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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임동기의 수다떨기] 청와대 기자단도 사과해야

‘8·8개각 사퇴 파동’과 관련해서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사과 5인방’이라고 지칭을 하고 싶은데요, 이들이 사과를 하는지 앞으로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실 전 외교적 어법의 사과보다는 진정어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들에게 ‘그걸’ 기대하는 건 좀 무리인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자 순위를 한번 매겨봤습니다.

1위 : 이명박 대통령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은데요, ‘8·8 개각 파문’의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4일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청와대에 모두 보고가 된 사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K’ 신호를 보냈고 결국 사퇴 파동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실무진들 책임을 거론하는 분들도 있는데 물론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의 인식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사퇴 파동을 초래한 장본인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대다수 언론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정작 화살을 겨눠야 할 대상은 이 대통령입니다. 최종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번 개각의 실패를 자인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언론보도는 일부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사과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이 대통령이 사과할 것 같은가요.

2위 : 청와대 기자단과 언론들

청와대 기자단과 언론을 2순위 꼽은데 고개를 갸우뚱해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이번 ‘8·8개각’에 있어 언론의 책임, 특히 그 중에서도 청와대 기자단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예전 글에서도 한번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요,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은 이번 개각이 발표될 때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제 입장에선 잘 이해가 안가는 대목인데 어찌됐든 ‘그들’은 그렇게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합의한 ‘보도유예’의 결과물이 바로 ‘8·8 개각’인 셈입니다.

▲ 조선일보 8월9일자 3면
만약 청와대기자단이 청와대의 보도유예 요청을 거부하고 거론되는 후보자들 검증에 좀 더 매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문제가 있는’ 당사자들은 적어도 후보자나 내정자로 지목되기 전, 언론에 의해 검증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청와대 기자단은 청와대의 보도유예를 덜컥 수용했습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이번 ‘8·8 개각 낙마’와 관련해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민심이 어떠니 하면서 떠들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한 재발방지 그리고 대응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부끄러움도 모르고 언론들은 또 다시 ‘민심 운운’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 낙마와 관련해 도지사 시절 제대로 감시를 못했다’며 30일 사과문을 1면에 게재한 것이 유일합니다. 사과를 해야 할 언론들은 ‘모른 척’ 하고 있고, 굳이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언론은 사과를 하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어떤가요. 청와대 기자단과 언론이 사과를 할 것 같은가요.

3위 : 청와대 검증라인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 검증라인의 문제는 한두 번 불거진 게 아닙니다. ‘고소영 내각’ 파문이 벌어졌을 때도 청와대 검증라인에 대한 쇄신 요구는 수없이 제기됐지만 결국 ‘없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30일과 31일 의원 연찬회에서 당청 관계개선과 이번 개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본격 제기할 것이라고 하니 상황을 한번 지켜보지요.

그런데 이 정도 되면 이번 인사실패와 관련해 자성이나 책임론 등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올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럴 기미는 보이질 않네요. ‘국민의 뜻’이니 ‘민심’이니 하는 어정쩡한 입장만 언론을 통해 보도될 뿐 ‘뼈를 깎는 자성’은 없는 듯 보입니다. 청와대 검증라인 중에서 사과를 하는 관계자가 있을까요. 익명으로라도 좋으니 그런 ‘사람’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4위 :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실 분 있으신가요.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이번 ‘8·8 개각’과 관련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당부를 드리면 이번 인사실패에 대한 책임을 청와대에게만 제기하는 ‘찌질한 태도’는 접으라는 겁니다. ‘8·8개각’에서 한나라당 책임이 크다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내용입니다. 자신들은 당청 관계에서 피해자라는 인식은 접으시기 바랍니다. 청와대 쇄신을 요구하기 전에 ‘한나라당의 자기반성’부터 하라는 얘기입니다. 한나라당이 과연 자기반성을 할까요. 두고 보지요.

5위 : 김태호·신재민·이재훈

유구무언입니다. 그냥 사과하세요! 국정운영에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 뭐 이런 얘기 말고, 깨끗하게 그냥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걸 원하는 시민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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