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명예 실추시킨 건 김인규 사장 당신”
상태바
“KBS 명예 실추시킨 건 김인규 사장 당신”
3년차 기자 26명 실명 비판… "정권의 방송 비난 책임져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12.28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1월 24일 김인규 KBS 신임 사장이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 지난해 11월 24일 김인규 KBS 신임 사장이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KBS의 3년차 기자 26명은 “KBS를 정권 홍보 방송으로 만들었다”며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자들은 27일 실명으로 성명을 내 “밖으로는 정권의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게 하고, 안으로는 비판하는 입을 막아 KBS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냐”며 “KBS의 명예를 실추시킨 장본인은 김인규 사장과 사측”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에 입사한 이들은 “공교롭게도 입사 후 두 번이나 사장이 교체됐고, 그때마다 안팎의 우려가 많았고, 그 우려는 KBS가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며 “그 비난은 정치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러 왔다는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 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이 취임한 후 저희는 KBS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일들에 저항하며 더 이상 KBS를 망가뜨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상황은 신기록을 작성하듯 나빠졌다”며 “실체모를 G20 정상회의에 KBS의 모든 역량이 투입됐고, 천안함 사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심층취재물은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방송됐다”고 한탄했다.

기자들은 또 “내부에서는 국내 대표 언론사라고 믿기 힘든 치졸한 일이 잇따르고 있다”며 회사를 비판하는 글을 쓴 김용진 기자에 대한 정직 4개월 징계와 김인규 사장을 비판한 김범수 PD에 대한 징계 검토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60명을 징계에 회부한 것도 “회사의 수준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34기 성명서> 누가 KBS의 명예를 실추시켰습니까?
저희 26명은 입사 4년차로 접어드는 기자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KBS 기자로서 각자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시깁니다. 또, 젊은 피가 좀처럼 수혈되지 않는 보도국에서 신참으로 가장 활기차게 일해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KBS 기자로서의 모습에도, 조직의 신참으로서의 모습에도 의욕을 갖기 힘든 상황입니다.

특보 출신 사장이 취임한 후 탐사보도팀 해체와 부당 징계, 보복 인사, 잇단 정권 홍보까지. 저희는 KBS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일들에 저항하며 수차례 제작 거부와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더 이상 KBS를 망가뜨리지 말라는 경고였지만, 상황은 신기록을 작성하듯 나빠졌습니다. 역사의 기록인 줄만 알았던 대통령 찬가가 9시 뉴스에서 방송되고, 지금도 실체를 모를 G20 정상회의에 KBS의 모든 역량이 투입됐습니다. 반면,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천안함 사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심층취재물은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방송됐습니다. 새로운 의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이미 벌어진 일을 기사로 쓰기도 힘든 언론사가 된 것입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국내 대표 언론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치졸한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회사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한 김용진 선배가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는 저희들이 보기에, 이미 수뇌부가 실추시킨 KBS의 명예를 너무 적나라하게 고발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김용진 선배가 탐사보도의 새 지평을 연 훌륭한 기자라는 사실은 회사 밖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일로 능력 있는 직원의 고언에 징계로 화답하는 회사의 치졸함이 온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사장에게 입바른 소리를 한 동기 김범수 PD의 글을 삭제하고 징계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KBS본부노조 파업 동참을 이유로 60명에게 징계를 통보한 일도 회사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파업의 책임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회사에 있습니다. 7월 파업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체결한다던 단체협약은 12월이 돼서야 체결됐습니다. 뒤늦게 단체협약을 맺은 책임을 60명에게 물으려는 것입니까? 한 달이나 파업을 한 것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 본부노조원 1000명에게 모두 징계를 내리실 것을 권합니다. 사장과 간부들에게 고까운 노조를 만든 책임을 묻겠다면, 그 책임은 저희들부터 기꺼이 지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저희가 입사한 2008년 이후 두 번이나 사장이 교체됐고, 그때마다 안팎의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 우려는 KBS가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난은 정치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러 왔다는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태어난 저희 대부분은 군사정권의 언론 탄압에 대해 책으로만 배웠습니다. 입맛에 안 맞는 기사는 막고 비판적인 기자는 잡아가두던 군사정권의 화석이, 저희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제 묻겠습니다. 밖으로는 정권의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게 하고, 안으로는 비판하는 입을 막아 KBS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KBS의 명예를 실추시킨 장본인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김인규 사장과 사측, 바로 당신입니다.

강규엽 고순정 고은희 김경진 김도영 김민경 김재노 김진희 백미선 손원혁
신방실 양성모 유동엽 유승용 이정훈 장성길 정환욱 조세준 조정인 조지현
지형철 최경원 최만용 최재혁 한승연 허솔지 <34기 기자 26명 일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