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종편 밀어주기’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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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종편 밀어주기’ 공식화
광고총량제 등 방송 광고 규제 완화 방침 …17일 대통령 업무보고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0.12.17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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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년도 업무추진계획 보고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17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광고규제 완화 계획을 분명히 했다.

이달 말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방통위는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새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0.74%, 2015년 1%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방송광고 규제완화 △방송광고 시장 효율성 제고 및 중소방송 지원 △스마트 광고로 신규시장 창출 등의 계획을 밝혔다.

의료광고 규제 완화…국민 건강 볼모로 ‘종편 밀어주기’ 의혹

특히 방송광고 규제완화 방안으로 방통위는 ‘먹는 샘물’, ‘의료기관’ 등 광고금지 품목에 대한 손질을 거론했다. 현재 전 부처에는 80여개의 광고금지 품목이 있는데 관련 부처와 협의해 관련 품목에 대한 규제를 우선적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년도 업무추진계획 보고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청와대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방통위의 이 같은 방송광고 규제완화 방침을 종편채널에 대한 ‘광고특혜’로 인식하고 있다. 종편채널 도입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이른바 ‘종편 종잣돈’으로 염두에 뒀던 KBS 2TV 광고 축소를 지난 11월 KBS이사회의 광고유지 결정으로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광고 파이를 키우기 위해 또 다른 카드들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통위는 ‘먹는 샘물’, ‘의료기관’뿐 아니라 ‘전문의약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업무보고에 앞서 지난 15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먹는 샘물’과 ‘의료기관’ 문제는 이미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끝마쳤고, ‘전문의약품’도 협의를 했지만 우선 ‘의료기관’부터 일단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제약업종의 여러 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전문의약품 판매 리베이트에 들어가는 돈을 양성화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나”라고 강조, 해당 품목에 대한 규제완화 역시 조만간 가시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의료광고 허용은 자칫 소비자인 국민에게 광고비를 전가하고 불필요한 진료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방송가 안팎에서 “국민 건강을 볼모로 종편채널에 광고를 밀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선 의약품 가격 인상과 건강보험재정 악화 등의 이유로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을 반대함에도 기재부에서 완화하려 하고 있다”며 “(절대평가로) 종편채널 사업자를 많이 허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종편 좋으라고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광고총량제·직접 광고영업 등 종편에 ‘날개 달아주기’ 공언?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통위는 또 유료방송에 대해 방송사업자가 광고 유형이나 시간, 길이 등의 운용 재량권을 갖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방송사업자는 광고비 단가와 시청률이 낮은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시간대의 광고방송 시간은 줄이고, 시청률과 단가가 높은 프라임 시간대의 광고방송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케이블을 플랫폼으로 하는 종편채널의 탄력적인 광고 운용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인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광고총량제에 대한 요구가 유료방송 쪽에서 구체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일단 유료방송에 한해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채널에 대한 대표적인 광고 특혜로 거론되는 직접 광고영업 허용 또한 방통위는 밀어붙일 태세다.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시장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민영 미디어렙 허가를 통한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대한 경쟁체제 도입을 언급하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디어렙 법안의 처리를 강조했다.

문제는 방통위가 제출한 미디어렙 법안이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현재 종편채널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유력 신문사인 점을 감안할 때, 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까지 허용할 경우 신문과의 연계판매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방통위의 업무보고 내용대로라면 광고금지 품목에 대한 규제 완화와 광고총량제 도입, 직접 광고영업 허용의 현실화 등으로 종편채널은 시청률과 무관하게 ‘광고’라는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데 이중, 삼중의 날개를 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에 그간 금지했던 중간광고를 허용키로 했다. 중간광고는 지상파의 오랜 요구이긴 하지만, 정책 당국은 시청자의 시청권 보호 등을 말하며 그간 허용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종편채널에 대한 특혜성 규제완화에 성난 ‘지상파 달래기’용으로 내놓은 방안 아니냐는 지적이 언론·시민단체로부터 나오는 이유다. 

KBS 국가기간방송 역할 제고…‘논란’ 예고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송의 공적 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기간방송인 KBS의 대국민 공적서비스 확대와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속·정확한 재난방송 △디지털 방송 난시청 해소 △고품질 방송 콘텐츠 제작 강화 등을 통해 품격있는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재난방송의 주관방송사로서 KBS가 해야 할 역할이 많은 만큼, 각종 행정지도 등을 (방통위가) 할 수 있다. 또 난시청 해소는 정부와 함께 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품질 프로그램은 KBS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그간 못해 온 게 사실”이라며 “영국 BBC는 1년에 3000시간 정도 신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데 KBS는 1000시간 안팎인 만큼, 상향조정 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KBS의 국가기간방송 역할을 제고하겠다는 방통위의 이 같은 계획은 정부·여당이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국면과 맞물려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다큐멘터리 등에 주력하는 일본 NHK를 언급하면서 공영방송법 제정을 검토했던, 사실상 ‘무색무취 KBS’를 만들겠다던 정부·여당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송법·IPTV법 등을 포괄하는 통합방송법 제정 계획과 함께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 제도 개선을 위해 △의무재송신 채널범위 재설정 △방송사간 분쟁해결 제도화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지상파 방송의 다채널방송서비스 도입을 위해 운영주체, 면허방식, 채널구성 등의 정책방안과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는 관련 공무원 60여명과 함께 업계·학계인사 40여명도 참석, ‘스마트 시대, 세계일류국가를 위한 과제와 대응전략’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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