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한국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특집프로그램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룰 것으로 알려져 기획 단계부터 논란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13일 특보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KBS본부는 “이승만 관련 기획은 지난 7월 김인규 사장이 6·25 특집팀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승만을 방송에서 한 번 다뤄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던지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KBS본부에 따르면 길환영 콘텐츠본부장은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이병철, 정주영 등 한국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5명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기업인 두 명이 포함된 것에 이의가 제기되자 제작진과 본부장은 여론조사와 전문가 참여 등 객관적 방법으로 인물을 선정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KBS본부는 “자칫 KBS가 보수우파진영이 설파하는 ‘이승만 국부론’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는 여전히 이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본부장이) 현대사에 영향을 미친 인물 10명을 선정하자고 절충안을 냈지만, 이승만은 당장 내년에 방송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방송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승만 등 인물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려면 아이템 선정의 객관성과 제작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하지만 사장 말 한 마디에 프로그램 기획이 급조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된 과정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계부터 누더기가 된 이승만 특집계획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작진도 해명에 나섰다. KBS 다큐멘터리국 박석규 EP(부장급 PD)는 14일 사내게시판(코비스)에 글을 올려 “지금 제작팀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영향을 끼친 10명을 방송문화연구소 조사를 통해 선정, KBS 대기획으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승만 한 사람만 방송하고 말 것이라는 것은 그동안의 진지한 논의 과정 중 일부만 확대 해석한 예단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석규 EP는 또 “기획단계에서 잠시 논의됐던 일부 내용을 마치 기정 사실인양 활자화한 것은 제작 담당 EP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KBS 노사는 15일 오후 2시 열리는 TV 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