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의 변화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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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의 변화 지켜봐 달라”
[인터뷰] ‘상지대 사태’ 취재한 김민희 KBS PD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8.17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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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서 복귀한 <추적60분> 제작진이 선택한 첫 아이템은 ‘상지대 사태’(11일 방송)였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비리 전력이 있는 옛 재단의 복귀를 결정하면서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바로 그 사건 말이다.

<추적60분>이 상지대 편을 방송한 것은 여러모로 의외였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KBS의 침묵은 보수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특히 <추적60분>은 최근 들어 ‘아이템 연성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사 프로였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정하고 방송까지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 김민희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정신없이 바쁜 7일을 보냈다. 김 PD는 후배 임종윤 PD와 전국 각지를 누비며 분쟁 사학을 취재했고, 서울에서는 허양재 PD가 중심을 잡으면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 김민희 KBS PD ⓒPD저널
제작진은 당초 사분위가 결정을 미룰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방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사분위는 지난 9일 정이사를 선임해 사실상 옛 재단의 복귀를 결정했고, 제작진은 방송 전날까지 부랴부랴 취재를 계속해야 했다.

시간에 쫓겼지만, 덕분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해졌다. “현 정권 출범 후 들어선 2기 사분위는 교육의 공공성보다 개인의 재산을 인정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상지대 사태를 보고 쫓겨난 재단들이 자기 학교를 찾겠다고 난리입니다. 사학법 개정 후에 치열하 게 싸워 비리재단을 몰아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과거로 회귀하게 된 거죠.”

상지대 사태는 사학비리의 상징적 사건인 만큼 다른 분쟁사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문에 사분위의 이번 결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몇몇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상지대 사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민희 PD는 이러한 이유로 언론의 자기검열을 꼽았다. “하지 말라는 사람은 없어요. 스스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조심스러워 지는 거죠. <PD수첩> 소송 등으로 현 정권에서 언론의 분위기는 위축된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인데 이걸 해도 되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김 PD 스스로도 얼마 전까지 그런 위축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아이템을 내도 잘 반영이 안 되니, 피해가려고 했어요. 사실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두 번째 편 출연자 가운데 한 명은 지난해 저한테 먼저 제보했는데, 스스로 자신도 없었고 고민하다 결국 묻혔죠. 싸워서 관철시킬 수도 있는 건데, 당시엔 안 되겠지 라는 생각이 컸어요.”

▲ <추적60분> 8월 11일 '벼랑끝에 선 상지대, 과거로 돌아가나?' 편 ⓒKBS
하지만 이번 상지태 사태를 준비하면서 제작진은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했다. 김민희 PD는 “모처럼 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고 뿌듯해했다. 변화의 바탕에는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외쳤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파업 경험이 있었다.

김 PD는 “이전에는 제작자율성을 침해받아도 하소연 할 곳이 없었지만, 이제 우리 뒤에 새노조가 있다는 생각이 힘이 된다”며 “외압이 생기면 공론화 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터뷰 며칠 뒤 <추적60분> 제작진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강연 동영상을 먼저 입수하고도 간부의 반대로 방송하지 못한 과정을 폭로했다.)

제작진 스스로도 의기투합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건·사고나 연성화된 아이템에 치우쳤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PD들은 아이템 회의를 정례화해 프로젝트성 아이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보도본부로 이관된 제작환경은 <추적60분> 제작진에게 더욱 엄격한 게이트키핑을 예고하고 있다.

“노골적인 검열은 없지만, 4대강 사업 같은 아이템을 제출하면 데스크는 처음부터 새로운 팩트나 확실한 근거를 요구해요. 사실 시사 프로는 취재 과정에서 밝혀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말이죠. 정부정책 비판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는 더 철저히 준비해서 꼬투리 잡히지 않을 겁니다. <추적60분>은 분명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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