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사건을 다뤄 화제가 된 영화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은 “작년 초 대본을 처음 받고 ‘이게 말이 돼?’ 하면서 준비를 했는데, (스폰서 검사) 사건이 대본에 나와 있는 것과 유사하게 진행돼 굉장히 이상한 느낌을 받으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이 작품이 특정집단에 대한 고발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1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다”며 “특정기관에 대한 공격보다 등장인물들의 삶의 모습이 저에게는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사회고발 영화를 내놓을 때, 저 사람 좌파냐 진보냐 묻는 사람도 있지 않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요새 그런 말씀들 많이 하시죠, 그런데 저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영화인 시국선언’에도 동참했던 류승완 감독은 “타인의 취향이 좀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할까,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 이런 게 좀 더 (정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당거래>는 개봉 첫 주 70만 관객을 불러 모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류 감독은 인기 비결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어떤 사건에 대한 기시감도 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공감한 것 같다”며 “먹고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부당거래를 저지르고 살아야 되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것이, 직장생활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자신의 모습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류승완 감독 인터뷰 전문
스폰서 검사를 소재로 해서 화제가 되고 있죠. 개봉하자마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을 만납니다.
◇ 변상욱> 바쁘시겠지만 기분 좋으시죠?
◆ 류승완> 지금 뭐 얼떨떨하네요. (웃음)
◇ 변상욱> 인기 비결은 뭐라고 보십니까?
◆ 류승완> 글쎄요, 저도 왜들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지 좀 궁금한데, 일단 영화 보시면 알겠지만 이게 사실은 지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어떤 사건에 대한 기시감도 있긴 하지만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얘기에 대해서 좀 공감을 하신 것 같습니다. 먹고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부당거래를 저지르고 살아야 되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것이, 직장생활 하다보면 어쩔 수 없게 느끼게 되는 그런 자신의 모습하고 공감을 형성하시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 변상욱> 마음이 쏴 하네요, 진짜 (웃음) 그런데 스폰서 검사 사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닌가, 다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던데요?
◆ 류승완> 저희가 이 대본을 받은 게 작년 초였거든요. 처음 받았던 것이. 그래서 제작진에서도 사실 “이게 말이 돼?” 이러면서 준비를 했었는데, 촬영 임박하고 그 사건이 터지고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 대본에 나와 있는 사건하고 유사하게 진행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굉장히 이상한 느낌을 받으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 변상욱> 혹시 그 사건 말고 다른 어떤 사건을 머릿속에 떠올리거나 연출하시면서 염두에 둔 것도 있습니까?
◆ 류승완> 일단 우선 이 각본이 올해 ‘악마를 보았다’라는 영화 각본을 썼던 박훈정 작가의 각본이었는데요. 이미 각본 안에 나와 있는 사건 정황이 매력적으로 다 설계가 돼있어서 특별히 무슨 다른 사건을 떠올리면서 연출하거나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 변상욱> 아무튼 영화홍보로는 스폰서 검사사건이 대박을 쳐 준 건 사실입니다만, ‘특정집단에 대해서 뭔가 의도적으로 고발을 해보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냐’, 이런 평도 있는데?
◆ 류승완> 특정집단에 대한 고발을 하려면 오히려 지금 현재 방송이나 언론에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해 주고 계셔가지고 오히려 저는 그런 시선이 더 부담스럽긴 했었어요. 오히려 이런 것을 사법적인 소재로 만들어서 하려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러니까 사건이 너무 막 비슷하게 맞물려 들어서. 저는 사실은 제가 정작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특정기관이나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어떤 개인들의 삶의 모습이 저한테는 더 중요했었습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혹시 검찰이나 경찰에서 조금 항의하거나 원망 섞인 말투로 전화를 했다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까?
◆ 류승완> 전혀 그런 건 없었어요. 그리고 사실은 저희도 영화 만들면서 개봉할 때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예전같이 검열의 시대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는 문화적인 성숙도를 좀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어떻게 보면 사회고발적 성격의 영화들, 또는 어두운 곳을 비추는 영화들을 내놓을 때 “혹시 저 사람 좌파인가, 진보야?”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 류승완> (웃음) 네, 요새 그런 말씀들 많이 하시죠. 그런데 저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저는 그냥 상식적인 선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 변상욱> 지난해 에는 영화인 시국선언에도 동참을 하셨어요. 그때는 뭔가 제대로 소통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시국선언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하시죠?
◆ 류승완> 그렇죠.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의사를 밝힐 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니까요. 한 국민으로서 이런 것이 좀 옳은 방향 아니냐 하는 것에 대한 발언에 동참을 한 거죠.
◇ 변상욱>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라고 하는 영화제목이 있어서 다들 인기어가 됐습니다만, 류 감독께서 세상의 중심에서 외치고 싶은 것은 사랑 빼고는 뭡니까?
◆ 류승완>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할까요,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 이런 게 좀 더... 타인의 취향이 좀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변상욱> 동생 류승범 씨가 검사로 나왔습니다. 검사라기보다는 너무 가벼운 티가 나지 않냐, 청취자들께서 질문도 보내주시는데요?
◆ 류승완> 많은 분들께서 과연 어울릴까란 얘길 하시는데, 영화를 보시고 나서 영화에 대한 반응들을 살펴보면 ‘류승범이 아니고는 이 역할을 상상할 수 없다’ 이런 표현들을 많이 해 주세요.
◇ 변상욱> 적당히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야 되니까.
◆ 류승완> 그렇죠. 영화를 보시면 아마 그 우려가 어떤지를 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변상욱> 네, 알겠습니다. 사람에 대한 예의 얘기를 하셨는데, 아무튼 사람 향기 물씬 나는 영화 좀 많이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