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강행…규제완화 ‘덫’에 걸린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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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강행…규제완화 ‘덫’에 걸린 방통위
[방통위 2011년 업무보고]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0.12.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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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새해 업무보고는 광고를 포함한 방송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완화’로 요약할 수 있다. 방통위의 업무보고 대로라면 종합편성 채널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과 기존의 유료방송사업자 모두 방송 시장의 상업화라는 파고를 넘기 위해 급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공공성의 실종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게 방송가 안팎의 경고다.

‘수신료’ 놓친 방통위 ‘광고’로 종편 밀어주기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현재 GDP(국내총생산) 대비 0.73%(추정치, 약 8조 2000억원) 규모의 국내 광고시장 규모를 2011년 GDP 대비 0.74%(8조 7000억원), 2015년 1%(13조 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우선적으로 언급했는데 ‘의료기관’과 ‘전문의약품’ 등 광고금지 품목에 대한 손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종편채널과 기존 유료방송에 먼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제약업종의 여러 환경이 변하고 있다”며 “전문의약품 판매 리베이트에 들어가는 돈을 양성화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나”라며 규제완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시민단체들은 의료광고 등의 허용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산업논리의 잣대로만 판단하며 방송광고 늘리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당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의료 서비스나 전문의약품은 그 자체의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공급자가 정보를 독점함에 따라 정보의 격차가 발생하는 분야인 만큼, 방송광고만으로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정책 추진의 철회를 요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전문의약품에 대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하면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의약품 오·남용이 발생한다는 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문의약품 광고비용은 곧바로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특히 한국은 전문의약품 전체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재정의 부담 역시 불가피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통위가 이날 업무보고에서 밝힌 광고총량제 도입 방침 역시 종편채널과 유료방송을 위한 것이다. 방송사업자가 광고 유형이나 시간, 횟수, 길이 등에 대한 운용 재량권을 갖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종편채널을 비롯한 유료방송 사업자는 광고비 단가와 시청률이 낮은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시간대의 광고방송 시간은 줄이고, 시청률과 단가가 높은 프라임 시간대의 광고방송 시간은 늘릴 수 있다.

방송가 안팎에선 KBS 수신료 인상을 통한 2TV 광고 축소(또는 폐지)를 염두에 뒀던 방통위의 뜻이 지난 11월 KBS이사회의 결정으로 인해 사실상 꺾이면서, 방통위가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차선의 카드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큰,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의료기관과 전문의약품 등에 대한 광고 규제를 풀어 종편채널을 비롯한 유료방송의 광고시장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방통위의 모습에서 종편을 밀어붙이고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방통위의 초조함이 읽힌다”고 말했다.

‘중간광고·MMS’로 지상파 ‘달래기’

방통위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그간 지상파 방송에 금지해왔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송광고 금지품목 중 그간 유료방송에만 허용해 왔던 ‘먹는 샘물’에 대한 광고를 지상파 방송에서도 가능케 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상파·유료방송과 외주제작사에 각각 허용하고 있는 간접광고와 협찬고지를 상호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광고규제 등의 완화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숙원인 동시에,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최시중 위원장이 “광고든 뭐든 자율경쟁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중간광고만 놓고 봐도 현 정권이 과거 야당 시절 ‘시청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방통위가 종편채널에 대한 규제완화 ‘특혜’에 반발할 지상파 방송사들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지상파 다채널방송서비스(MMS) 정책방안이다. 방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내년 상반기 지상파 방송의 MMS 도입을 위해 운영주체, 면허방식, 채널구성 등 법·제도 정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MS는 지상파가 할당받은 주파수를 3개 이상 채널로 쪼개 송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MMS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 방송의 현재의 채널 1개를 최대 4개까지 늘릴 수 있다. 실례로 현재 KBS1은 현재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에서 1개 방송채널만을 송출하는데 MMS가 도입될 경우 KBS1-1, KBS1-2, KBS1-3 등 최대 4개까지 방송을 내보내는 게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 압축 기술 발전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가진 대역(6㎒) 내에서 채널수를 늘릴 수 있는, 즉 기술 발전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생기는 것인 만큼, MMS는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하지만 종편채널을 희망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신문사들과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사실상 새로운 지상파 채널이 등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미 방송광고 시장의 3분의 2를 독점하는 지상파와 계열 PP(채널)들이 더욱 득세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방통위의 종편 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지난 8월 양문석 상임위원이 “종편채널이 등장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MMS 요구를 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지상파와 종편은 18대 1 혹은 18대 2의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며 ‘승자의 저주’를 예견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 4사의 사장들은 지난 16일 MMS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소외·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다양한 지상파 채널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이들은 내년 중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전환 기구인 DTV코리아 내 별도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세부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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