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PD들의 탈(脫) 지상파 행렬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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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PD들의 탈(脫) 지상파 행렬 심각하다
  • PD저널
  • 승인 2011.04.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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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국PD연합회에서 PD들을 대상으로 ‘종합편성채널로의 이직 가능성’을 물은 결과 80% 이상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적 있다. 하지만 불과 넉 달 만에 지상파 방송사 PD 인력 유출이 여간 심각한 정도가 아니게 됐다. 제작현장에서는 프로그램의 경쟁력 약화와 조직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방송사 경영진들은 정작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PD들의 탈(脫) 지상파 러시 행렬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예전의 경우 시청률과 작품성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PD들이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 외주제작사로 스카우트 되어갔다면 지금은 예능 PD들이 연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물론 PD들이 지상파를 떠나는 것은 공격적인 경영을 꾀하는 케이블 방송사와 새롭게 등장한 종편 등 외생적 원인에 기인한 바 크다. 이들 방송사 입장에서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정보 프로그램 등은 외주 시장이 커져 아웃소싱 제작이 가능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는 지상파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PD들을 영입함으로써 프로그램 홍보 및 작가와 연예인까지 끌어들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CJ E&M이나 jTBC 등이 스카우트 비용을 아낌없이 쓰는 이유다.

하지만 PD들의 이직을 오로지 금전적 이유에서만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 역시 지금의 ‘좋은 조건’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PD들이 떠나는 것은 지상파 방송의 위상 하락과 더불어 내부에서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초로 한 제작환경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내부 통제 강화 움직임이나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PD에 대한 경영진의 일방적 경질, 조삼모사의 드라마 편성 문제 등 PD들의 제작 의욕을 떨어뜨리고, 옭아매는 조직문화가 일상화 된 현실에서 이들의 외부 진출을 탓할 수만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 현재 각 방송사 경영진이 내놓은 대책은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예능 경력 PD 채용 등 크게 두 가지다. 그러나 둘 다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너무도 안이한 수준이다. 인센티브 제공은 땜질처방에 불과한데다 경력 PD 채용은 지역방송 혹은 소규모 방송사 PD들의 인력 유출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면서 한국 방송계를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과 같은 처절한 싸움터로 변질시킬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 경영진은 PD 인력 유출에 대해 개인적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PD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내부 조직문화와 제작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을 위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PD들의 사기를 올리고, 보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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