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합창의 대부 “남격 합창단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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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뉴스메이커]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CBS ‘이종훈의 뉴스쇼’

▲ 윤학원 예술감독 ⓒ인천시립합창단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화제를 모으면서 지휘자 박칼린의 리더십과 합창의 매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합창음악의 대부’로 꼽히는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도 ‘남격 합창단’에 대해 “계속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며 “눈물이 났다”고 칭찬했다.

‘남자의 자격’에서 지휘자 박칼린 씨가 “합창지휘의 거장”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 윤 감독은 28일 CBS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윤학원 감독은 합창의 매력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요즘은 다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마음을 합쳐 무엇을 해낸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며 “그런 데서 새로운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답했다.

윤 감독은 또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합창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합창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독창자를 질투하는 게 아니라 그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화음을 잘 만들어주고, 자기가 독창을 맡으면 최선을 다해 제대로 해내야한다. 이런 것들이 하나의 민주주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학원 예술감독 인터뷰 전문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요즘 갑자기 화제로 떠오른 곡이죠.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한 합창단이 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또 많은 감동을 주고 있기도 한데요. 합창이 국민들을 울리고 또 웃기는 이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한국 합창음악의 선구자입니다. 인천시립합창단 윤학원 감독 연결해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합니다.

[IMG0]◇ 이종훈> 한국 합창음악의 선구자, 대부, 이런 수식어로 불리고 계신데요. 문제가 많았던 인천시립합창단, 세계적인 수준의 합창단으로 끌어올려놓으시기도 했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 윤학원> 요즘은 인천시립합창단과 함께 프랑스 세인트에서 있을 세계박람회 준비하느라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이종훈> 요즈음 넬라 판타지아가 장안의 화제가 됐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합창단 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윤학원> 물론이죠. 계속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눈물이 나던데요. (웃음)

◇ 이종훈> 힘든 과정들을 겪으셨잖아요. 예전에 사실은 인천시립합창단도 한때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그런 합창단이기도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울리고 웃기는 이유라 할까, 어디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을까요?

◆ 윤학원> 글쎄요, 요즈음 다 자기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나 혼자만 뭘 해야 된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그게 아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마음을 합쳐서 무엇을 해낸다,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겠죠. 그런 데서 어떤 새로운 행복감, 이런 것을 느끼는 게 아닌가...

◇ 이종훈> 혹시 아마추어 합창단을 지휘하시면서, 또 훈련을 시켜가시면서 어떤 재미난 에피소드라 할까, 기억에 남는 일들, 이런 일들 좀 있으신지요? (웃음)

◆ 윤학원> 네, 사실 지난번에 이번 여름에 대만 세계합창제에 다녀왔는데요. 그때도 보면 버스타고 네 시간 가서 연주하고, 또 네 시간 오고, 새벽 두 시에 들어와서 호텔에서 잠자고, 그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도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다. 그게 합창에 대한 어떤 희열, 그걸 느끼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 이종훈> 기억에 남는 합창단이 있으세요?

◆ 윤학원> 많죠. 옛날 대우 합창단 때도 그랬고 인천시립합창단도 지난 3월에 미국 ACDA컨벤션에 가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해가지고 미국에 합창 지휘자들만 한 6천 명 모인 자리에서 저희가 노래를 했는데 첫 곡부터 기립박수가 나왔을 때 우리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 이종훈> 그럴 때 이번에 프로그램에서도 다들 느꼈지만 그런 과정들이 실제로 실현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보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합창을 잘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 윤학원> 그렇습니다. 여자들이 아무래도 빠르죠.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여자들은 그런 빠른 면도 있기는 하며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교육을 부모님들이 다 시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음악을 미리 좀 많이 공부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유럽 같은 데는 보이스콰이어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남자들도 아주 유럽 같은 데에는 빠른데, 한국은 남자들은 음악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래서 좀 조기 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나... (웃음)

◇ 이종훈> 그런데 이게 사회에 나와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데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는 그런 상황이 되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옆에서 보시면서 많이 아쉬움을 느끼시겠어요?

◆ 윤학원>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인천시 의회에 계신 분한테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생각이 바뀌어야 되는데 그 생각이 바뀌기 위해서는 합창을 해야 된다, 그러니까 합창을 하기 위해서 각 동회의 동 합창단을 다 만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 이종훈>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이신데요. (웃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면 합창을 보급해라. 다른 나라 경우는 아마추어 합창단이 상당히 많다면서요?

◆ 윤학원>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마추어가 한 400∼500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약 1만 5,000에서 2만 개 아마추어 합창단이 있습니다. 또 중국도 지난 번 보니까 콰이어 올림픽 제가 심사 갔었는데 그때 유럽에서 신종플루, 이런 것 때문에 합창단이 예상보다 적게 참가했어요. 그러니까 당장 150개 합창단을 거기에 투입시키더라고요. 그만큼 준비된 합창단이 많다는 이야기죠.

◇ 이종훈> 프로 합창단은 국내에도 좀 있지 않습니까? 아마추어 합창단은 적은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특별한?

◆ 윤학원> 아무래도 프로는 우리나라가 좀 많습니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자기 직업이 아니고 취미로 또 희생해야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희생하면서 뭘 하려다 보니까 그런 마음이 안 들었을 거고... 또 하나는 합창을 배운 적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많아 가지고 사실 합창을 배울 시간이 좀 있어야 되는데 우리나라의 지금 학교에서 합창을 하려고 그러면 합창할 시간이 없어요. 어느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연습한다고 그러는데, 그런 것 하는 것조차도 교장선생님이 별로 좋아하시지 않고, 또 학부모님들이 항의를 하신대요. 공부해야지 무슨 합창이냐, 하시면서.

◇ 이종훈> 맞습니다. 초등학교 정도에서는 하고, 중·고등학교 가면 아예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 윤학원> 네, 그런 것 때문에 그냥 개인주의만 갖고, 자기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들 하고 협력하는 것을 배울 시간이 없는 거죠. 이게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우리 교육 자체가 좀 고등학교까지 전부 합창을 하는, 그런 교육프로그램이 좀 됐으면 좋겠어요.

◇ 이종훈> 네, 맞습니다. 그나마 중·고등학교 음악수업도 많이 줄고 있다고 그러던데요.

◆ 윤학원> 많이 줄었죠.

◇ 이종훈> 이번에 박칼린 감독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윤학원 교수님께서 합창단을 통해서 인간성을 기를 수 있다고 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합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 조금 전에 민주주의 발전도 이야기하셨지만 그 이외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윤학원> 제일 중요한 게 다른 사람을 인정한다는 것이죠. 합창할 때 자기만 해서는 안 되잖아요. 예를 들어서 독창자가 있다, 그러면 그 독창자를 질투하거나 미워하는 게 아니고 독창자를 돋보이게 만들고 자기는 화음을 잘 만들어주는 거죠. 또 자기가 만일 독창을 맡거나 멜로디 파트를 했을 때에는 자기가 최선을 다해서 자기 것을 제대로 해내는 것.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하나의 민주주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죠.

◇ 이종훈> 사실 화음이 아주 잘 되면 노래를 부르면서도 전율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 윤학원> 그렇죠.

◇ 이종훈> 오늘 말씀을 듣고 음악이 주는 여유, 기쁨, 합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한국 합창음악의 거장 윤학원 감독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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