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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 말뿐 … 피상적 일반론 나열한 ‘약속대련’
김동민
<한일신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contsmark0|방송3사가 주관하는 대선후보초청 tv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금번과 같은 형식의 tv토론이 15회, 지역별 tv토론 6회 등 정규 tv토론이 21회 열리기로 되어 있다. 이밖에 tv3사가 공히 일정을 잡아놓은 교양 프로그램 출연도 9회로 예정되어 있다. 대략 한달에 2회, 즉 6차례에 걸쳐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대선후보들의 면면을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다. tv 선거시대의 화려한 개막이라고 할만 하다.여야는 이 tv 토론을 옥외집회에서의 유세를 대체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고 있으므로 돈 안 드는(덜 드는) 선거에는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세장 군중동원에 간택되지 못해 후보들의 정견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편안하게 정견을 듣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후보들의 입장에서도 장외유세장을 찾은(혹은 동원된) 유권자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자체로는 돈 안 드는 선거 의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그러나 필자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한국의 정치현실과 방송구조를 유추해 보건대 tv 토론의 모임 자체로서는 소위 정치개혁이니 선거혁명이나 하는 수사를 갖다 붙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몇 가지 개혁조치를 취하면서도 방송은 감싸고돌았다. 군, 실명제, 교육, 그리고 최근 추진되고 있는 금융분야 등 그 어떤 분야 못지 않게 개혁이 절실한 분야가 다름 아닌 방송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구린내 나는 방송을 개혁의 동반자로 대우했다. 개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개혁의 외풍에서 자유로웠던 방송이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나 문화의 영역에서 바른 길을 걸을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인적 청산이 되지 않는 우리 방송에는 5, 6공의 퇴행적 보수주의자들과 문민정부의 해바라기성 인사들로 득실거린다. 이들에게서 공정한 방송을 기대할 수 있을까?여러 언론단체와 시민단체에서 민간의 독립된 ‘tv토론위원회’의 구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협회와 신문협회는 그들의 의지대로 tv 토론(토론인지 회견인지 모르겠지만)을 강행하고 있다. ‘tv토론위원회’의 구성을 주장하는 것은 토론(?)의 공정한 운영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방송사가 주관하더라도 공정성이 인정되기만 하면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구조적 방정식을 풀면 ‘불공정할 것’이라는 답이 나오지만, 그러한 우려를 깨끗이 씻어만 준다면 굳이 우리들의 정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뜻이다(그러나 1회성이 아닌 제도적 보장이라는 숙제가 남는다). 자, 그러면 첫 번째 토론회는 우리들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주었는가?아니다. 우리들의 우려는 전혀 기우가 아니었다. 방송사가 주관하는데 따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한마디로 아직 결정을 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금번 tv 토론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자는 서두에 정책토론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지만 결국은 수사에 그치고 말았다. 사회자의 선정은 무난했으니 역시 방송사의 위세로부터 벗어나 소신 있게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이 역시 방송사가 주관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다음으로 패널 구성의 문제이다. 5명의 패널리스트들 중 3명이 방송기자들이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차별성이 있을까? 방송3사가 주관한 데 따른 나눠먹기식 배정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다음 달 토론회에서는 신문기자들이 줄줄이 나오기로 되어 있는가? 물론 세 사람은 각각 취재주간, 부국장, 해설위원 등을 맡고 있는 베테랑 기자들이므로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추호도 아니다. 5명중에 3명씩이나 배치할 하등의 이유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기자들의 과다출연은 전문성의 적절한 배치라는 원칙에서 벗어난다. 세 사람이 여러 출입처를 두루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자는 한사람이면 족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기자들이 기자직을 정계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던 전례와 오늘날의 정언유착을 고려할 때도 토론의 공정한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다음으로 정책토론이 되지 못하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흥미위주의 단답형 질문이 주종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시간제약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질문과 대답시간을 제한하여 토론다운 토론이 될 수 없었다. 대개 한번 질문에 한번 대답으로 그치고 말아 대답이 미진한 경우에도 그냥 넘어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원칙적이고 쉽게 넘어가 버렸다. 이회창 후보 자제의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준비 없는 질문에 예외적으로 장황한 해명으로 이어졌다.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에 대해 과거의 언행과 관련하여 의혹과 궁금한 점이 있다면 철저히 짚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시중에 많이 유포된 사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것을 꼭 이 아까운 시간에 해야만 했을까? tv토론은 과거를 캐묻거나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것은 충분한 취재에 의해 정규뉴스시간에 보도를 함으로써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다.서두에서도 지적했듯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tv 토론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패널 구성에 새로운 발상이 요구되며 정책토론이 되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으로 분류하여 시간을 쪼개 질문하도록 했는데 한번 토론에 모든 것을 다 파악하려고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 교육, 여성, 정신대, 통일, 지역차별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여러 차례의 토론회가 남아있는 만큼 주제를 나누어서 심도 있는 토론을 함으로써 유권자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기자들은 자리를 양보하시라.|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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