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손보기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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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손보기 노골화
인사 발령에 불방까지… 시사교양국 PD들 제작거부 등 결의 방침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1.03.08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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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국 PD들이 8일 MBC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시사교양국 강제 인사 발령과 ‘PD수첩’의 ‘MB 무릎 기도’건 취재 중단 지시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사진제공=전국언론노조 MBC본부>

“〈PD수첩〉을 망치기 위해 작심한 거다. 입을 막고 더 이상 발언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줄곧 ‘표적’이 되었던 〈PD수첩〉에 대한 ‘손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직개편, 인사, 취재 중단 지시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명백히 ‘PD수첩 흔들기’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그 배경과 관련해 “〈PD수첩〉의 참에 대해 희석시키고자” 한다거나 “과도한 정치색을 탈색해야 한다”는 등의 ‘속내’도 드러났다. 이 모든 일들은 김재철 사장 연임 이후 보다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사교양국의 편성본부 이관, 최승호 PD를 비롯한 〈PD수첩〉 주요 제작진의 타 부서 강제 발령 등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시사교양국에 또 다시 기름을 끼얹은 사건이 발생했다. 김재철 사장의 고교 및 대학 ‘직계 후배’인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건을 취재 중이던 〈PD수첩〉 제작진에게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 “의도된 행위가 아니라 일과성 해프닝인데 아이템으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담당 PD는 “공정성을 기하겠다”며 거듭 재고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 이어 7개월 만에 또 다시 〈PD수첩〉 불방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결국 8일 〈PD수첩〉 ‘생생 이슈’ 코너는 로스쿨 관련 아이템으로 긴급 대체돼 방송됐다.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본격적으로 ‘PD수첩 죽이기’에 나섰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윤 국장이 ‘PD수첩’은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기독교 문제가 포함된 그 어떤 아이템도 다루지 말라는 포고령을 선포한 것”이라며 “보수신문들조차 앞 다퉈 의제화 한 사안마저 방송을 막는 상황에서 앞으로 ‘PD수첩’이 어떤 권력을 비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8일 MBC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시사교양국 강제 인사 발령과 ‘PD수첩’의 ‘MB 무릎 기도’건 취재 중단 지시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사진제공=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앞서 지난 2일 〈PD수첩〉 주요 제작진의 강제 인사 발령에 이어 취재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시사교양국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우리에게 무조건적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하니 격앙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조직개편, 인사 발령, 취재 중단 지시 등 사측의 행보는 오히려 노골적 경향을 띠고 있다. 급기야 시사교양국의 한 보직 부장은 공개 석상에서 “〈PD수첩〉은 노동운동 편향성, 정치적 편향성이 과도하다”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각을 유지해온 〈PD수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PD수첩〉 말살 음모’를 규탄했다.

시사교양국 PD들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사교양국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8일 MBC 사내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데 이어 오는 10~11일에는 집단 연가 투쟁에 돌입한다. 이들은 이날 경기도 양주 MBC 문화동산에 모여 제작거부를 포함한 향후 투쟁 방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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