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훼방꾼 다툼, 본질 비켜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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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훼방꾼 다툼, 본질 비켜간 것”
[라디오뉴스메이커] 전 통일부 장관, CBS ‘변상욱의 뉴스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10.22 1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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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를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21일 중국 외교부가 이를 공식 부인한 가운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박 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당시 함께 배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시진핑 부주석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약간의 우려를 표명하는 얘기를 분명히 했다”며 “‘훼방꾼’ 단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가지고 정치권에서 싸우는 것은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22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차기 중국 정부의 우리 대북정책에 대한 코멘트로 이해하고 새겨들어야지, 단어 가지고 싸우는 건 정말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어 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중국 입장에서는) 자기네들의 얘기 취지는 생각하지 않고, 단어를 갖고 싸우는 걸 보면 한국 외교에 대해 오히려 저평가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 전 장관은 “야당 대표가 (발언)했기 때문에 흠집을 내자거나, 이제 야당이 꼼짝 못하게 됐으니 우리가 이겼다 하는 식으로 지나갈 것은 아니”라며 “(정쟁이 계속되면) 6자 회담이나 남북 관계와 관련해 국제적 협조를 끌어내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같은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결국 중국 발표에 의해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해 창피했다”며 “제가 판단하기에는 어제 (외통위 국정감사에서)는 박지원 대표께서 너무 많이 나가셨다는 평가가 다수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여부보다 사대주의적 발상, 즉 중국 차세대 지도자로 급부상한 시진핑 부주석의 말을 빌려 마치 ‘중국도 이렇게 생각하니 너희 진짜 문제다’라는 식의 발상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지원 대표가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 직을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장관 인터뷰 전문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 일파만파 번지고 이제 드디어 중국외교부 공식 부인성명까지 나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책임을 져야 된다.” 라고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얘기를 하는데, 과연 그때 상황이 어떻게 됐던 건지 당시 함께 자리에 있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 변상욱> 그때 누구누구 있었는지 기억나시죠?

◆ 정세현> 중국 측에서는 우다웨이, 그 다음에 양원창이라고 인민외교협회 회장 그런 사람들이 배석을 했었고, 우리 쪽에서는 신정승 주중대사, 박지원 의원, 저, 이렇게 있었고, 아마 뒤쪽에서 어디, 삼사관이 노트 피킹을 했는지 그건 제가 잘 기억이 없습니다. 뒷쪽에 어디 앉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장관께서 들으신 것은 통역말도 들으셨을 거고, 직접 시진핑 부주석의 말도 들으셨을 거고 한데, 종합해서 판단하시기에 어떻습니까?

◆ 정세현> 저는 통역의 얘기는 별로 신경 안 썼어요. 왜냐하면 잘못하면 오해생길 수 있는데... 제가 옛날에 중국어 공부를 했기 때문에 시진핑의 얘기를 중국어로 듣고 그것을 내 나름대로 새기면서 나도 메모는 좀 해놔야 되니까 나중에 와서 그것을 5월 13일자 프레시안에 토크형식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그것을 위해서도 제가 그것만 했는데, 그러니까 구체적인 어떤 단어가 오고 갔는지, 그것은 별로 제가 기록을 안 했습니다. 다만 그때 시진핑 부주석은 우리 정부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약간의 우려를 표명하는 얘기는 분명히 했어요. 왜냐하면 6자회담 참가국 중의 일부가 지금 냉전과 자제를 상실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한반도 정세가 위태롭게 돼가고 있다, 남북은 동포인데 교류협력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데 북한이 미국을 상대해서 무슨 일만 하면 먼저 거기에 대해서 흥분하고 분개하면서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다보니까 한반도 정세가 굉장히 지금 어렵게 되는 거 아니냐, 인내심을 가져라.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다뤄야 된다. 자기네도 그렇다, 북한을 다룰 때는.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빨리 복원하는 것은 6자회담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그런 논리까지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훼방꾼’이라는 단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하는 걸 가지고 정치권에서 이렇게 싸우는 것은 본질을 비켜가는 일입니다. 중국 정부가 그런 단어를 쓴 적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마무리는 되는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시진핑 부주석을 통해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요지는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고, 강경몰이를 할 것이 아니고 남북관계를 빨리 복원해야만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을 중시해야 되는데, 서로가 이것은 놓치면서 무슨 단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가지고 싸움을 하니까, 제가 볼 때에는 참, 이게 정말 한중관계 앞으로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변상욱> 시진핑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과연 대북정책을, 또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될 건가, 이것을 논의해야 될 시점이라는 말씀이시겠군요?

◆ 정세현> 그렇죠. 시진핑 시대라는 것은 너무 좀 앞서 가는 표현이고, 그러나 2012년에 그 사람이 주석으로 군사회의 주석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때 제 느낌은 중국외교부나 강 입장에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뭔가 좀 좋게 말하면 어드바이스를 좀 해야 되겠다, 아니면 문제제기를 해서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키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작심을 하고 얘기를 하는 것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시진핑의 말이라고 듣지를 말고 지금 현 정부 그리고 차기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코멘트로, 우리 대북정책에 대한 코멘트로 이해하고 그걸 새겨들어야지, 단어가지고 싸우는 게 이게 정말 참,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가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좀 답답합니다.

◇ 변상욱> 그나저나 일단 말은 뱉어 낳고 지금 중국에서 어쩔 수 없이 외교부 대변인이 성명을 내놨는데 코멘트까지 했으니 ‘저 사람들 도대체 왜 저러나’ 라고 우리를 보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습니까?

◆ 정세현> 그럴 것 같아요. 자기네들의 얘기는 취지는 생각하지 않고 단어 용어를 가지고 싸우는 걸 보고 한국 외교에 대해서 오히려 저평가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변상욱> 박지원 원내대표 차원이 아니라면 다른 차원에서도 아니면 슬그머니 그냥 수그러들고 없어지는 것, 어떻게든 마무리는 되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정세현> 그렇죠. 야당의 대표가 했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흠집을 내자, 하는 것도 제가 볼 때에는 바람직하지는 않고, 또 이제 야당이 꼼짝 못하게 됐으니까 우리가 이겼다, 하는 식으로 지나갈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다시 말씀드리지만 당시 시진핑의 입을 통해서 중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이러이러한 것을 해 달라, 하는 주문을 했다는 사실에 눈을 돌리고, 그것을 반추하고 복귀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 변상욱> 이런 싸움이 계속 격화돼서 정쟁으로 번져나간다면 자칫 한·중관계에 별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가요?

◆ 정세현> 한·중관계 그 자체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6자회담이라든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국제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데에는 지장이 있죠.

◇ 변상욱> 알겠습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주문은 저희가 아무튼 접수를 하고, 여야 의원들도 생각을 좀 해봐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북핵이 다시 실험이 이루어질 것 같은 징후가 보인다, 라고 했는데 청와대는 부인을 했습니다. 혹시 따로 들으신 얘기가 있으신지요?

◆ 정세현> 제가 따로 들을 수 있는, 그런 처지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정부밖에 있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 풍계리 쪽에서 그 전에 두 번에 걸쳐서 핵실험을 했던 그 지점이 풍계리입니다. 함경도에. 거기서 뭔가 차량이 움직이고, 사람이 움직인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핵실험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라고 보는데, 그것은 아니기를 바라는 심정이겠죠. 그런데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게, 12월 2일 날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 미국의 대북정책이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된 입장이 어떤 식으로든간에 표명이 될 겁니다. 이미 지난 9월 달에 커트 캠벨이나 보스워스가 한국에 와서 “이제 천안함 사건은 마무리하고 6자회담 공론으로 넘어가자” 는 얘기를 하고 갔거든요. “6자회담 재개를 하자, 그쪽으로 한국정부가 좀 준비해 달라” 이렇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중간선거가 끝나고 나면 움직일 것 같은데, 그 미국이 움직일 것에 대비해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그런 일종의 제스처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미국이 그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서 뭔가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적극적으로 나서면 핵실험을 안 하겠지만 그러나 과거에 부시정부처럼 곧 뭐가 있을 것처럼 하면서 한쪽으로는 대북압박정책을 계속 해나간다, 이렇게 되면 그 사람들은 그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죠. 이미 IAEA 사찰관이 북한에서 쫓겨난 지 오래됐고, 6자회담이 열린지가 지금 2년 가까이 되는데 이 틈새 시간에 절대로 북한은 놀지 않았을 겁니다. 뭔가 다음 협상에 대비해서 협상력을 키우는 다시 말해서 몸값을 키우는 짓을 했다고 봐야 되고, 그런 방향에서 대처를 해야죠.

◇ 변상욱> 6자회담 나오라고 하면 북한은 어떻게든 응하고 나올 것 같습니까?

◆ 정세현> 그러나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됐다,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서야 나오겠죠.

◇ 변상욱> 우리 정부에 대한 6자회담 입장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요새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 약간의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정세현> 네,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재개를 아주 굉장히 긴밀하게 연계시켰던 것이 지난 8월, 9월까지 입장이었던 걸로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꼭 북한이 사과를 해야만 6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입장을 조금 완화시켰다고 그래요. 그것은 아마도 미국에서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방향선언을 하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우리도 퇴로를 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희망적이죠. 희망적인데... 문제는 시진핑이 작년 5월 달에 얘기했지만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 남북관계 복원이 굉장히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북한에 일거수일투족에 비분강개하면서 강경몰이를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하는 얘기를 다시 새겨듣고, 이번에 곧 열리게 되어있는 적십자회담이라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남북관계가 복원될 수 있는, 그런 기초를 다져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임기 한 2년 남았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떠날 수 있습니까? 분단국가의 대통령이고, 분단국가의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아무런 업적이 없이 떠난다는 것은 나중에 부끄러운 일이 될 거예요. 아마.

◇ 변상욱> 이 답보상태, 이 안 풀리고 있는 정국이 풀렸으면 좋겠는데, 타이밍 상으로는 어느 시점쯤에 어떻게 움직이는 게 이 대북관계를 푸는 데 있어 제일 좋다고 보시는지요?

◆ 정세현> 12월 2일, 아까 미국의 중간선거 얘기를 잠시 얘기했는데, 아마 10월말, 11월초 쯤 해서 우리가 먼저 적십자회담 같은 데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모멘텀을 좀 조성을 해놓고 6자회담 재개를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6자회담에서 남북이 모양새 나쁘게 만나지 않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이번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 봅니다. 6자회담도 잘 굴러가게 되고 남북관계도...

◇ 변상욱>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든 풀어갈 수 있겠군요.

◆ 정세현> 그렇죠. 그렇게 해서라도 잘 나머지 한 2년 잘 활용해야죠.

◇ 변상욱>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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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2010-10-22 14:47:52
선진당의 입 박선영의 "야당대표직을 물러나라"고 하는 참으로 한나라당과다를바 전혀 없는 유치하고 치졸한 논평치고는 부끄럽다. 본질을 무시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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