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권언유착, 창궐하는 종편 특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조중동’과 연합뉴스.

한 쪽은 주식회사의 탈을 쓴 폐쇄적인 족벌 유한회사이고, 다른 한 쪽은 KBS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다. 지난해 12월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은 이렇게 조직 형태와 운영상 극과 극을 달려야 하는 4곳의 ‘간택’으로 마무리됐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해야 할까? ‘조중동’이 현 정부를 위한 ‘정권 안보’ 차원에서 왜곡·편파 보도를 서슴지 않으며 앞잡이 노릇을 해왔음은 세상이 다 안다. 최소한의 언론이기를 포기한, 정권의 끄나풀이었다. 그래서 정권 차원의 ‘정치적 보은’은 필연이었다.

물론, 정권으로서는 ‘배은망덕’의 후환이 두려웠던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권의 ‘앞잡이’ 노릇으로 치자면, 연합뉴스 역시 ‘조중동’에 못지않았던 터다. KBS를 관제방송화시켜 수중에 넣은 상태이긴 하지만, 정권으로서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여간 불안하지 않다. 그러니 이참에 ‘조중동 방송’ 말고 확실한 관제방송 한 개를 늘려놓는 게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해 31일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 작업을 을 마무리하는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방통위는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를 종편채널 사업자로, 연합뉴스를 신규 보도채널 사업자로 선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경제도 종편 사업자에 선정되지 않았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매경은 보도전문채널인 MBN을 반납한다는 전제 아래 종편 사업을 신청했다. 매경에 종편을 줘도 그 효과는 ‘제로섬’이라는 얘기다. ‘조중동’의 들러리로 ‘끼워 팔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고, 그래서 ‘조중동’이나 누릴 수 있었던 ‘간택’의 불똥이 튀었다고 할 수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은 온갖 무리수와 편법으로 얼룩져 있다. 깊은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4900억원에 이르는 월등한 자본금 조달 계획을 밝히고, 케이블 방송의 노하우를 지닌 태광이 탈락한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계량평가 24.5%를 제외한 나머지 비계량평가에서 태광이 매일경제만도 못하다는 것인데, 받아들이기 힘들다.

종편의 사업 타당성은 극히 불확실했고, 이로 인해 최소 자본금 3000억원 조달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방통위의 배려는 애틋했다. 주주 구성을 미리 보고 심사기준안을 마련했다는 의혹마저 일게 한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5% 미만이면 한 기업이 여러 개의 종편 및 보도채널 준비 사업자에 투자할 수 있게끔 허용하되, 이 기업으로부터 적게 투자를 받은 준비 사업자에게는 감점을 주겠다는 기상천외한 전례 없는 ‘꼼수’를 부렸다.

51%까지 주주 구성을 공개하되, 1% 미만의 주주는 ‘주요 주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발표된 매경과 중앙의 주요 주주는 51%를 밑돌고 있다. 중복 투자의 경우, 한 쪽에서 ‘주요 주주’로 계산되면, 다른 쪽에선 주요 주주에서 빠져서 공개되지 않도록 한 것도 문제다. 조선 종편의 주요 주주인 ‘부영주택’(5.5%)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향후 사업 취소 처분을 내릴 수도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파렴치한 짓도 방통위는 서슴지 않았다. 사업 타당성이 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종편 사업자들은 ‘풋백 옵션’(손실보전조항)이나 ‘바이백 옵션’(되사주기 조항) 등을 투자자들에게 내걸고라도 돈을 끌어들여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이건 철저히 사업자 간의 문제였다. 이로 인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방통위는 재승인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런 식의 자금 조달에 대해 ‘감점을 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이로 인해 ‘조중동’ 중 어느 곳이 얼마만큼의 감점을 받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총점 1000점 만점에 조중동과 매경은 탈락 하한선 800점을 넘었고, 태광과 한국경제는 넘지 못했다는 앙상하고 초라한 결론은, 이런 식의 편법과 꼼수로 얼룩진 심사과정의 산물이다.

19개 세부심사항목 중 납입자본금 규모, 콘텐츠산업 육성·지원 계획,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계획 등 6개 항목에서 배점의 60%를 얻지 못하면 탈락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한 곳도 없었다. 또한, 19개 세부심사항목방송을 분류하는 5개 심사항목(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계획의 적절성, 조직 및 인력 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등)에서 각각 배점의 70% 이상을 얻지 못하면 탈락이었다. 하지만 한 곳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총점은 태광과 한경이 800점 미만이라 탈락했다.

사업자 선정과 동시에, 조중동은 의료기관·전문의약품 광고, 주류 광고 등을 종편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온갖 떼를 쓰고 있다. 다수 제약업체들과 대학까지 끌어들인 모양이다. 국민의 의약품 오·남용 위험, 소규모 병원의 몰락 등은 안중에도 없다. 유료방송 수신료 인상을 내거는가 하면, 황금채널 배정도 요구하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지난 해 9월 2일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공청회가 열리기에 앞서 미디어행동이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그럴 듯한 논리라곤 아예 없다. 후발 사업자 운운하는 게 고작이다. 그렇다면 선발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이라는 말인데, 종편과 지상파 방송은 같은 시장에 속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네트워크(망) 사업자가 공영방송도 아닌 종편의 프로그램들을 반드시 내보내도록 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은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종편 특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종편에 황금채널을 배정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케이블 SO와 힘을 합쳐서라도 반드시 이 특혜를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비준될 경우,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걸려 국민 전체가 제소당하는 상황을 부를 수밖에 없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마냥 ‘쌩 까고’ 있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추천 방통위원들(최시중, 송도균, 형태근)은 ‘양아치 매국노’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종편 2막의 싸움은, 제 정신 박힌 시민들이 의문투성이 심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방통위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데서 시작된다.

전선은 넓어지고 있다. 국민 호주머니 털고, 미디어 생태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의료생태계마저 유린하려는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의 실체가 사업자 선정 직후부터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움츠렸던 반격의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는 셈이다.

태생부터 위헌·위법성으로 얼룩진 종편은 그 본질이 ‘무허가 방송’이다. 정권교체 이후 이 위헌·위법성을 바로잡는 국회 차원의 정치행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격의 활시위가 그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