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이번엔 4대강 방송 보류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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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재판 영향” 전격 결정… 제작진·언론노조 KBS본부 ‘반발’

4대강 사업 논란을 다룬 KBS 〈추적60분〉 방송이 경영진에 의해 전격 보류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의혹을 다룬 방송이 ‘불방 논란’을 겪은 지 한 달여 만에 유사한 일이 발생하자 KBS 구성원들은 ‘제작자율성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KBS는 “8일 방송 예정인 〈추적60분〉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의 방송을 보류키로 결정했다”고 7일 저녁 밝혔다. KBS는 방송을 미룬 이유로 “국민 소송인단이 국토해양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4대강 낙동강 사업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소송 선고(10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S는 또 이같은 조치가 ‘재판 중인 사건을 다룰 때는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을 해서는 안 되며, 관련 심층취재는 공공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1조와 ‘법원의 판결이나 공적 기관의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보도나 논평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KBS 방송강령 제20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 <추적60분> 홈페이지 예고 화면.
그러나 제작진은 “방송 내용에 문제가 없음에도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추적60분〉의 한 PD는 “갑자기 어제(6일) 밤부터 한 주 연기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니 오늘(7일) 퇴근 시간쯤 갑자기 보류 결정을 통보했다”며 “소송 중인 사건을 다 피하면 어떻게 시사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특히 방송 하루 전 조대현 부사장, 이정봉 보도본부장 등 경영진이 직접 나서 방송 보류를 결정하면서 ‘KBS에서 4대강은 금기’라는 의혹이 확인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부사장, 보도본부장까지 나선 이번 결정을 내린 것은 KBS에서 결국 4대강 사업이 성역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또 “방송규정에는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했지, 편성에 대한 얘기는 없다”며 “언제부터 KBS가 재판 일정까지 친절하게 파악하며 보도했나. 결국 권력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4대강 사업을 다뤘기 때문에,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눈치를 보고 내린 결정한 것이라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 내용이 허위가 아닌 진실이라면 더더욱 보도를 해 재판이 공정하고 정확하게 열리게 하는 게 공공의 이익”이라며 “그런 측면에서도 명분이 없고, 더욱이 재판부가 방송에 의해 좌지우지 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안을 다룰 때 재판 등을 지나치게 고려하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본질적 비판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죄 판결을 받은 〈PD수첩〉 광우병 편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공영방송의 의제설정 기능은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8일 오후 12시 본관 민주광장에서 〈추적60분〉 방송 보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예정대로 ‘4대강 사업 회수논란’ 편을 내보낼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추적60분〉 제작진도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추적60분〉은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방송에서 국토해양부와 경상남도의 낙동강 사업권 회수를 둔 갈등을 다루면서 실제 공사 현장을 찾아가 공사가 늦어진 이유를 살펴보고 자체적으로 토양을 채취해 논란이 된 유류성분인 TPH의 유무를 분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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