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KBS 블랙리스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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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사 배제, 간부들 눈치보기 탓” … 김미화 “‘연예가중계’ 작가에게 들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KBS 블랙리스트’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라디오 시사 프로에서 특정인사의 출연을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트위터의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KBS로부터 피소당한 방송인 김미화 씨는 26일 “KBS는 블랙리스트의 유무를 떠나 누가 그 말을 전달했는지 몰아세우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는 지난 7월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김미화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달 KBS 국정감사에서 김인규 사장은 유·무형의 블랙리스트 문건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KBS는 또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거론됐던 김제동, 윤도현 씨의 자사 방송 출연을 적극 홍보하며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 김미화씨가 26일 오전 영등포경찰서 4차 출두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 사건 진행상황과 심경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하지만 이번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불거진 논란을 계기로, 특정성향의 출연자를 배제하는 움직임은 여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번에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의 단독출연을 반대한 이모 EP는 지난 8월 이 대표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담당 PD를 불러 ‘편파적’이라며 반론 방송을 지시한 바 있다.

이재정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 EP는 이를 ‘친북 발언’이라고 비판하며 담당 PD를 질타했다. 김강훈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라디오)은 “(인터뷰 섭외) 결재권자인 부장이 특정인사에 대해 예단하게 되면, 방송 출연이 불가능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김 중앙위원은 “간부들의 정치적 성향도 있겠지만 정치권, 윗선 등 눈치 볼 곳이 많다보니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같다”며 “저널리스트의 양심을 갖고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겠다고 하면 블랙리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과도하게 몸을 사리다 보니 블랙리스트가 아닌 사람까지 과도하게 낙인찍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KBS 구성원들은 이번 사건이 몇 차례 논란을 일으켰던 이모 EP 개인의 특성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한 라디오 PD는 “간부들은 첨예한 사실을 다루지 않고 기계적 중립성만 강조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일선 PD, 특히 시사프로 제작진과 이 부분에서 많이 부딪힌다”고 말했다.

한편, 김미화씨는 26일 오전 영등포경찰서 4차 조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을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한 KBS 임원회의 지시사항은 “사실상 김미화에 대한 출연금지 문건(블랙리스트)으로 볼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씨는 “28년간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며 KBS 심의평을 봤지만 당시 임원회의 지시사항은 평상적인 것과 분명히 달랐다”며 “제작본부 지침으로 하달 된 문건에 누가 논란의 대상으로 저를 낙인찍었는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KBS의 한 중견PD는 “임원회의 지시사항은 일선PD들까지 열람하지 않지만, 본부장이 국장에게 얘기하면 제작진까지 전달된다”며 “KBS 간부조직의 성격으로 볼 때 사장이 (김미화씨 출연이) 문제 있다고 하면 (섭외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미화 씨는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예가중계> 작가로부터 블랙리스트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친구인 작가에게 남편의 음반발매 쇼케이스에 대한 취재 의사를 묻자 ‘PD와 회의를 해보니 김미화는 출연금지 문건이 있어서 출연이 어렵겠더라, 윗사람들과 오해를 풀어야겠더라’고 했다“며 ”지금 작가는 이 발언을 부인하고 있어, 대질심문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KBS는 경찰조사 내내 블랙리스트 존재 유무를 떠나 ‘누가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전달했는지’ 진실게임을 벌이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저는 끊임없이 말할 수 없다고 답했지만 결국 경찰은 제 통화기록을 뒤져 <연예가중계> 작가, PD와 대질심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김미화 씨는 KBS 김인규 사장과 임원진을 향해 “암묵적인 KBS 내부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한 작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놓고 구경만 하니 편안하시냐”며 “KBS는 더 이상 저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말고 고소를 취하하라.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KBS 조직이 아닌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임원, 그 분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김씨의 트위터 발언으로 블랙리스트 논란이 촉발됐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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