 해석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그건 언론이 가진 검증이란 무기를 스스로 반납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면을 살펴보고 진의를 헤아리며 진정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 조선일보 8월9일자 3면
조선일보는 9일자 3면에서 “성장과정이 내 분신 같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소개한 다음 〈‘차세대 주자’로 키우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 내정자를 차기대선 구도와 연결시키는 보도는 대다수 언론이 엇비슷합니다. 8일 방송뉴스와 9일자 대다수 신문의 ‘8·8개각 보도 분석’은 대략 이런 ‘수준’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 중앙일보 8월9일자 1면
주목해야 할 것은 ‘세대교체’의 진정성과 현실성입니다. 중앙일보가 9일자 1면에서 보도한 것처럼 〈40대 총리, 그 밑에 ‘실세’ 특임장관〉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의 세대교체는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김태호 총리 인선에 따른 세대교체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그만큼 ‘실세 총리’의 권한이 함께 따라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책임 총리제’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이는 이번 총리 인선이 실질적 인선보다는 상징적 인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말해줍니다.

‘김태호 세대교체’ 이면을 짚어야 하는 이유

‘김태호 국무총리’ 카드가 겨냥한 효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다수 신문과 방송들은 이번 개각의 포인트를 ‘김태호와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사실 이번 개각의 핵심은 이재오 특임장관으로 대변되는 ‘MB 친위체제 구축’과 외교·국방·통일부 등 안보라인의 유임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번 개각의 핵심포인트를 분석과 해설이라는 미명 하에 ‘두루뭉실’ 넘어가고 있습니다. 차기 대권 구도와 연결시키는 ‘정치공학적 분석’이 지면과 화면을 차지하면서 정작 언론이 해야 할 ‘개각의 의미와 평가’에 대한 부분은 논외로 치부됐습니다. 마치 ‘김태호’만 있고 ‘평가’는 없는 이상한 모양새가 언론보도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이 9일자 3면에서 보도한 내용은 주목해 볼 만합니다. 일부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향신문 8월9일자 3면
“김(태호) 내정자 발탁은 이번 개각의 비판 지점을 피해가기 위한 ‘정치공학적’ 성격이 짙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내정 등 측근 배치를 통한 친위부대 형성과 외교안보라인 유임 등 쇄신 거부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찾은 상징적 카드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총리로 내세운 것은 집권 후반기에도 책임총리제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40대 총리가 얼마나 소신을 발휘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린다. 김 내정자가 제자리를 못찾는다면 자칫 ‘얼굴마담’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존재이유를 묻는다

대다수 언론이 핵심을 외면하고 ‘곁가지’를 주목한 이유가 뭘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이번 개각이 발표될 때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기로 ‘합의’를 한 마당에, 개각과 관련한 제대로 된 평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비판과 견제가 없으니 ‘친위체제’가 가동되는 것이고, 평가와 질타가 없으니 ‘세대교체 총리’의 한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겁니다. 한국 정치부 기자들의 능력이 문제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능력 이전에 ‘기본자세’의 문제입니다.

▲ 미디어오늘 7월28일자 2면
그러고 보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 해외연수가 급증했다는 미디어오늘 기사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해외연수 대상자들이 대부분 이른바 ‘중앙언론’이라는 점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개각보도는 ‘보도유예’하고, 해외연수는 늘어가고 … 이쯤 되면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