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섭외까지 끝낸 K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방송이 간부 지시로 무산돼 논란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특정 출연자 배제’ 의혹을 제기하며 “명확한 이유 없이 방송취소를 결정한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KBS본부가 25일 낸 성명에 따르면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제작진은 지난 12일 ‘진보진영 내 북한 3대세습 비판 논란’과 ‘황장엽 사망과 예우 문제’ 등을 대담하기 위해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전 통일부 장관)와 한나라당 의원을 섭외했다.
이모 EP “이재정 단독출연은 곤란 … 토론으로 진행해라”
그러나 보고를 받은 이모 EP(부장급PD)는 “토론이 아니면 이재정 단독 출연이 곤란하다”고 밝혀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토론 참여가 가능한지 물었지만, 이 대표 측은 “단독 인터뷰가 아니면 곤란하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을 전달받은 이모 EP는 “이재정 대표를 다른 진보연사로 바꿔 토론을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제작진은 “이미 섭외가 완료된 아이템이고, 왜 굳이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토론을 해야 하느냐, 이재정이 뭐가 문제냐”고 항의했지만, 그는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제작진은 팀장과 논의해 ‘EP가 질문지를 충분히 사전에 검토하고, 생방송 때 EP가 참관한다’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문제되는 발언이 나올 시 MC와 한나라당 의원의 반론, 충분치 않을 경우 추후 다른 보수연사를 섭외해 반론을 듣게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결국 ‘출연 취소결정’ … “특정인 출연 무산시키려는 의도 아닌가?”
하지만 이모 EP는 수정안을 거부하고 ‘두 연사 모두 출연을 취소하라’고 결정했고, 결국 13일 방송에는 다른 인사들이 방송에 출연했다.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EP의 제작지시가 내려진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며 이재정 대표의 출연을 취소한 결정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먼저 “남북문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통일부 장관 출신 이재정 대표의 단독 인터뷰는 왜 안 되나, 그가 군소정당 대표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성향이 문제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또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는 토론 프로그램이 아닌 인터뷰 프로그램”이라며 “혹시 특정인의 방송 출연을 아예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라디오위원회 개최해 의혹 해명하라” … 사측 거부
이어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시민사회는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KBS 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와중에, ‘방송에 출연시켜서 안 될 부적격 인사가 정말 KBS에 존재한다’는 의혹을 자아내는 사건이 KBS 1라디오에서 벌어졌다”며 “라디오 위원회 개최를 통한 진상 규명과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김강훈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라디오센터)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3일부터 라디오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라디오위원회를 열어 진상을 밝히고 부당한 제작지시가 사실이라면 공식사과와 재발방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측이 계속 라디오위원회 소집을 거부할 경우,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안건으로 이 문제를 상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PD저널>은 ‘부당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모 EP에게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PD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