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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상호 기자 유죄 확정…“권력 비리 보도 위축 우려”

대법원이 ‘삼성 X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MBC 이상호 기자에게 유죄를 확정한데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998년 대선 당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정치자금 로비 실상이 녹음된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한 이상호 기자에 대해 지난 17일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 형을 선고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다수 의견으로 “불법 도청을 통해 입수한 대화 내용은 공공의 이익과 정당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정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불법 도청된 내용이 굳이 공개할 만큼 공익적이지 않으며, 8년 전의 일이라 시의성과 공적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시환 등 대법관 5명은 “대화 내용이 정치자금 지원 등의 문제로 매우 중대한 공공 이익과 관련됐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언론의 공적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검찰이 특정 기업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공적 사안임에 틀림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상한 공적 사안’이 아니라고 한 대법원 판결은 현실을 무시한 안이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에 대한 우려도 높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권력 비리에 대한 보도가 많이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교수는 또 “기업과 검찰의 결탁 관계 등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불법 도청을 하지 않는 한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죄 확정 판결에 대해 이상호 기자도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 기자는 지난 1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국민의 알권리를 짓밟은 오늘 판결은, 21세기 초 한반도에 민주공화국이 아닌 이건희 왕조가 있었음을 기록하는 사초로 남을 것”이라며 “똑같은 상황이 와도 순간의 망설임 없이 ‘삼성 X파일’을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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