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북극과 정글’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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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북극과 정글’ 여행하기
[주목! 이 주의 책] 휴가 막바지 읽어볼만한 책 ①
  •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10.08.16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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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김민아 / 토네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준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과 〈북극의 눈물〉 제작에 참여했던 김민아 PD의 생생한 제작기를 담은 책입니다. 요즘 드라마나 다큐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 관련 책들이 쏟아지는데, 이 책은 ‘그런 책’과는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성공스토리를 담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민아 PD가 이 책에서 전하는 정글과 북극의 이야기는 방송화면에서 접했던 것과는 차원이 좀 다릅니다. 그만큼 생생하고, 또 그만큼 제작진이 흘린 땀의 흔적이 책 곳곳에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아마존의 눈물〉과 〈북극의 눈물〉은 프로그램 못지 않게 제작진 또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초대 손님으로 등장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일한 여성 스태프였던 김민아 PD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 책이 참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사실 이 책은 김민아 PD가 경험한 ‘북극과 정글 탐험기’라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 그만큼 모질게 고생을 했고, 정말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도 수차례 했더군요. 무엇보다 제작진의 그런 고생기를 읽으면서, 당시 TV 화면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장점입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지켜가고 있는 ‘그들’의 선한 눈매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인생기출문제집2’ (노홍철 양익준 외 / 북하우스)

2009년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인생기출문제집〉의 후속편입니다. 〈인생기출문제집〉의 가장 큰 장점은 ‘질문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것’이었는데 이런 기조는 후속편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생선배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하자는 취지 -  이것이 〈인생기출문제집〉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요.

〈인생기출문제집2〉에도 탤런트와 개그맨, 프로듀서, 광고인, 영화감독, 기자 등 다양한 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인생기출문제집〉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이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책이 아닙니다. 〈인생기출문제집2〉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2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성공신화, 이른바 ‘스펙쌓기’에 갇힌 채 살고 있는 20대를 집중 타깃으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대부분의 20대가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말입니다.

이 책에서 많은 인생선배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진짜 행복한 삶이다.” 여러분은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요? 아니 정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나요. 만약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약간의 응원과 격려를 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학교도서관저널’ 7-8월 합본호

벌써 8월입니다. 이제 방학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방학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요. 혹시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외치진’ 않았나요. 그런 부모님들을 위해 〈학교도서관저널〉을 권합니다. 방학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번 쯤 읽어보세요. 공부 외에도 아이들이 경험해야 할 게 매우 많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학교도서관저널〉 7·8월 합본호의 콘셉트는 ‘방학, 낯선 세상으로 창을 내다’입니다. 아이들이 여름방학에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특집으로 꾸민 것이 특징입니다. 다양한 활동은 말 그대로 공부 외에 ‘다양한 활동’을 의미합니다. 아니 ‘공부’라는 말을 협소하게 해석하지 않고 광의로 해석하면 ‘다양한 활동을 통한 공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학원 문제집 풀고, 교과서 달달 외우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니까요.

문학작품 속에 나왔던 곳을 여행하는 것도 공부고, 박물관을 한번쯤 찾아보는 것 역시 공부입니다.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애니메이션을 다양하게 접하고 감상문을 한번쯤 써보는 것도 공부이지요. 〈학교도서관저널〉 7·8월 합본호에는 이런 ‘광의의 공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스펙쌓기’를 잠시 멈추고 ‘광의의 공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얘기일 뿐이라고요? 글쎄요, 그런 의문을 던지는 분들이 있다면 앞서 소개한 〈인생기출문제집〉1권과 2권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김병준 외 / 오마이북)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는 책을 매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읽은 책을 통해 ‘그’가 고민한 민주주의와 진보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를 더합니다. 지난 5월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라는 책이 출간 됐는데, 일종의 후속편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여기서 소개된 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 외에 1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여기서 소개된 책을 모두 읽었다고 볼 수는 없지요. 하지만 적어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간접적으로 읽는 경험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효용성은 큽니다. 서점에 가서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 지 모르거나 망설이는 분들에게 여기서 소개되는 10권의 책은 일종의 안내서와도 같습니다. 사실 소개된 10권의 책 리스트를 보면 결코 읽기에 쉬운 책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다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한번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강수돌 / 생각의 나무)

일중독의 위험성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강조해왔던 강수돌 교수가 펴낸 책입니다. ‘살림의 경제학’을 줄곧 강조했던 저자가 한국 사회를 향해 비판의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예전에 비해 약간 ‘격하게’ 다가오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차분히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시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강수돌 교수가 이 책에서 주목한 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어졌던 여러 이슈들입니다. 그런데 그 이슈를 풀어내는 방식이 특이합니다. 이 책이 지닌 장점이기도 한데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용산참사나 천안함 참사와 관련한 이슈를 거론한 다음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유가족을 찾아가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사죄 하겠다”고 말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가정이고, 상상이고,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분들에게 이 책은 어쩌면 공허감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력이 사라지고, 꿈을 꾸는 것이 어려워지는 시대에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실적 대안보다 희망과 꿈,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낱 상상에 불과한 소리를 하고 있네’라는 말을 내뱉는 현실이 더 무서운 건지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 지승호 / 북폴리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MBC 〈PD수첩〉이 방송 20년을 정리하고 기념하기 위해 만든 ‘20주년 기념 책’입니다. 20주년을 맞은 〈PD수첩〉에 대한 헌사가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뷰 전문가’로 평가받는 지승호 씨가 이슈의 중심이 됐던 역대 9명의 〈PD수첩〉 PD들을 직접 만나서 방송에서 말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책에 담아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책의 상당부분이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은 흥미로운 책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할 부분이 ‘날 것’ 그대로 반영돼 있고, 한국 언론의 슬픈 자화상이 기록돼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은 〈PD수첩〉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와 언론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그런 책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가시울타리의 증언’ (황용희 지음 / 멘토 프레스)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합니다.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역사를 서술하는 사람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흔히들 역사라고 하면 거시적인 측면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 개인의 인생사도 광의적 개념으로 보면 역사입니다.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 것만이 역사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가시울타리의 증언〉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특이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간 영등포교도소에 근무하고 있는 현직 교도관 황용희 씨입니다. 일종의 감옥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건, 이 책이 감옥 내 세상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책 속에는 감옥 바깥의 ‘세상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외부로 알려지게 됐는지’도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게 되는 건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입니다. 동서고금 감옥의 역사를 언급하는 전문성은 기본이고, 여기에 고전과 문학까지 넘나드는 저자의 필력을 보면서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되더군요. 저자의 해박함과 깊은 통찰력에 여러 번 놀라게 되더군요. 역사를 ‘이런 식으로’ 서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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