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사장 중간평가 이르면 내년초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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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재훈 차기 KBS노조위원장 당선자

▲ 최재훈 노조위원장 당선자 ⓒKBS노동조합
제13대 KBS 노동조합 위원장에 최재훈 현 노조 부위원장이 당선됐다. 지난 1일 끝난 정·부위원장 선거에서 최재훈·백용규(54.2%) 후보는 곽명석·이도영(44%) 후보를 따돌리고 차기 집행부로 뽑혔다. 최재훈 당선자는 “기쁨보다 중압감이 더 크다”며 “조합원들이 한 번 더 희망을 걸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2대 노조에 대한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큰 차이로 이기리라곤 예상치 못했다”며 “조합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특히 노조가 분열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인규 사장 반대 투쟁이 중단된 것은 “역사적으로 부끄럽게 생각할 일”이라면서도 “노조가 특보 사장을 막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 부위원장이 차기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세습·계승’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투표를 통해 당선됐는데 어떻게 세습이냐”며 “민주주의를 모르는 발언”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12대 노조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낙하산 사장’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지배구조개선 투쟁을 꼽았다.

최재훈 당선자는 또 김인규 체제 1년에 대해 “희망을 준 게 하나도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공채 1기 출신에 대한 기대감은 현재 바닥”이라며 “특히 측근인사들이 탁상공론으로 정한 조직개편은 바닥민심을 들끓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김 사장은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도 했다.

다음은 최재훈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당선 소감은.
“개인적으로는 조합원들이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한 번 더 희망을 걸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겁다. 당선의 기쁨보다 중압감과 책임감이 더 큰 게 사실이다. 10% 차이는 역대 KBS노조 선거를 볼 때 적지 않은 차이다. 12대 노조에 대한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큰 차이로 이기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 12대 집행부를 평가 한다면.
“나름 성과도 없지 않았지만, 비판도 많았다. 조합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노조가 분열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성과는 공영방송법 제정과 지배구조 개선논의의 틀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것이다. 또 공정방송위원회에 외부평가위원회를 신설하도록 매뉴얼을 개선한 것도 나아진 점이라고 본다.”

- 김인규 사장 입성 과정에서 진통이 컸다.
“특보사장을 받은 건 노조가 역사적으로 부끄럽게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도 있었다. 지금 선임구조로는 노조가 ‘낙하산 사장’을 막기 어렵다. 노조에게 권한은 없고 책임만 부여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12대 노조는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과 공영방송법 제정 투쟁을 펼쳤지만, 보수진영과 시민단체 모두 관심을 갖지 않았다.”

- 결국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출범의 결정적 계기가 됐는데.
“이전부터 오랜 내부 갈등이 있었고, 균열 조짐도 여러 차례 있었다. 김인규 사장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현실화 됐다. 다시 통합을 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 강동구 위원장에 이어 다시 한 번 현 부위원장이 차기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선거 기간 동안 ‘계승·세습’ 논란도 있었는데.
“좋지 않은 표현이다. 투표를 통해 당선됐는데 어떻게 세습인가. 민주주의를 모르는 발언이라고 본다. 12대 집행부의 잘못된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계를 고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 김인규 사장 취임 1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 기간 동안 만난 조합원들의 의견은 김인규 사장이 들어와 희망을 준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내심 공채 1기 출신 사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바닥이다. 수신료 인상도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조직개편과 인사도 상당히 실망스럽다. 특히 측근 인사들이 탁상공론으로 정한 조직개편은 바닥민심을 들끓게 했다.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측근·보은 인사가 계속되다보니 리더십에 균열이 생겼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김 사장은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 구체적인 조직운영의 문제점은 뭔가.
“김인규 사장의 권위적인 경영 스타일이다. 전임 홍두표·정연주 사장 때는 조직개편을 앞두고 노사협의체나 추진단을 만들어 노사가 함께 논의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측근 인사 몇 명에게 개편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한다. 문제는 이 측근들이 구성원들의 원성이 높고 무능력하다는 비판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BCG컨설팅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대로 조직개편을 했다. 예정된 보완작업도 그렇게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다 등 돌릴 것이라는 걸 김 사장이 알아야 하는데, 측근들이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김 사장은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측은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조합원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노조는 사측과 전면전 할 수밖에 없다.”

- 방송의 공정성 부분은 어떤가.
“노조가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견제하고 있지만 사후 조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국민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데, 수치로 나온 신뢰도·영향력 1위는 의미가 없다. 내부적으로는 제작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간부와 일선 제작진의 소통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서로 상처 내는 과정이 아니라 건전한 토론문화가 필요하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언론노조 KBS본부가 최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두 개의 노조가 공식화된 상황에서 조합 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KBS본부의 입장은 모르지만, 제가 만난 조합원의 90% 이상은 통합을 바라고 있다. 통합 로드맵을 제시하고 과정을 밟아나갈 것이다. 공방위의 경우 시각차가 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열 수도 있다고 본다.”

- 13대 노조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이 될까?
“당장 떨어진 과제는 조직개편 보완과 임금협상이다. 사측은 소규모로 조직개편을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노조와 같이 공식협의체를 구성해서 진행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또 사측은 수신료 인상을 이유로 임금동결을 주장하지만, 노조는 9.5%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매번 똑같은 요구를 하는데, 수신료와 임금이 무슨 상관인가. 공적가치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적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 김인규 사장 중간평가는 언제쯤 실시하나.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면 집행부 구성과 시도 지부장 선출을 마치는 대로 중간평가 시점을 논의할 것이다. 이르면 내년 초가 될 수도 있다. 사장 중간평가는 노사 합의사항이다. 방식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이전 사례를 볼 때 설문조사 형태도 있었고 신임투표를 한 적도 있다.”

-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3500원 인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KBS의 재원구조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신료 인상 논의가 정치쟁점화 된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이것이 한국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수준이고,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여야 관계가 우연적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수신료 인상안 통과를) 낙관하지는 않는다. 노조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한 4000원 선에는 못 미쳐도 인상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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