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연출, 크리스마스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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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연출, 크리스마스의 기적
[인터뷰] KBS 성탄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줘서’ 김영진 PD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12.2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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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KBS PD ⓒPD저널
▲ 김영진 KBS PD ⓒPD저널
모두 안 될 거라고 했다.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 10년 전 그는 ‘잘 나가는’ 드라마 PD였다. 연출작 <야망의 전설>(1998)은 시청률 5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7월 미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는 1급 장애 판정(하반신 마비)을 받았다. 2002년 회사로 복귀했지만 연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KBS 1TV 성탄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줘서>(25일 밤 11시 10분)는 김영진 PD가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장애를 가졌지만 희망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 PD는 ‘입원 동기’인 가수 강원래가 이끄는 장애인 극단의 사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한손 마술사와 외팔에 무에타이 선수 등 실제 ‘꿍따리 유랑단’ 단원들이 직접 연기에 도전했다.

지난 17일 마지막 촬영을 앞둔 김영진 PD를 여의도 KBS 별관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촬영현장에 나선 김 PD는 “그동안 안 시켜줘서 못했지 시켜주면 얼마든지 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카메라가 낯선 배우들을 보며 웃고, 그들도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웃는다”며 “매일 기적을 만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김영진 PD는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드라마를 돕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김 PD가 다시 연출을 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기획안이 통과됐지만, 드라마국 내부에선 여전히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다. 함께 도와줄 공동연출을 찾기도 어려웠다. 좌절에 빠져있을 때 후배 김성근 PD가 선뜻 프로듀서를 자청했다.

“사실 김성근 PD는 공동연출을 할 연배가 아니에요. 이미 대하드라마도 연출했고, 나설 이유가 전혀 없죠. 그런데 ‘형, 제가 하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 눈물 나게 고마웠어요. 촬영 내내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줬죠. 또 특집극에 조연출이 붙기 어려운데, 임세준 PD가 자원해 너무 잘 챙겨주고 있어요. 주변 힘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인연을 맺은 연기자들도 김 PD의 복귀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손현주, 권해효, 김규철은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특집극 사정을 감안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실제 꿍따리유랑단 단장인 강원래도 단장 역할로 드라마에 얼굴을 비친다.

<고마워, 웃게 해줘서>는 장애를 겪고 있는 PD와 실제 장애인 배우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기존 작품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김영진 PD는 “방송에서 장애인을 향한 시선은 개인의 재활에 초점을 맞춘 게 많은데, 실제 장애를 극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요. 그걸 본 나머지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죠. 이 작품은 ‘장애를 극복하자’는 것보다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진 PD가 복귀작으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선택한 건 병원을 나서면서 했던 결심 때문이다. 그는 당시 “영혼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전에는 솔직히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지, 테마는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사고 이후 생각이 달라졌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탈북자, 다문화 가정 등 소외받은 계층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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