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무더기 징계…형사처벌, ‘언론인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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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무더기 징계…형사처벌, ‘언론인 수난시대’
최상재 위원장 집행유예, 해직 언론인 8명으로 늘어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12.2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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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밑을 보내는 언론인들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어느 해보다 언론인에 대한 형사 처벌과 징계의 칼바람이 매섭기 때문이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27일 지난해 미디어법 반대 파업을 주도하고 법안 강행처리 당시 국회에 진입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파업의 목적이 언론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업무방해 등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노종면 전 YTN 지부장, 정영홍 EBS 지부장, 양승관 CBS 지부장 등 함께 파업에 동참한 지·본부장 및 조합원들도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김재철 사장 반대 파업을 주도한 언론노조 MBC본부 이근행 위원장은 7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언론사 내부 징계도 끊이지 않고 있다. KBS는 최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 조합원 60명을 특별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측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 7월 한 달간 벌였던 KBS본부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이를 주도한 집행부와 참여 조합원들에 대한 ‘대량 징계’에 착수했다.

내부 비판에 대해서도 경영진은 가차 없는 징계로 대응하고 있다. 외부 기고글을 통해 ‘정권 홍보’에 나선 KBS를 비판한 김용진 울산방송국 기자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고, <추적 60분> 4대강편 불방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사무실에 현수막을 내건 제작진은 전원 감사실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사측은 4대강편 불방 등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추적 60분> 제작진을 대거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사측의 ‘징계 방침’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4일 성명에서 “내부 비판과 토론이 사라지고 오로지 징계로만 통치하는 언론사는 결국 몰락하고 말 것”이라며 “사측이 꺼낸 징계의 칼날은 스스로를 겨누는 자해 행위이며 부메랑”이라고 지적했다.

KBS 3년차 기자들도 27일 집단으로 성명을 내 김용진 기자 등에 대한 사측의 징계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일로 능력 있는 직원의 고언에 징계로 화답하는 회사의 치졸함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며 “사장에게 입바른 소리를 한 <추적 60분> 김범수 PD의 글을 삭제하고 징계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올해는 해직 언론인도 2명 늘어 총 8명이 됐다.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39일간 진행된 김재철 사장 반대 파업을 주도해 지난 6월 해고됐고, 정대균 진주MBC 지부장은 창원MBC와의 강제 통폐합 반대 투쟁을 벌이다 지난 7월 사측으로부터 해고당했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YTN 기자 6명은 지난 10월 해직 2주년을 맞았다. 법원은 1심에서 이들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사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지난한 법적 공방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10월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징계를 당한 언론인은 180여명에 달한다. 1980년 언론통폐합 때 대량해고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8명이 해고를 당했고, 각각 30명과 32명이 정직과 감봉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징계 등 언론인에 대한 탄압은 끊이지 않고 있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 연말이 유독 춥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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