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4600원, 3500원이 핵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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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4600원, 3500원이 핵심 아니다”
[인터뷰] ‘수신료 인상 논의’ 불참 선언한 김영호 KBS 이사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10.0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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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KBS 이사 ⓒPD저널 자료사진
지난달 29일 KBS 이사회를 박차고 나오며 수신료 논의 불참을 선언한 김영호 이사는 “KBS와 여당쪽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야당 추천 김영호 이사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처럼 야당 이사들도 납득시키지 못한 인상안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김영호 KBS 이사 ⓒPD저널 자료사진
김 이사는 “현 정권보다 공정성 시비가 덜 한 상황에서도 수신료 인상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30년 묵은 숙원이 된 것”이라며 “KBS 경영진과 구성원이 적극적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왜 (여당 쪽) 이사들까지 급하게 서두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여야 이사들이 ‘수신료 4600원-광고 20%’안과 ‘수신료 3500원-광고 현행유지(40%)’ 안을 조율하기로 한 것에 대해 “언론이 인상폭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의도적인 왜곡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오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는 “여당 쪽이 제안한 4600원 안은 광고수입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KBS의 이익은 더 적은데, 이를 인상폭으로만 비교하면 단순히 그냥 1000원 차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구조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여당 쪽 4600원 인상안을 적용하면 2009년 기준 1800억여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야당 쪽 3500원 인상안은 2200억여원의 수익이 난다”면서 “(여당 쪽 제안은) 국민 부담만 커지고, 오히려 KBS의 수입은 줄어드는데 이를 고집하고 있다. 결국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인상폭보다 광고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1일 김영호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수신료 인상 논의에서 빠진 이유는 뭔가.
“여당추천 이사들이 신사협정을 어겼다. 지난 7월 야당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논의에 복귀하면서 합의한 것들이 하나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는데,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했다. 수신료를 올리려면 정치적 공정성·독립성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과서적이지만 외부학회에 의뢰해 이것들을 만들고, KBS 구성원이 실천방안을 마련해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또 방송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들의 지급의사와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해야 하지만, 이 또한 (여당 이사들이) 계속 반대했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이사회에는 KBS 기존 노조까지 찾아와 합의하라고 시위를 했다.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더 이상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기존 노조(KBS 노동조합, 위원장 강동구)의 시위가 ‘압박’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노조는 회의실 앞에서 ‘만장일치 합의’를 요구했다. 여당 쪽이 큰 폭의 인상을 주장해, 야당 쪽 이사들이 합당한지 따져보자는 상황에서 그 주장은 야당 쪽이 그냥 합의하라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입장하려는데 위원장과 집행부들이 앞을 가로 막기도 했다. 몇 분간 눈싸움을 벌인 끝에 그들이 비켜서 들어갔다. 인생 최대의 수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는 이전에도 몇 차례 성명에서 나를 겨냥해 ‘지난 정권에는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 정치권 2중대’니 ‘정치투쟁’이니 하는 표현을 쓰며 사퇴하라고 했다. 일부 이사라고 했지만 특정단체 대표, 시사평론가라고 했으니 내가 맞다. 난 자천으로 KBS 이사가 돼 수신료와 관련해 민주당 누구와도 전화 한 번 한 적 없다. 그런데 정치투쟁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심대한 명예훼손이다.”

- 여당 쪽 이사들은 앞서 합의한 대로 ‘연내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수신료 인상안 의결을 서두르고 있는데.
“정기국회를 고려해도 이렇게 난리칠 일이 아니다. 정기국회가 지난달 1일 개회해 12월 1일까지 진행되지만, 예산안 심의 등의 일정을 볼 때 수신료 인상안은 12월 임시국회에나 처리될 수 있다. 그 사이 국정감사, 민주당 전당대회, 외무부 장관 청문회 등 국회 일정 때문에 회기 내에 처리하기는 어렵다. 국회 일정도 잘 모르면서 서두르고만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심의 기간을 얘기하는데, 방통위는 규제기관이지 상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동의만 할 수 있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방통위원장이 9월말 까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해야한다고 언급한 것을 지키느라 그러는 것 같다. 광고 비중을 낮추는 것도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말한 광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과 같은 이유 아니겠나.”

- 야당 쪽 이사들이 제안한 3500원 안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원래 공식 제안한 것도 아니고 전화로 오간 얘기를 일방적으로 상정한 것이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들고 나온 ‘수신료 4600원-광고 20%’의 허구성을 지적하면서 ‘3500원-광고유지’를 얘기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중요한 것은 46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 비중을 20%로 낮추는 것보다 ‘수신료 3500원-광고 현행’으로 하는 것이 KBS에 더 큰 수익이 난다는 점이다. 2009년 KBS 광고수입을 근거로 직접 계산해봤는데, 4600원 안은 1800억여원, 3500원 안은 2200억여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 부담은 늘어나고, KBS 수입이 적은 구조를 강행하려는 (여당 이사들의) 의도를 모르겠다. 결국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 여야 이사 간 조율과정을 거쳐 6일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여당 쪽 이사들의 안이 강행처리 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일단 논의에서 빠졌으니, 여야 대표단이 어떤 결론을 낼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회의에 불참하고 기권할 생각이다. 여당 쪽 이사들이 단독 처리한다면, 국회로 넘어간다 해도 민주당이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이사들이 KBS 정상화 없이 인상폭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협상보다는 논의라고 봐야한다. 액수조정을 논의하는 것이다. 4600원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3500원 안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금액보다 광고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무조건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논리도 이해하지만, 공영방송 KBS가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만약 1~2년 내에 급격한 경영난이 올 것 같다면 당장 500원~1000원이라도 인상해야한다. KBS 이사로서 이런 상황에서 대해 충분히 진단을 해보고 그때 가서 찬성·반대를 얘기해야지, 정치구호 외치듯 반대만 할 수는 없다.”

- 수신료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상대 이사들을 설득해야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도 동의할 것이다. 법안은 날치기 통과하면 끝날 수 있지만, 수신료는 매달 돈을 내야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안을 통과시켜도 그때부터 문제다.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대전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KBS 뉴스도 수신료 인상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적극 보도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해야한다. 그런 노력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을 지켜본 느낌은.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 왜 30년 동안 수신료 인상을 못 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적으로 공정성 시비, 경제적으로는 국민 부담 때문에 수신료를 올리지 못했다. 공정성 시비가 덜 할 때도 인상논의는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시사 프로그램 폐지, 진행자 교체 등 정치적 공정성 논란이 더 많다.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저항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게 두려워 30년 동안 수신료를 못 올렸다. 또 좌절되면 KBS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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