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와 불공정 방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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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와 불공정 방송정책
[김세옥의 헛헛한 미디어]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0.09.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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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 이명박 정부의 화두는 ‘공정한 사회’다.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의 개념이 무엇인지,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정부가 정기국회 기간 동안 처리할 공정사회 법안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과 하도급거래공정화법 등을 거론하는 것에 비춰볼 때,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 속에는 기득권에 대한 특혜를 철폐함으로써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상생을 도모하는 개념도 포함된 듯 보인다.

종편에 대한 ‘불공정’ 특혜…지상파·케이블 모두 ‘반대’

이명박 정부가 ‘상생’의 의미를 포함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한다면, 방송 관련 정책에 대해선 어떠할까. 현재까지의 상황만 볼 때, 방송 관련 정책에 있어 이명박 정부는 ‘공정’이란 단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반기 방송·언론계를 뒤흔들고 있는 정부의 종합편성채널 관련 정책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종편 기본계획은 내주께 확정,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종편 관련 정책은 기본계획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벌써부터 ‘불공정’ 특혜로 점철돼 있다는 게 방송·언론계 안팎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의무재전송 특혜다. 형행 방송법 시행령 제53조에 따르면 방통위의 승인을 받은 종편 채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일반위성방송사업자의 채널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즉, 의무재전송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채널 중에서도 의무재전송 대상이 되는 것은 KBS 1TV와 EBS뿐이다. 해당 채널의 공공성·공익성 등을 감안한 결과로, KBS 2TV와 공영방송인 MBC 역시 의무재전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나머지 채널의 재전송 문제는 SO의 경제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2일 오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공청회가 열리기에 앞서 미디어행동이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하지만 아직까지 종편 채널의 사업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의무재전송을 비롯한 광고·채널 등의 특혜 없이는 종편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종편 찬성론자들조차 “종편을 머스트캐리(의무재전송)로 집어넣는다고 하지만 케이블(SO)에서 후반부 채널로 가면 종편이 성공할지 모르겠다”(2009년 8월 17일, 황근 선문대 교수)며 채널 앞자리 배치 등과 같은 특혜의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다.

결국 종편에 대한 의무재전송 특혜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함에도 정부·여당이 독과점 사업자라고 주장하는)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종편과 경쟁해야 하는 다른 케이블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인 것이다.

지상파 방송과 비교할 때 종편에 대한 불공정 특혜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광고에서 그렇다.

현행 지상파 방송은 유료방송과 달리 중간광고를 할 수 없다. 시청권 보호 차원으로, 공공성에 대한 고려다. 반면 종편은 유료방송이란 이유로 중간광고가 허용된다. 방송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광고임을 감안할 때, 또한 광고주들의 중간광고에 대한 선호도를 감안할 때, 이는 종편에 대한 엄청난 특혜다.

또 지상파 방송이 광고주의 영향권 아래 놓이지 않기 위해 직접 광고판매를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종편에는 (아직까진) 이 같은 제약이 없다.

하지만 종편은 보도를 포함해 드라마·연예오락·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을 종합적으로 편성하는, 사실상 지상파 방송과 같은 기능을 한다. 동일한 기능에 다른 규제가 가해지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게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동일한 규제를 해야 한다”(9월 3일, 성회용 SBS 정책팀장)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상파 방송이 독과점?…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지상파 방송과 비교할 때 특히 두드러지는 종편에 대한 특혜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상황을 언급한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독과점’이란 등식이 현재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과거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지난 8월 16일 열린 종편 관련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상파 방송의 시청점유율(2000년 75.7%→2006년 60.3%)은 물론 광고 매출액(2005년 37%→2006년 35%→2007년 33%)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지상파 독과점 해소 자체가 잘못된 전제”라고 지적했다.

또 “종편을 도입한다면 지상파 독과점 해소라는 허구 논리에 근거, 지상파와 다른 규제로 종편에 특혜를 줄 게 아니라 지상파와 동등한 규제 속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현재 종편 진출 의사를 밝힌 신문들, 특히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신문 시장 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한 ‘2009 언론 경영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전국 종합지 매출액의 60.85%를 차지하고 있었다.

백번 양보해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지상파가 방송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신문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사업자를 갖가지 특혜와 함께 방송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공정한 일인지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남표 MBC 전문위원은 지난 8월 16일 토론회에서 “방송 진출이 가능할 만큼의 자본력이 있는, 그러나 논조는 유사한 몇몇 신문들이 종편 사업자가 되면 여론 획일화가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종편 지역과 함께 상생?…지역성 사망!

지역성과 관련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종편은 지상파 방송과 달리 전국을 권역으로 한다. 종편이 수도권을 기반삼아 전국을 대상으로 지상파 방송과 다름없는 편성을 할 때, 지역의 중앙 중속성은 현재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상파는 지역성에 대한 고려 때문에 지역방송을 유지하고 있지만, 종편엔 그와 같은 의무가 없는 탓이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가 “의무재전송 대상에서 종편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지역 지상파 방송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 종편이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일정 비율 이상 편성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종편 도입으로 인한 방송에서의 지역성 말살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종편 정책에 대한 방송·언론계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를 종합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의무재전송과 채널, 광고, 방송권역 등의 특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고 그보다 더한 특혜까지 요구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거대 신문의 종편채널은 지상파 방송과, 지역 방송과 과연 공정하게 경쟁하며 상생할 수 있을까. 이미 가진 자들에게 더 가질 것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이명박 정부의 종편 정책은 과연 ‘공정한 사회’로 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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