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특혜’ 종편…방송 공공성 ‘위협’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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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단체 ‘위헌소송’ …지상파 ‘달래기’ 규제 완화 검토도 논란

“지상파 방송과 비교할 때 특혜에 가까운 종합편성 채널에 대한 ‘규제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태광산업이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종합편성 채널 사업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종편채널 사업자 연내 선정이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은 ‘종편채널 특혜 저지’ 쪽에 힘을 모으고 있다.

1~2개 사업자에 그칠 것이라는 그간의 전망과 달리, 최근 정부·여당에선 “80점 이상을 받으면 수의 제한 없이 허가할 것”(최시중 방통위원장), “일정 자격을 충족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종편을 허가해야 한다”(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등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 ‘무더기 허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방송광고 시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종편채널을 1~2개 이상 도입하는 건 무리라는 게 방송 전문가들은 물론 종편 예비 사업자(조선·동아일보, <한국경제>)들의 지적이었다. 때문에 다수 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생존’을 앞세운 ‘특혜’ 요구는 불가피한 셈이다.

■방송 공영성·공공성 무시하는 종편 특혜= 현행법에 따라 종편채널에 대해 이미 예정돼 있는 특혜는 다양하다. 보도·드라마·연예오락·시사교양 등을 편성, 사실상 지상파 방송과 유사한 역할과 영향력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종편채널은 케이블을 플랫폼으로 한다는 이유로 △광고 △편성·심의 △권역 △의무재전송 등에서 지상파 방송과 비교할 때 ‘비대칭 규제’를 받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종편채널은 현재 지상파 방송엔 금지돼 있는 중간광고를 편성할 수 있고 비상업적 공익광고도 지상파 방송(월간 전체방송시간의 0.2% 이상)보다 적게(월간 전체방송시간의 0.05% 이상) 편성해도 된다.

국내제작 프로그램도 지상파 방송이 매분기 전체방송시간의 80%(EBS 70%)를 편성해야 하는 것과 달리, 종편채널은 40%만 편성하면 된다. 핵심시간대에는 상당한 제작비를 투입한 국내 제작물을 편성하고, 주변시간대에는 상대적으로 값싼 해외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구매해 편성하는 유연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방송법 제32조 8항(지상파 방송의 책임)은 방송심의에 있어서도 지상파 방송에 더 엄격한 심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PD저널
또 현행법이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을 감안해 지역별 방송을 하도록 하며 KBS 1TV와 EBS에 대해서만 의무재전송을 허용(방송법 제78조 1항)하고 있는 것과 달리, 종편채널은 방송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의무재전송이 가능하다. 사실상 전국방송이 가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종편채널이 도입될 경우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보도가 쏟아져 지역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고 우려하고 있다.

종편채널에 부여하고 있는 일련의 특혜성 비대칭 규제에 대해 그간 학자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수용자 관점에서 사실상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매체(종편채널)가 동일하지 않은 규제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최우정 계명대 교수, 2월 2일 한국방송협회 ‘방송현안과 쟁점’ 세미나)며 관련 법 손질을 요구해 왔다. 반면 정부·여당에선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상황을 주장하며 종편채널에는 지상파와 다른, 사실상 완화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달래기용’ 규제완화, 종편 ‘추가 특혜’ 논란= 하지만 여당 추천의 송도균 방통위원은 지난 11월 26일 지상파 재허가 심사 의결 당시 KBS·MBC·SBS의 허가기간이 3년 연장에 그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신문사, 대기업의 참여로 지상파 방송의 새로운 경쟁자인 종합편성 채널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그간의 입장과 달리 지상파 방송과 종편채널의 영향력이 사실상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조준상 소장은 “종편채널이 지상파와 같은 범주의 경쟁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공정 경쟁을 위해서라도 종편채널에 대한 특혜에 가까운 ‘비대칭 규제’는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지상파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10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광고든 무엇이든 자율경쟁이 기본”이라며 “종편채널과 함께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통위는 최근 지상파 방송에 대한 △편성비율 규제 재검토 △방송광고 규제 개선 등을 핵심에 둔 방송콘텐츠 진흥 전략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련의 규제 완화가 종편채널 도입에 대한 지상파 방송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광고 시장의 정체 등으로 인해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경영 침체 상황에 높인 지상파 방송사들 입장에선 방통위의 일련의 규제 완화 검토가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중간광고나 심야방송 허용 등은 경영 악화 상황의 지상파 입장에서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종편에 대한 특혜성 규제 완화를 지렛대 삼아 지상파에 대한 규제 완화를 끌어내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토로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좀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낸다. 강 소장은 “종편채널과 지상파 방송에 대한 동일 규제 주장이 유료방송 중심의 전달체계에 대한 기정사실화를 전제하고 있는 게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시민단체의 종편채널에 대한 특혜성 비대칭 규제 철폐 요구 속엔, 방송 공공성과 공영성 등을 지키는 데 있어 유료방송과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 모두의 책임을 강조하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종편채널에 대한 ‘추가 특혜’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우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11월 30일 국회에 출석해 이른바 ‘종편 종잣돈’ 의혹을 받고 있는 KBS 2TV 광고 축소(혹은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KBS이사회는 지난 11월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하면서도 2TV 광고는 현행 유지하는 안을 의결했고, KBS가 이를 방통위에 제출해 둔 상황이다.

방통위는 또 종편채널이 방송광고를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는 종편채널을 희망하는 사업자 대부분인 신문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직접 광고판매를 허용해 줄 경우 신문과 연계, 영향력을 배가시키려 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그밖에도 신규 홈쇼핑을 도입해 현재 지상파 채널 사이 낮은 번호에 위치한 기존 홈쇼핑 채널과 묶어 뒷번호로 이동시킨 후, 그 자리에 종편채널을 배치하는 전략 역시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채널에 대한 방통위의 일련의 ‘추가 특혜’ 고민에 언론·시민단체들은 공적 규제 강화와 관련한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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