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심의, 재허가와 결부시켜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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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PD연합회·언론정보학회 주최 ‘방송심의, 그리고 검열의 덫’

방송의 공정성 심의가 재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12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국가기관의 행정권이 작용하는 방송통신심의원회가 공정성을 심의하고, 이를 방송사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현행 심의제도는 사실상 사전검열”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가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방송내용을 제재할 수 있고, 이러한 심의결과가 다시 평가제나 재허가에 반영되도록 방송법(제17조 3항, 제31조)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주최한 '방송심의, 그리고 검열의 덫' 토론회가 12일 오후 3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PD저널

“방송사, 재허가 위해 정부 유리한 여론만… 사전검열 같은 효과”

윤성옥 연구위원은 이러한 심의제도가 정부·여당의 ‘방송 길들이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방송사가 재허가를 받기 위해 집권당에게 유리하거나 정부에 무해한 여론만을 방송할 것”이라며 “사전에 일일이 심사하지는 않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방송 내용에 대한 사전 검열과 동일한 효과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통심의위 ‘공정성 심의’는 정부 비판적 프로그램에 집중돼왔다. 박건식 PD연합회 정책주간(MBC PD)은 “심의위는 <PD수첩> 광우병 편 등에 대해서는 왜 부정적인 면만 보냐고 지적했지만, 친정부적인 프로그램은 일체 문제 삼지 않았다”며 “G20 정상회의를 옹호하는 보도가 쏟아져도 양적 균형성을 지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건식 정책주간은 “권력기구는 어떻게든 정부 비판에 대해 징계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공정성 심의를 민간기구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주 내밀사회문화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공정성 심의가 방송사 재허가와 연결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며 “재허가는 방통심의위가 아닌 다른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 박건식 한국PD연합회 정책주간, 이영주 내밀사회문화연구소 책임연구위원. ⓒPD저널

“공정성 심의 민간 이양해야 … 방통심의위 재허가 영향 안돼”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방통심위위의 폐지나 자율규제가 어렵다면 현 체제에서 심의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여당이 위원의 3분의 2를 임명한 방통심의위는 특정 보도가 정권에 불공정한지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심의규정에 명시된 ‘공정성’ 조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성옥 연구위원은 “공정성 요건 가운데 균형성은 양적 균형을 의미하는지 질적 균형을 의미하는지 모호하다”며 “공정성 심의규정은 진실성을 핵심 요건으로 개정하고, 실제 심의는 이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성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기계적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선거 등 정치적 사안은 심의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심의규정을 명확히 해 기계적으로 심의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심의결과를 심의하는 제도적 장치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가의 행정권에서 자유롭지 않은 방통심위의의 구성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영주 연구위원은 “(대통령과 여당추천 인사를 다수 포함한) 지금의 방통심의위는 집권세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민간기구나 정치지형을 반영한 구조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차기 언론정보학회장인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사회로 3시간 동안 진행됐고, 김동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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